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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공간에서 발견한 은하 만물상

8억살 먹은 아기 우주를 만났을 때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마치 별들이 뿜어내는 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물론 전등과 네온사인이 없는 한적한 시골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흔히 우주를 이루는 기본단위는 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별이 수천억개 모여 있는 은하가 우주라는 거대한 건물을 구성하는 벽돌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3월 9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서 뭐가 보이는가. 마치 시커먼 웅덩이에서 꼬물거리는 올챙이 같은 존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들 모두가 은하다. 은하의 숫자는 거의 1만개나 된다. 반면 별은 손에 꼽을 만한 개수뿐이다. 사방으로 빛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천체가 별이다.

NASA의 과학자들은 고성능카메라(ACS)가 장착된 허블우주망원경을 화학로자리 방향의 ‘허공’을 향했다. 총 11.3일간 노출을 주면서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던 우주공간의 사진을 찍자 수많은 은하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DF)라 불리는 이 영역에서 발견된 1만개의 은하들은 나이, 크기, 모양, 색깔이 제각각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목표가 된 화학로자리는 어두운 별로 이뤄진 보잘 것 없는 별자리다.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천문학자인 루이 드 라카유가 175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에서 별들을 관측할 때 이름 붙인 별자리다. 국내에서 화학로자리는 화로자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름이 붙여진 의미를 안다면 단순히 불을 지피는 화로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라카유는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자 라부아지에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 별자리에 화학로(chemical furnace)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부아지에가 화학로를 이용한 연소 실험에서 신기루 같던 산소의 존재를 증명했으니 그럴듯한 이름이다. 라부아지에는 1794년 프랑스혁명 당시 구체제 인물로 몰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영혼은 화학로자리로 날아가지 않았을까.

라부아지에가 화학로를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던 산소를 발견했듯이 허블우주망원경은 화학로자리 방향의 우주공간을 뚫어지게 들여다봄으로써 다양한 은하들을 발견했다. 지상 망원경의 사진에서는 거의 텅빈 것처럼 보이는 우주공간에서 말이다.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에서 나선은하나 타원은하는 기본이고 이쑤시개나 팔찌 고리를 닮은 은하도 보인다.

별난 은하들의 ‘만물상’이라 할 만한 이곳에서는 은하의 과거도 파헤칠 수 있다. 멀리 있는 녀석일수록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붉은 은하 100여개는 가장 멀리 있는 은하들이다. 우주의 나이가 겨우 8억살일 때의 모습이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살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어릴 때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또 가까운 은하들은 더 크고 밝으며 나선형이나 타원형을 하고 있다.
 

수십억년의 세월을 가로지른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bble Ultra Deep Filed)에는 각양각색의 은하들 1만여개가 보인다.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는 몇개의 별을 제외하면 모두가 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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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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