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색깔을 바꾸는 데 능한 ‘바다의 카멜레온’, 갑오징어의 위장술에 담긴 비밀이 한꺼풀 벗겨졌다. 팔로마 곤잘레스 벨리도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과 교수와 미국 우즈홀해양생물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시각 신호를 받고 피부의 3차원 질감을 변화시키는 신경 전달 과정을 추적했다.
지금까지 갑오징어의 위장은 시각 신호를 받고 뇌에서 전달한 신호가 피부 근육을 수축시켜 피부 아래에 색소포가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색이 바뀌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실험 결과, 갑오징어의 외투막과 연결된 운동 신경을 차단한 뒤에도 갑오징어는 피부의 돌기를 바위처럼 바꾸는 위장술을 1시간 이상 유지했다. 시각 신호 입력 없이도 갑오징어가 위장을 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갑오징어의 위장 관련 신경 회로가 오징어의 ‘훈색(무지개처럼 선이 분명하지 않고 희미한 빛깔)’ 신경 회로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곤잘레스 벨리도 교수는 “갑오징어가 1~2년 남짓인 짧은 생애주기 동안 인간과 완전히 다른 신경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Science’ 2월 16일자에 실렸다.
doi:10.1016/j.isci.2018.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