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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안성천의 생물다양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 약 415만m²(126만평) 규모로 지어지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다. 국가 버팀목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하며 건전한 산업경쟁력을 갖추려는 목 적으로 설립된다. SK하이닉스가 약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개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7년 상반기 첫 번째 반도체 공장(팹)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대한 반도체 공장은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남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흐르는 ‘안성천’의 상류 지역에 있다. 공장에서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내보낸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반도체 공장이 나의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안성천의 수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충분히 정화된 물이 생태계 전반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성천의 수량이 늘고 먹잇감이 풍부해지면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인근의 죽당천에서는 멸종 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 개발 전부터 가동 후까지 수질과 생태계 변화를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택한 방법은 ‘투명성’이다. 지역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함께 안성천 생태계를 관찰하고 분석해 데이터를 공유한다.

 

시민과학자 참여 위한 ‘데이터분석 경연’ 열어

 

다른 하나는 ‘시민과학자 참여’ 유도다. 데이터를 공유하더라도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는 지식격차가 크다. SK하이닉스가 찾은 해법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진 시민과학자들을 매개자로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그 첫 단계로,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함께 2022년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생물다양성 데이터 분석 및 아이디어 제안 경연(AI Challenge for Biodiversity)’을 열었다. 대학생, 대학원생, 일반인 등 시민과학자들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총 상금은 2600만원이었다. 생태계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이터 분석 리그’와, 데이터 분석 역량이 없어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는 ‘아이디어 제안 리그’로 운영됐다.

 

데이터는 동아사이언스에서 후원했다. 경연 참가자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를 통해 10년간 누적된 생태 사진과 영상 20만 개와 약 2만 명(6000여 팀)의 활동 기록 데이터를 받았다. 이외에도 기상청, 공공기관 등 외부 데이터를 활용했다.

 

안성천 생물 데이터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SK하이닉스 SV전략팀의 김청라 테크니컬리더 (TL)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물다양성 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더 나은 방법과 아이디어가 있는지 듣기 위해 대회를 열었다”며 “수상 팀의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은 최소 6년 이상 지속할 우리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것처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힘을 모을 계획이다. 향후 지역 주민과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활용해 안성천의 생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를 통해 투명하게 축적돼 전문가들에게 개방된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은 이를 위한 생태해설사를 양성하고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기도 지역 중고등학생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뭘 분석하셨나요?

생태적 특성에 따른 생물 종 차이를 지도로 시각화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매미에 집중했습니다. 분석 결과, 매미는 종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상 요인이 다르고 개발된 지역일수록 종다양성이 낮았습니다. 매미 관측 자료를 통해 기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매미 종다양성 지수’를 새로운 도시화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분석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2020년도를 기점으로 관찰 장소에 대한 선택지가 변경되어 데이터 간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팀 안에서 2020년 이후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주장과 해당 데이터를 버릴 수는 없으니 적절히 합쳐서 진행하자는 주장이 부딪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기간별로 데이터의 카테고리를 다르게 구성해 시각화를 진행했고 예상했던 바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구사랑탐사대 데이터는 어땠나요?

시민 과학자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데이터였습니다. 생물 관측을 도심에서 하기 쉽지 않고, 관측을 해도 그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는 선입견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근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들의 데이터였기에 내용 자체도 매우 풍부했으며, 특히 아파트단지 뒷산 등 다양한 곳에서 관측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데이터를 보다 제가 살았던 곳 근처도 관측지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정말 놀라기도 했습니다.

 

탐사대 데이터를 더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매미 종다양성 지수’를 도시화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고 제시했지만, 더 나아가 동식물을 아우르도록 확장이 가능합니다. 기존에 고려하였던 균등도, 풍부도 뿐만 아니라 희귀성, 교란종 지수 등을 고려해 생물다양성 지표를 만든다면 전국적인 범위로 수집된 지구사랑탐사대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간 비교가 가능하고 생물다양성 보전, 확보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시민과학자 데이터 특성상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대부분의 데이터가 편향돼 있기 때문에 지역별 이용자 수 등에 의한 보정 과정이 필요하고 보정하더라도 데이터 수가 너무 적은 지역은 평가가 불가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과학자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해 주신다면 이를 보완한 양과 질의 데이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경연에 참가해서 배운 점은 무엇인지요?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가지 분석 방법과 통계 방법을 고려해보면서 전공 수업에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개념들에 대한 시각이 확장됐음을 느꼈고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과학자 데이터로 직접 매미 개체수 감소와 다양한 요인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환경 변화에 대한 문제를 실감할 수 있어 매우 가치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 다양성 지수를 활용해 결론을 도출하면서 분석 내용에 객관성을 더해줄 여러 지표를 알아가는 과정까지, 이번 대회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데이터 분석 전문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환경’ 분야에서도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뭘 제안하셨나요?

안성천에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넣고, AI 딥러닝을 이용해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아이디어입니다. 우선 SK 기술인 센서노드를 이용해 수중 환경을 분석하고,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AI 딥러닝을 수행합니다. AI 딥러닝의 결과 안성천 수계의 환경 조건에 맞추어 AI가 자체적으로 인공구조물의 도안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즉 “AI 창작”의 요소도 가미가 되는 거죠. 이 도안을 기반으로 3D 프린터가 탄산칼슘을 기질로 하여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SK는 센서노드라는 자체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실용화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자체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래 있는 기술을 십분 사용하여 아이디어 구상을 시작하고, 추가적으로 우리만의 것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센서노드를 중심으로 하고 곡선과 구멍을 통해 변주를 가지는 인공구조물이 저서식물의 놀이터이자 조류의 서식처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안성천 수계의 환경을 보존하고 생물다양성 증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구요.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내용적인 부분을 먼저 회고하자면, 본선에 진출한 후 피드백을 받았는데 기질로 한 탄산칼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보였습니다.

탄산칼슘 소재 특성상 용해 될 경우 석회화가 수반되는데, 생활용수와 농업 용수로 이용하는 안성천 수계의 주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기질을 바꿀까 생각했는데요, 인공구조물에 서식하는 조류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시켜줍니다. 지구 온도 저감 효과가 있을뿐 아니라 시간에 따른 인공구조물의 소실분 또한 자체적으로 보충해줍니다. 이런 탄산칼슘만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탄산칼슘 자체의 특성과 생체 내 섭취 기준량 등 관련된 논문을 공부하며 수계 중 설치할 위치, 개수 등을 정확히 명시하는 것과 같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답안을 마련했습니다.

저희는 단 둘이서 경연을 준비했는데 서로의 아이디어 구상 스타일이 정반대였습니다.

한 명은 참신한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다른 한 명은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했기 때문에 둘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각자가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준비해 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짤막한 아이디어 토막이 아닌 서로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거기에서 장점만을 골라 섞어내는 방법을 취한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서로 참신함과 현실성을 보완하여 하나의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죠.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이외에도 한 명은 자료 제작을, 다른 사람은 발표를 잘 하는 등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퍼즐같은 관계였던 게 재미있었습니다.

 

경연에 참가해서 배운 점은 뭔가요.

교내 학술제 및 공모전 경험만 있어 학교 수준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SK하이닉스 경연이라는 좋은 기회를 접하게 됐습니다.

운 좋게도 본선까지 진출해 학부생의 시각으로는 생각하지 못할 질문들과 질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관련된 법률이나 실효성 등에 기반한 날카로운 지적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후 저희는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재검토를 할 정도로 좋은 피드백들이었기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둘이서 경연을 준비하면서 적은 팀원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내어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울 점이 많았던 좋은 경연을 개최해주신 SK하이닉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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