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IOC공인기관으로서 북경 아시안게임에 자문역할도 하며 환경 등 사회복지분야에 기술이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서울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육상 1백m 트랙경기에서 라이벌 칼 루이스를 제치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벤 존슨은 금지된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근육 강화제)를 복용했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는 세계 메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우리의 도핑컨트롤 기술은 세계 수준임이 증명됐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황무지나 다름없는 우리의 도핑컨트롤 기술을 일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도핑컨트롤 센터장 박동세(46)박사를 만나 올림픽 이후 도핑(doping, 약물복용)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KIST 도핑컨트롤 센터장 박종세 박사
 

새로운 영역을 개척

-올림픽 이후 주로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일반적으로 도핑이라면 운동선수의 약물복용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실제는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합니다. 약물이 인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藥理)를 연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지요. 또한 과학발달로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면서 정밀분석이 필요한 분야가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10억분의 1(ppb) 수준까지 미세측정을 하는 도핑컨트롤 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야를 말씀해 주시지요.

"대표적인 예가 신약(新藥) 개발에 관련된 것입니다. 신약이 창출되면 약의 활성실험, 약리 및 대사실험, 독성실험을 거치는데, 약리 및 대사 작용을 연구하는데 우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농약과 관련해서는 데이터의 해석 잘못으로 발생했던 작년의 자몽파동을 해결하기도 했고 수입돼 들어오는 식육(食肉)에 호르몬제가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를 분석하는 기술을 정립해 검역소에 기술 이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에 히로뽕 등 마약관련 샘플 조사를 의뢰하는 검찰청 관계자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히로뽕 수사를 할 때 단순히 주사자국이나 복용자들의 진술 여부만을 놓고 유무죄를 논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귀국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당시 이미 올림픽 이후를 구상했고 현재 이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 박박사는 도핑컨트롤 기술을 환경 등 사회복지 분야에 적용시키는 일에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공인 도핑컨트롤센터(우리나라를 포함 14개)에서는 우리처럼 새로운 전문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추세.

-도핑 고유의 업무는 개점휴업 상태인가요.

"아니지요. 저희 업무의 3분의1 정도는 운동선수에 관련된 것입니다.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의 사전 증명서를 발급하기도 하고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경기의 샘플의뢰도 IOC 공인 규정에 의해 처리해 주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도핑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공인기관 여부를 매년 IOC 의무분과를 통해 재공인 받는 것으로 규정이 개정돼, 소련이 1차 재공인에서 떨어져 보충시험을 치르고 있으며 캐나다는 아예 탈락했습니다. 또한 대회기간뿐 아니라 언제라도 각국의 대표선수 훈련원을 방문, 불시에 도핑검사를 하는 조약이 89년 12월에 체결되기도 했지요. 그만큼 운동선수의 약물복용이 일상화되고 있고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므로 국가적으로 IOC 공인 도핑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방외교에도 기여

-북경 아시안게임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중국에는 아직 공인 도핑센터가 없지 않습니까.

"현재까지 북경 도핑팀 10여명이 네번에 걸쳐 우리 도핑센터를 다녀갔고 저도 몇번 북경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아시안 게임에 국가의 명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외환사정이 좋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절반 수준 정도 기기를 들여놓고 있더군요. 실제로 대회기간 중 우리 팀 4명 정도가 파견돼 데이터의 판독 및 약물복용 여부 판정업무 등 몇가지 핵심적인 일을 도와줄 예정입니다."

중국측에서는 박종세 박사를 아시안게임 직전에 개최되는 스포츠과학 학술대회에 기조발제자로 선정해 놓고 있다.

-우리 기술 중 소련에 가장 먼저 수출한 것이 도핑 관련 기술이라고들 하던데…

"소련측의 도핑컨트롤 기술은 우리보다 분명 한수 아래입니다. 최근에 소련내에서 의학용으로 사용되는 흥분제를 운동선수들이 상용으로 복용해 이를 검출하는 기술을 우리측에 요구해왔습니다. 현재 워낙 일이 밀려 있어 9월 이후에나 보자고 미뤄놨습니다."

-도핑 기술이 첨단기술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 봐야 되겠군요.

"도핑컨트롤 기술은 당장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닙니다. 중국이나 소련으로의 기술 이전은 무역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공동연구로 봐야 합니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던 신약이나 호르몬 및 식품첨가물에 관련된 기술은 개발 여하에 따라 상업성을 띨 수도 있겠지요."

서울 올림픽 당시 항간에 떠돌았던 소련 및 미국 등 일부 국가선수들이 상당수 약물을 복용해 검사에 걸렸으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문제 삼지 않았다는 소문에 대해 묻자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외국 선수보다 우리 선수들이 더욱 문제'였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소련이 올림픽 참가 조건으로 내세운, 인천에 선수단이 묵을 수 있는 선박을 정박시키겠다고 한 이면에는 배안에 도핑 관련 실험실을 갖추고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컨트롤 하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소련을 위시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운동선수들의 약물복용을 검사 기준 내에서 컨트롤하기 위해 도핑센터를 운영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

-도핑검사가 불가능한 분야는 없습니까.

"현재 공식적으로 운동선수에게 규제되고 있는 약물은 마취제 흥분제 근육강화제 등 1백여가지입니다. 검사기술 수준 또한 매우 정밀해져 이를 빠져 나가기란 '하늘에 별따기'지만 혈액도핑(blood doping)과 사람의 성장호르몬은 검사가 불가능합니다. 최근 피가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을 배가시키는 에디트로포이에트라는 호르몬이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개발됐는데, 이를 운동선수가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경기력은 향상되겠지만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쉬워 매우 위험하지요."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 센터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서로 다른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꺼리는 풍토가 있어, 약학 생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를 하는 센터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도핑컨트롤센터가 과기처 소속이긴 하지만 국가의 명예에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매년 IOC 재공인을 얻는데 드는 비용, 4~5천만원 정도는 체육부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종승 기자
  • 김두희 기자

🎓️ 진로 추천

  • 약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