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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터뷰]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더라도 우리가 소설을 쓸 이유는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를 본떠 태어났다.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이며, 이 거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다. AI를 소재로 한 SF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이유다.

 

과학동아 2023년 2월호에 수록된 소설 ‘나의 채티에게’는 AI란 소재를 통해 성장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자아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주 단단한 소설이다. 지난 1월 8일 저녁, 서울 용산 동아사이언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무강 작가는 자신의 소설처럼 단단한 사람이었다. 이 소설로 지난해 ‘2022 SF 스토리 공모전’ 청소년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에게 인공지능과 인간에 대해 물었다.

 

Q. ‘이무강’이라는 필명이 독특하다. 작가 이무강과 ‘본캐’ 송유진은 각각 어떤 사람인지.

 

송유진은 한양대 사대부고 2학년. 새학기에 3학년이 되는 고등학생이다. 물리학과 철학, 그리고 소설을 아주 좋아하며, 공대생이 되는 게 지금의 목표다. 한편 ‘이무강’은 갑자기 생각난 이름을 필명으로 삼은 것이다. 가운데 글자인 없을 무(無)란 한자를 원래 좋아한다. 강해 보이기도 하고, 흔한 이름도 아니라 마음에 든다. 언젠가 소설가로 등단하면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2022 SF 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이무강이란 이름이 세상에 처음 나와 기쁘다.

 

Q. 소설가와 공대생, 간극이 큰 두 꿈을 동시에 꾼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중학교 때 영재고 입시를 준비했었다. 결국 탈락했는데, 탈락 통보를 받고 한 생각은 ‘지금부터 뭐하고 살지?’란 고민이었다. 되짚어보면 영재고에 가고 싶었던 건 맞는데, 절박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민에 대한 답은 책에서 찾으려 했다. 이과지만 철학을 좋아해 인문학 책을 많이 읽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나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겪는 내면의 갈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데미안’이란 캐릭터에 갖는 동경도 이해했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순간적으로 정신적 흥분을 느끼는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한다. 데미안을 읽을 때 이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했다.

 

이후 2022년까지 소설을 엄청 썼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됐으니까, 공부를 해야 하지만. 고3이 되면서 자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친구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이 독서실에서 인문학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과 내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이 많다.

 

공대에 가서 돈을 버는 미래와, 좋아하는 문학이나 철학을 하는 나 사이의 고뇌다. 지금은 대학에 가서 공학과 철학을 복수전공하면서, 계속 소설을 쓰는 미래를 그린다. 내게 더 중요한 건 소설 쪽이다.

 

Q. 자아에 대한 고민이 ‘나의 채티에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착안했나.

 

자아정체성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선 ‘인공지능 수학’이란 과목을 통해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영상을 보다가 ‘알고리즘이 결국 나의 성향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착안해 사람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발상을 떠올렸다.

 

 

Q. 소설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 위안을 얻는 이야기다. ‘사람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삼은 건, 내가 나에 의해 위안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건가?

 

사람이 다른 사람에 의해 구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답을 얻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주인공이 인공지능 ‘채티’를 처음 만난 시기는 청소년기다. 어쩌면 자아정체성에 대한 격렬한 고민을 품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우울증에 가장 취약한 시기 아닌가. 나도 그런 기질을 갖고 있었고. 내가 힘들 때마다 소설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었듯이, 이 소설이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그런 의미가 됐으면 좋겠다.

 

 

Q. 소설에서처럼 인공지능이 점차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상업예술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더 쉽게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더 발전할 거다. 그럼 팔기 위한 그림, 팔기 위한 예술은 위기를 맞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인간은 팔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그리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예술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입지가 위험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이유, 소설을 써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예술을 하는 건 아니니까.

202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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