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선과 흰색 선이 교차하는 얼룩말 줄무늬의 존재는 오랜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동물의 특이한 외형은 대부분 생존이나 번식과 직결되는데, 얼룩말의 줄무늬는 그 역할이 좀처럼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이 발표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얼룩말 줄무늬의 역할을 가상인터뷰 했다. doi: 10.1242/jeb.244778
Q. 얼룩말님, 등에 파리가 붙었어요!
(찰싹!) 이 파리가 또 등에 앉았네. 그나마 저는 파리가 거의 안 꼬이는 편이에요. 저기 옆 동네 사는 물소 몇몇은 흡혈파리에 물려 나가나병까지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병에 걸리면 근육이 마비되고 심하면 죽기까지 한다네요.
Q. 흡혈파리가 안 꼬이는 이유가 있나요?
줄무늬 때문이에요. 흡혈파리가 줄무늬를 싫어하거든요. 2019년 한 실험에서는 소에 우리 줄무늬를 그렸더니 등에 앉는 파리가 현저하게 줄었대요.
Q. 흡혈파리는 줄무늬를 왜 무서워할까요?
여러 의견이 있어요. 줄무늬가 얇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흑백이 반복돼서, 또는 줄무늬에서 비롯된 편광이나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죠.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진짜 이유를 알아내려고 갈색 말에 흰색과 검은색으로 된 다양한 무늬의 옷을 입혀봤어요. 입혔을 때 흡혈파리가 얼마나 꼬이는지 관찰했어요.
Q. 흡혈파리는 어떤 옷을 가장 좋아했나요?
가장 많은 파리가 꼬인 건 단연 짙은 회색으로 된 민무늬 옷이었어요. 그 다음으로는 검은색 삼각형이 크게 그려져 있는 옷, 체스판 무늬 옷에 모여들었고, 줄무늬 옷을 가장 덜 좋아했죠.
연구팀이 편광과 관련된 차이를 비교해봤는데 그건 별 상관이 없었어요. 대신 체스판 무늬 옷에서 한 가지 힌트가 나왔죠. 파리는 검은색 네모와 흰색 네모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이 꼬였어요. 불규칙한 배열 중 검은색 네모가 뭉쳐 있어 국소적으로 검은색 면적이 큰 부위에 특히 많이 내려 앉았대요.
이걸 보고 연구팀은 줄무늬가 다른 무늬들에 비해 검은색 면적이 적고, 흰색과 검은색의 경계가 명확해 파리가 가장 덜 꼬였을 것이라고 결론 냈답니다. 이번 연구로 옆 동네 물소 친구들도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