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포식자로부터 갖가지 방식으로 몸을 보호한다. 아주 빠르게 달아나거나, 산호초에 몸을 숨기는 식이다. 일부는 카멜레온, 문어처럼 몸 색깔을 주변과 똑같게 만드는 ‘위장술’을 택했다. 대서양 열대 바다에 사는 놀래깃과 물고기인 호그피쉬(Lachnolaimus maximus)도 위장술을 택한 생물 중 하나다. 8월 22일, 미국 듀크대, 플로리다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호그피쉬가 죽은 뒤에도 피부로 주변 환경을 보고 보호색을 띤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467-023-40166-4 논문 내용을 가상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Q 앗! 호그피쉬님, 어디에 계시죠?
껄껄, 역시 저를 한눈에 찾지 못하시는군요. 저는 어류계의 카멜레온, 호그피쉬랍니다. 주변 산호, 암석과 비슷하게 흰색, 얼룩덜룩한 갈색, 적갈색 등 크게 세 가지로 색을 바꿀 수 있죠. 색이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ms(밀리초) 단위로, 눈 깜짝할 사이보다 더 빠르답니다.
Q 몸 색을 자유롭게 바꾸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은 바로 제 피부의 ‘색소세포(chromato-phore)’입니다. 색소세포는 내부에 색소 과립(알갱이)을 가진 세포인데, 저희 피부 표층에 모여있죠. 그래서 제 피부는 가까이에서 보면 점묘화 그림 같아요. 피부를 어둡게 만들고 싶으면 색소 과립들을 넓게 퍼뜨리고, 밝게 하고 싶으면 색소 과립들을 한 곳으로 모아요. 색소 과립들이 아주 작은 점으로 서로 뭉쳐지면, 그만큼 색소세포 내에 색소 과립이 없는 면적이 늘어나면서 투명해지고 피부색이 밝아지는 거랍니다.
Q 죽어서도 주변을 볼 수 있다니 무슨 말이죠?
이번 연구를 진행한 로리안 슈바이커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월밍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시절, 낚시 여행 중에 잡은 호그피쉬가 죽어서도 색깔을 바꾸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죽은 호그피쉬 피부색이 보트 갑판과 같은 색으로 변한거죠. 어떻게 그게 가능할지 궁금해진 연구팀은 저희 피부 조각을 채취해서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분석했어요. 그 결과 색소세포 아래에서 새로운 광수용체 세포층을 발견했어요.
Q 새로운 광수용체 세포층이 뭔가요?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인 ‘옵신’으로 가득 찬 세포층이에요! 이 세포가 사람의 눈처럼 주변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앞서 말한 색소세포의 색소 과립이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기 때문에 색소세포 아래에 있는 광수용체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이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죽어서도 달라지는 빛 파장을 감각하고 그에 맞춰 피부색을 바꿀 수 있는 거랍니다. 아, 참고로 제 색소 과립은 파장이 짧은 빛인 청색광을 가장 잘 흡수해요. 연구팀은 “주변 상황에 맞춰 현 상태를 계속 조정해야 하는 로봇 팔다리나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이, 사물의 감각 피드백 기술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의 의의를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