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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 수컷은 암컷에서 진화했다

미국 동물학자, 성의 분화 해명에 색다른 주장


왜 암컷과 수컷이 있을가? '척추동물 수컷은 암컷을 선조로 하여 유도된 성'이라는 관점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의 하나는 성(性)이 있다는 점, 즉 암컷과 수컷의 구별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은 자신의 성에 의해 겉모습 체형 행동, 또 어떤 조직에 있어서는 화학적 성분까지 달라진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까지도 '동물은 왜 성구별이 있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교의 동물학교수 데이비드 크루스는 여러종의 동물을 조사한 결과 성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근착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크루스 교수는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던 성현상의 어떤 측면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는 연구 결과 수컷의 성과 암컷의 성이라는 관계를 이해하는 데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계통적인 원리를 도입했다.

척추동물에 있어서 성차(性差)는 여러가지로 표현된다. 암컷과 수컷은 화학적으로, 해부학적으로, 그리고 행동학적으로 폭넓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행동 면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동물의 교미행동이다. 일반적으로 정소를 가진 개체는 적극적으로 수정시키려는 데 비해 난소를 가진 개체는 수정에 대해 수동적이다. 성에 부수되는 특이적인 활동 중에는 뇌의 일정 조직이 암수에서 다른 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 40년 이상에 걸쳐 생화학자들은 성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나타내기 위한 증거를 비록 단편적이지만 모아왔다. 그때 연구자들이 사고의 기둥으로 삼았던 것은 동물에 있어서 '성은 만들어진다'는 개념이었다.

이 개념의 열쇠는 성스테로이드호르몬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포유류에서 아직 어린 배의 생식소는 단순한 세포덩어리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그 조직이 수컷의 생식소로 발달할지, 암컷의 생식소로 될 지가 결정된다. 호르몬이 실제로 그것들을 분화시킨다. 생식소에서 만들어진 암수의 특유한 성호르몬은 배발생의 초기단계에서 체내를 돌아 그 개체가 수컷의 특징을 가질지, 암컷의 특징을 가질지 결정한다.

동물실험에서 증거가 축적됨에 따라 성체의 성은 단순히 생식기관의 구조적인 것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태아 때 호르몬환경에 영향 받는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실제로 한번에 여러 마리의 자식을 낳는 쥐의 연구에서 수컷 태아 사이에 있던 암컷 태아는 수컷 태아들이 만들어내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성숙한 뒤에도 수컷과 같은 특징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척추동물에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크루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하등척추동물에 대한 많은 연구가 행해진 결과 이 입장은 동물의 성을 논할 때는 불충분하다는 점이 밝혀졌다는 것. 그는 여기서 척수동물을 포괄하는 새 개념을 제창한다.

즉 성을 진화의 관점에서 보아 '성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현상을 뛰어넘는 포괄적인 사고에 눈을 돌리자는 것이다. 수컷이라는 것은 최초에 진화한 자기복제가 가능한 생물(즉 암컷)의 진화 뒤에 진화해왔다는 개념을 세워보자는 것이다.

‘성은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따르면 암컷은 원래 중성(성의 구별이 없는 성)이었던 데 반해 수컷은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암컷 위에 조작이 더해진 '만들어진 성'이었다. 그러나 이 생각 대신에 암컷은 '선조(先祖)형의 성'이고, 수컷은 거기에서 '유도된 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척추동물 전반을 둘러보면 단위생식인데도 교미하는 흉내를 내는 도마뱀(도마뱀은 암컷밖에 없다)이나 암컷 흉내를 내 다른 수컷을 속이는 '가짜 암컷'인 수컷이 있는 뱀과 물고기 등이 그 증거가 된다. 모든 수컷이 진화상에서 암컷이었던 때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면 생물학자는 수컷과 암컷의 '차이'에 눈을 돌릴 뿐 아니라 좀 더 수컷과 암컷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주장한다. 앞으로 이 이론이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을 거치면 동물 성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크루스 교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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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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