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8/S201609N001_1.jpg)
“어쨌든 사람들은 야쿠르트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변비가 싹 나아버린다거나 아인슈타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먹는다. 야쿠르트를 먹는 일이 생활이 돼버린 사람들에게 야쿠르트란 결핍 그 자체가 문제일 뿐, 그것의 효능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김영하, ‘포스트잇’ 중 ‘야쿠르트’)
소설가 김영하 씨는 2002년 펴낸 산문집에서, ‘야쿠르트’라는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일의 심상함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이 기능성 음료를 마시는 목적은 기능적인 데에 있지 않으며, 그저 습관이라는 것이다. 야쿠르트를 먹으면 몸에 좋으리라는 막연한 이야기야 전부터 있었지만, 그래도 먹는다고 소화 외에 다른 데에 도움이 될까, 의아해했던 게 사실이다. 곧 냄새나는 배설물이 될 장 안의 작은 존재에 대해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소설가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하는 어떤 말은 나중에 사실이 되기도 하니까.
10여 년 뒤. 사람들은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장내미생물의 기능에 집착하고 있다. 장내미생물은 과학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됐다. 뉴스 속 장내미생물은 못하는 게 없다. 비만도 치료하고 우울증도 고치며 면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에서 장내미생물은 초월적 존재처럼 그려지고 있다(이제야 밝혀진 기원을 보니 공통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단다. 인류를 초월해 있는 건 맞겠다). 장내미생물 뉴스만 보면, 인류는 이 미생물의 도움으로 금세 병을 정복할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장내미생물 전성시대에 우리는 정작 그 주인공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우리에게 장내미생물은 결핍 그 자체가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의 진정한 과학적 가능성이나 배경에는 관심이 없다. 이번 커버스토리인 기획에서는 장내미생물 연구의 최전선을 다뤘다. 먼저 기원에 대한 최신 연구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풀어봤고,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을 한계까지 포함해 짚었다. 장내미생물은 제2의 게놈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최근 각광 받고 있고 연구 성과도 쌓이고 있지만(그리고 연구자의 노력도 매우 헌신적이지만), 장내미생물 정복한다고 ‘변비가 일시에 싹 나아버린다거나 아인슈타인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자신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고, 건강한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병통치약을 의식한 거창한 감사는 필요없다. 사소하고 심상한 감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