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난 틈으로 바라본 밑이 무척 까마득하죠?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부터 저 아래까지 높이가 4m나 됩니다.”
장원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QNS) 연구기술원의 설명에 호기심 어린 눈길이 실험실 바닥에 모였다. 눈이 소복이 내리던 지난 1월 26일, 이화여대에 위치한 IBS QNS에서 랩투어가 진행됐다. 과학동아 1월호 특집 ‘양자역학적 순간이동’과 연계해 기획된 행사였다. 랩투어에 참가한 과학동아 독자 10명은 지면으로 접했던 연구소에 직접 방문해 연구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랩투어의 문을 연 건 장 연구기술원의 강연 ‘양자컴퓨터에 대한 고찰’이었다. 양자의 특성부터 양자얽힘, 그리고 양자 컴퓨터까지 폭 넓은 내용을 다룬 장 연구기술원의 강연이 끝나자 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이 화제를 끌며 양자란 단어가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양자나노과학은 아직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옥예은 독자는 “연구원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니 양자나노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1 장원준 연구기술원이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2 랩투어의 마지막 일정인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과 함께하는 점심식사.
알고 보면 친근한 양자나노과학을 만나다
실험실이라고 하면, 복잡한 장치들이 늘어선 딱딱한 공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날 독자들이 방문한 실험실은 상상과 달랐다. 연구자들이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으로 직접 촬영한 원자나 분자 등 양자의 이미지가 벽에 쭉 걸려 있었다. 원자를 촬영한 다음 그 위에 영화 ‘앤트맨’ 속 양자세계를 누비는 히어로를 합성한 이미지 앞에서 독자들은 잠시 ‘셀카’를 찍으며 기념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진동에 굉장히 신경을 쓴 건물에 들어가게 됩니다. 바닥에 푹신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죠? 언뜻 연결된 것 같지만, 사실 이 실험동은 옆 건물과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장 연구기술원의 안내에 따라 실험동으로 들어섰다. 진동을 줄이기 위해 특별한 건물을 설계한 이유는 그 안에 들어있는 실험장비, STM이 무척 예민하기 때문이다.
STM은 뾰족한 탐침을 이용해 나노물질을 관찰한다. 이를 위해선 탐침이 나노물질과 1nm(나노미터 • 1nm는 10억 분의 1m) 거리를 유지하며 지나가게 해야 한다. 탐침이 나노물질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탐침에 전압을 가하면 탐침이 나노물질과 전기적으로 상호작용한다. STM은 이 상호작용을 이용해 나노물질의 특성을 관측하거나 나노물질을 조작한다. 1nm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 작은 진동조차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진동을 줄이기 위한 장치는 실험실 안에도 있다. 4개의 에어스프링을 이용해 STM을 1cm 공중에 둥둥 띄워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실험실 바닥엔 STM을 둘러싼 해자 모양의 틈이 있다. 독자들은 틈을 가운데에 두고 한쪽 발은 STM쪽에, 나머지 한쪽 발은 그 바깥쪽에 걸쳐 진동의 차이를 직접 체험했다. “어지러워요!” “멀미나요!”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신기한 실험실의 모습만큼이나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건 마지막 일정이었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QNS 단장과의 점심 식사였다. 하인리히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진 독자들은 랩투어를 마치고 연구실 밖을 나서며 “10년 뒤에 (연구원이 되어) 꼭 다시 돌아올 테니 기다려 달라”며 당찬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