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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메가로돈’ 영화와 실제 화석은 얼마나 비슷할까

메가로돈(The Meg)이 두 번째 이야기 메가로돈2(Meg2:The Trench)로 돌아왔습니다. 지구상 가장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 메가로돈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인데요. 전작에서 메가로돈 사냥에 성공한 다이버 ‘조나스’가 다시 한번 깊은 바닷속에서 메가로돈과 대결을 벌입니다.

 

영화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파충류, 그 파충류를 잡아먹는 작은 공룡, 그 작은 공룡을 잡아먹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거대하고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를 한입에 먹어 버리는 건 다름 아닌 ‘메가로돈’이죠.

 

이제는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메가로돈은 약 2300만 년 전부터 360만 년 전까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생물입니다. 영화 속 메가로돈의 길이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작에 등장한 메가로돈의 길이가 18m, 27m, 몸무게 100t(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크기로 구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메가로돈의 모습은 실제 과학자들이 화석을 통해 복원한 메가로돈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그리고 만약 메가로돈이 살아 돌아온다면 여전히 최상위 포식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파트 5~6층 크기, 최대 시속은 37km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속 메가로돈과 과학적으로 추정한 메가로돈, ‘겉보기’ 모습은 꽤 비슷합니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은 지난해 잘 보존돼 있는 화석을 이용해 멸종된 메가로돈을 3차원으로 복원시켰습니다.

doi:10.1126/sciadv.abm9424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메가로돈의 전체 길이는 14~18m로, 아파트 5~6층 높이에 맞먹는 크기입니다. 전작에서 등장한 18m 크기의 메가로돈은 꽤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였던 거죠.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메가로돈의 지느러미 높이는 1.6m였습니다. 메가로돈 등 위에 성인 여성의 키만한 지느러미가 있는 셈입니다. 체중의 경우 6만 1560kg, 약 61t(톤)정도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생존하는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큰 동물은 대왕고래로 몸길이가 최대 31m, 무게는 180t입니다. 즉 메가로돈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은 아닌 거죠. 하지만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여전히 가장 ‘강한’ 최상위 포식자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28종의 상어 개체 391마리의 수영 속도와 체질량을 분석해 메가로돈에 적용시켰습니다. 그 결과 메가로돈의 평소 수영 속도는 초속 1.4m, 시속 5km였고 사냥을 할 때처럼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때는 최고 초속 10.3m, 시속 37km까지 빨라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평균 수영 속도로만 따지면 최고 속도가 시속 50km 이상인 바다의 ‘날쌘돌이’ 백상아리보다 메가로돈이 더 빠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더구나 연구진이 최대 입 크기와 위 부피를 추정한 결과, 메가로돈이 입을 크게 벌렸을 때 그 길이는 못해도 1.8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 부피의 평균 추정치도 9605L나 됐습니다. 연구진은 “3~6m 크기의 먹이는 약 세 입 만에, 7~8m 크기의 먹이는 다섯 입 만에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위 부피를 고려했을 때 8m보다 작은 먹이는 한 끼에 완전히 섭취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상아리의 평균 길이가 약 3~3.8m 정도이니 백상아리 정도는 세 입이면 끝인거죠.

 

연구진은 이런 자료를 토대로 메가로돈은 큰 먹이를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그만큼 먹이 경쟁에서 자유롭고 장기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살아있다면 현존하는 다른 상어 종들과 비교했을 때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영화에서 표현한 메가로돈의 모습과 과학자들의 추론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조나스는 “이런 건 처음 봐. 무리 사냥을 하잖아”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메가로돈이 무리지어 사냥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수심 7620m에 메가로돈이 살 수 있을까

 

영화와 과학자들의 추정이 안 맞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메가로돈의 서식지인데요. 영화에서는 조나스를 필두로 한 해양연구소 연구원들이 해저 7620m에 고립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크기의 메가로돈을 만나죠.

 

하지만 올해 6월 미국 뉴저지 윌리엄패터슨대 연구진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가로돈은 정온 동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oi:10.1073/pnas.2218153120

 

연구진은 현재 메가로돈의 화석 중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부위인 치아를 분석했습니다. 치아의 주성분은 탄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는 인회석인데요. 환경 요인에 따라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는 다른 동위원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메가로돈이 살았던 서식지나 당시 해양 환경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 5개 지역에서 메가로돈과 동시대에 살았던 상어들의 치아를 수집해 인회석에 포함된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메가로돈의 체온이 약 27℃ 정도로 다른 상어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바다에 사는 대다수의 해양 생물은 온도에 맞춰 체온을 바꾸는 변온 동물입니다. 물속에서는 공기에 비해 열이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상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상어는 변온 동물로 체온을 유지하는 정온 동물은 백상아리, 청상아리 등 5종에 불과합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메가로돈이 정온 동물이라면 영화 속 설정처럼 해저 7000m 부근에 메가로돈이 서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온이 0℃에 가까운 심해에 살다가는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열을 다 빼앗기고 말테니까요.

 

영화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근처에 메가로돈이 살고 있다고 설정했는데요. 해구는 더더욱 메가로돈이 살기 어렵습니다. 해구에서 뜨거운 물을 분출하는 열수분출공 근처는 수온이 100℃ 이상이지만 열수분출공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수온은 대략 2℃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이렇게 온도 차이가 큰 환경은 정온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이유 하나 더! 현재까지 생명체가 발견된 가장 깊은 심해는 수심 약 7500m입니다. 영화 속에서 메가로돈이 발견된 깊이와 비슷하죠.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메가로돈의 위 부피는 9000L가 넘습니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메가로돈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열량은 9만 8175kcal입니다. 성인 1일 섭취 열량을 2000kcal라고 가정했을 때 50명이 먹을 양입니다. 7500m 심해에 메가로돈의 이런 엄청난 ‘식욕’을 채워줄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영화 속 조나스처럼 현실에서도 해저 7000m까지 내려간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12년 잠수정 ‘딥씨 챌린저’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향해 해저 8221m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카메론 감독은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를 2017년 개봉하기도 했죠. 2021년에는 민간해저기술업체인 캘러던 오셔닉이 필리핀 해구의 엠덴 해연을 탐사하는 데 도전해 수심 1만 540m까지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메가로돈, 너무 깊어 속내를 알 수 없는 심해. 영화 ‘메가로돈2’에는 우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두 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떠나가는 여름이 왠지 아쉬운 9월, 메가로돈과 함께 시원하게 여름을 배웅해주는 건 어떨까요?

 

❋필자소개

최지원. 과학동아와 한국경제신문을 거쳐 현재 동아일보에서 과학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동아의 열혈 독자다. jwchoi@donga.co

 

❋이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동아일보 기자
  •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 에디터

    김미래 기자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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