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일본이 제시한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까
편집부도 취재를 하며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과학적 검증을 하기 위해선 전제 조건과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전제와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면, 그걸 바탕으로 한 과학적 검증도 무의미해집니다. 과학자들이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가 맞다면’이라고 붙이는 전제 자체에 독자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일본이 계획대로, 기준에 맞춰 방류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침 도쿄전력은 방송 하루 전날인 7월 18일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된 실시간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희석용 해수 취수구와 상류 수조 방사선 모니터,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 이송펌프 출구에서 실시한 방사선 모니터, ALPS를 거친 오염수 이송관 유량, 희석용 해수 유량, 해수로 희석한 ALPS를 거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계산치)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Q. 오염수를 일본에서 보관하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은 오염수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데,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많았습니다. 조 교수는 10분간 미니강의를 통해 오염수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부터 짚었습니다.
2011년 원전이 폭발한 뒤 도쿄전력은 뜨거운 내부를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바닷물을 주입했습니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은 지하수가 흐르는 지점에 세워져 있고, 지진 폭발로 생성된 균열 등을 통해 원자로 내부로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점입니다. 오염수의 총량은 지하수와 원자로 내 오염수과 섞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수 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렵고 지하수를 우회시켜도 지하수 유입 경로를 완벽히 막지 않으면 원자로 건물 내부의 오염수가 거꾸로 밖으로 나와 바다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정량의 지하수 유입이 계속 되고 있죠.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는 현재 1000개 정도의 탱크에 약 130만 t(톤)의 오염수가 쌓여있습니다. 그리고 오염수는 매일 140t(톤)씩 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오염수를 계속 보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처리수의 희석이 필요한데, 배출 농도로 희석한다면 그 양이 매년 석촌호수 2개 이상을 채울 만큼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Q.오염수를 꼭 바다에 방류해야 할까
그렇다면 꼭 바다에 방류해야 할까요? 조 교수는 역대 원전 사고인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교해서 설명했습니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의 경우에도 삼중수소를 포함한 오염수가 생성됐습니다. 이때는 오염수의 양이 약 9천 t(톤)으로 상대적으로 적었고, 발전소가 강 옆에 위치해 배출 시 희석의 효과가 적어 공기 중으로 배출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원전에 콘크리트를 부어 매장했습니다. 원자로 용기 상부 뚜껑이 날아갈 정도의 큰 폭발로 원자로와 원자로 건물이 크게 손상돼 더 이상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원전은 방사능 준위가 낮아질 때까지 해체와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보다 오염수 양은 많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배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적은 케이스입니다. 조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은 체르노빌 사고 원전 정도의 손상은 아니라 원자로 건물 내부 방사성 물질의 제거와 시설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며 “오염수를 기체로 배출할 경우 수증기 형태로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에 바다에 희석방류하는 것 보다 나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조 교수는 “오염수를 근본적으로 줄일 방법은 결국 원전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에 녹아있는 노심 용융물 같은 오염 물질을 먼저 다 걷어 내야 하는데요. 일본은 원전 내부로 들어가 이런 작업을 할 로봇을 현재 개발 중입니다.
Q.방사능 노출로 암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라이브 영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많은 댓글 중 상당 부분은 ‘오염수에 피폭돼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가?’하는 우려였습니다. 강 교수는 10분 미니강의로 먼저 방사선 피폭이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방사선 피폭이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며 내뿜은 방사선에 인간의 DNA 염기서열이 파괴되는 현상입니다. 다행히 인간의 DNA는 스스로 회복 능력이 있어 파괴된 염기서열을 대부분 복구하지만, 간혹 잘못 고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돌연변이 DNA가 탄생하고 이것이 암세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선량 방사선 피폭으로 암세포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강 교수는 “과거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생존자들을 50~60년 추적 관찰한 결과, 방사선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암이 더 많이 발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100mSv(밀리시버트)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1000명 중 5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그 이하의 방사선은 암과의 관계성이 밝혀진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Q.누적되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
정확한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적 노출 영향은 따로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청소년 독자들은 누적 피해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강 교수는 “일본이 계획한 대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이런 오염수에 62조 년 동안 노출돼야 피폭량이 100mSv에 이른다”며 “다만 일본의 경우, (오염수 방류 시) 방사능에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는 누적 노출량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강 교수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연구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방사능에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삼중수소는 우리가 매일 마시고 있는 물에도 아주 소량(1L당 약 1Bq) 존재합니다. 또 TV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방사선이 나옵니다.
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나 방사성 물질이 내뿜는 방사선은 우리가 평소 접하는 방사선보다 약한 수준”이라며 “이런 방사선을 통제할 수 없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의 저선량 방사선으로 인한 인체 영향 평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라고 한계를 밝혔습니다.
1시간 넘는 열띤 방송을 마무리하며, 조 교수는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과정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관련 기관에 건의하는 방식의 개인적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인해 국내 수산업계가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과학동아도 계속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관심 있게 다룰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