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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교육과정은 쉽게 말해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과목을 방과 후나 휴일에 다른 학교에서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수강할 수 있는 제도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경주고에서 물리를 가르치며 고급 물리학, 물리학 실험 등 공동교육과정의 과학 전문 교과목 수업들을 진행한 김현정 물리교사에게 공동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작년까지 경상북도 지역의 ‘공동교육과정’을 담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공동교육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2017년 1학기부터 2022년까지 매 학기에 공동교육과정으로 물리학 실험을 개설해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배우고 싶은 과학, 수학 및 외국어 계열 등의 전문 교과를 직접 신청하고, 해당 과목이 개설된 학교(거점학교)에 모여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경주고에선 공동교육과정으로 물리학 실험, 화학 실험, 생명과학 실험, 인공지능 기초 등을 주로 개설합니다. 계림고, 경주여고, 근화여고 등 주변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모이죠.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50분까지 4시간을 이어서 진행합니다. 실험 수업의 특성상 많은 학생을 지도하긴 어려워서 신청한 학생들 중 다른 학교 학생을 포함해 12~13명 정도로 수업을 진행했죠.

 

Q. 공동교육과정은 수학, 과학, 외국어 등 다양한 계열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 중 선생님께서 담당하신 물리 계열 전문 교과들의 구성과 특성이 궁금합니다.

 

과학 계열의 전문 교과 중 물리 관련 교과는 고급 물리학, 물리학 실험, 과학(물리학) 과제연구가 있어요. 고급 물리학은 물리학Ⅰ, 물리학Ⅱ의 심화 내용을 다룹니다. 수학의 삼각함수, 미적분, 벡터의 연산 등을 물리량으로 나타내 연산하며, 그 의미를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는 내용이죠.

물리학 실험은 심화된 수준으로 물리학 실험 탐구를 수행하는 과목입니다. 역학, 전자기학, 광학 등 현대 물리 영역의 실험들을 해보며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실험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학 과제연구가 있습니다. 경주고에선 이 교과를 ‘물리학 과제연구’ ‘화학 과제연구’ ‘생명과학 과제연구’ ‘융합과학 과제연구’로 세분해서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는데요. 학생들은 토론과 조사를 거쳐 자신들이 궁금한 과학 문제를 선정하고, 그와 관련해 실험을 설계 수행한 후, 최종적으론 보고서까지 작성하며 일련의 연구 수행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Q. 해당 전문 교과들이 필수 교과보다 심화된 내용인 만큼 선생님께서 수업을 준비, 진행하실 때도 차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을 담당하시면서 어떤 면에 주력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제가 주력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실험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상황부터 실험 결과에 대한 분석, 결론 도출까지 전체 과정에서, 조원들이 계속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왔습니다. 학생들이 문제를 함께 토의하며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측면들을 서로 인식해 시야를 확장함으로써, 탐구 능력과 과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로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물리학 실험을 수강한 모든 학생의 보고서를 일 대 일로 피드백하면서 학생들이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습관처럼 익힐 수 있도록 했죠.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실험 보고서에 담아내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Q. 현재 공동교육과정은 각 광역시 및 도교육청별로 시행되고, 개별 시에서 학교들을 연계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진학한 학교에서 참여 가능한 공동교육과정을 어디서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나요?

 

각 시도별로 개설된 공동교육과정 사이트(hscredit.kr/hsc/educourse.do)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공동교육과정은 과학 전문 교과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고급 수학, 미술 전공실기(만화, 웹툰), 음악 전문실기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과목이 개설됩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과목도 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과목도 있습니다. 같은 시도의 공동교육과정이어도 인접학교 2~4곳이 협의해 공동 개설하는 경우에는 이 협의 학교들의 재학생만 수강신청이 가능하므로 주의해야합니다.

각 시도의 공동교육과정 사이트에 접속하면 신청 기간과 신청 가능한 과목들의 수업 운영 시간(주중 방과후, 토요일 등) 및 교과운영계획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과운영계획서엔 수업 일정과 내용, 평가 방법 등이 자세히 제시되므로 꼼꼼히 확인해야합니다. 수업에 따라 수강인원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고, 선착순이나 면접 등의 방식으로 수강생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 확인이 중요합니다.

 

Q. 공동교육과정은 방과 후나 휴일에 진행됩니다. 학습량이 증가하는 만큼 학생들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 참여할 때, 학생들이 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일까요?

 

공동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반드시 신청해야하는 의무 교육과정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흥미, 적성 등을 고려해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된 교과목을 추가로 신청해서 듣는 거죠. 따라서 학생 자신의 내적 동기가 그만큼 커야한다고 봅니다. 공동교육과정으로 수강한 전문 교과는 필수 교과처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됩니다. 성적과 과목세부특기사항, 그리고 공동교육과정으로 수강했다는 사실도 함께 명기되죠. 대학입시 전형에선 공동교육과정 수강을, 학생이 진로를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노력했음을 잘 보여주는 경험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Q.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공동교육과정의 과목들을 선택할 때 주의하거나 준비해야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공동교육과정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참여하겠다는 학생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선생님들도 담당해야하는 교과 외에 추가로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친구가 들으니까 나도 같이 들어야지.’ 같은 생각은 피하는 것이 좋겠죠.

 

또한 물리학 실험, 고급 물리학 등의 과학 전문 교과는 필수 교과에서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룹니다. 따라서 이런 전문 교과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필수 교과인 물리학Ⅰ을 수강하는 식의, 교육과정의 위계에 맞는 계획적인 수강도 중요합니다.

 

Q. 재직 중이신 학교의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신 것은 선생님께도 특별한 경험이셨을 것 같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을 진행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공동교육과정 수업에서 만난 여러 학교의 학생들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은 2020년 2학기에 경북 영천에서 온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처음엔 선생님의 권유로 떠밀리듯 신청했다고 말했죠. 그는 네트워크 관리자 및 정보 보안 전문가라는 본인의 진로와 물리학 실험은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별 실험을 함께 하는 조원들이 ‘전자기 유도 탓에 구리관 안의 자석은 자유낙하할 때보다 느려지는데, 구리선으로 만든 솔레노이드 안에서 자석이 떨어지는 속도는 왜 느려지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토의하는 모습을 보며, 실험에서 소극적이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해요.

 

그 후 이 학생은 아두이노로 단진자 운동 주기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아두이노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역할을 자원하고 실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은 실험과 토의를 함께하며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이것이 곧 과학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물리는 고교 과정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하는 과목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동아를 읽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과학, 특히 물리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리는 무엇보다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물리의 개념을 이해한 후에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서 물리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면 어떻게 될지, 스스로 깊이 있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물체에 현재와 다른 물리량이 주어지면 어떤 영향이 미칠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념, 수식, 물리 상황을 함께 입체적으로 이해하면 물리 공부를 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물리적 상황의 원리가 무엇인지 교과와 연결지어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고민하는 태도도 도움이 될 겁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전국의 청소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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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현정 경북 경주고 물리교사
  • 일러스트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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