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개막된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6월 24일 막을 내렸다. 가장 쟁점이 된 의제는 1986년 금지된 상업적 포경을 허용하는 문제였다. 일본과 노르웨이 등 포경 재개에 찬성하는 국가들과 미국, 호주 등 반대하는 국가들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찬성 국가들은 고래가 먹어치우는 물고기가 세계 총어획량의 3~5배에 이르기 때문에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제1의 고래고기 소비국인 일본은 이미 ‘과학적 연구목적을 위한 포경을 허용한다’는 국제협약에 따라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잡고 있으며, 나아가 상업적 포경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국가들은 포경을 재개하면 고래가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호주는 자국 앞바다에서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잡는 일본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 우리나라는 상업적 포경을 지지하는 쪽에 섰다. 정부는 곧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거쳐 연구를 목적으로 한 포경 허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포경 재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한때 포경기지로 호황을 누리던 울산 장생포 주민들은 “포경이 금지된 뒤로 지역경제가 몰락했다”며 정부의 포경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포항 쪽 어민들도 돌고래 수가 늘어나 오징어, 대구 등의 씨가 말라 어업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나치게 늘어난 고래를 잡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며 생계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고래잡이를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보호단체들의 반대는 거세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용 기획실장은 “어획량이 준 것은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지 고래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돌고래가 어획량을 줄이니까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지만 정작 포경선이 잡는 것은 대부분 밍크고래”라고 반박했다.
관광 쪽으로 관심 틀 때
포경 재개와 관련해 한국은 아직 고래의 수가 늘었다는 증거자료를 IWC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립수산과학원이 6월 13일 동해에서 8종 5302마리의 고래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조사에서 3종 454마리의 고래를 발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 김장근 박사는 “포유류인 고래의 수는 급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라며 “동해에 서식하는 고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은 밍크고래 자원을 공동으로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고래 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단체들은 고래 관광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호주나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배를 타고 고래를 구경하는 관광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고래를 잡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고래와 인간이 함께 사는 친환경적 해결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에서 매년 약 900만명이 고래 관광에 몰려 10억달러(1조원) 정도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고래의 서식처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고래 관광의 시장성이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최 실장은 “제주도 앞바다에선 지금도 큰돌고래가 해변에 몰려와 새끼를 낳는다”며 “당장이라도 고래 관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래 관광은 결국 시장의 문제이므로 경제성이 확보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 우리나라도 고래 관광을 통한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