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에 성에가 많이 끼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냉동고 안쪽 벽에 얼음이 붙지 못하는 필름을 덮으면?’
이상훈 창원대 스마트제조융합협동과정(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은 2022년 이런 아이디어로 혁신을 만들었다. 미끄러운 다공성 표면(SLIPS)으로 이뤄진 필름을 냉동고 표면에 덮어 성에가 끼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그가 속한 창원대팀은 미래기술사회의 혁신 솔루션을 만드는 ‘제1회 대한기계학회-LG전자 퓨처 홈 테크 챌린지’에 이 기술을 출품해 동상을 받았다.
이런 연구성과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상훈 연구원이 속한 창원대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전통적인 제조업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대는 2021년부터 스마트제조융합전공(학부)과 스마트제조융합협동과정(대학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경상남도, 창원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신설된 이 학과는 창원 스마트산업단지를 이끌어 나갈 지역혁신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명의 소수정예 인원을 선발하는 학부과정은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를 융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전문가를 키우는 데 최적화돼 있다. 지원도 남다르다. 등록금에 더해 기숙사비에 생활비까지 지급된다. 올해 겨울방학에는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독일 스마트공장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코 앞에 창원 스마트산업단지가 있는 덕분에 현장 실습이나 취업 연계도 여느 대학보다 수월하다. 창원대는 LG전자, 한국지멘스, 한국전기연구원 등 주변 기업이나 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조영태 스마트제조융합전공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요. 다른 학교에서는 취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은 어느 기업을 골라서 갈까 고민입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이라 수업하는 입장에서도 재밌습니다.”
학부생은 아직 1학년과 2학년뿐이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경우, 주변 학과에서 넘어온 학생들도 있어서 벌써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조영태 교수, 이상훈 연구원 등이 속한 창원대 스마트제조융합전공팀이 개발한 ‘미세구조 표면을 이용한 감염성 질병 확산 방지 필름’은 2022년 11월 한국연구재단 주관으로 열린 ‘2022 산학협력 EXPO’ 학생창업유망팀 300 제품전시회에서 인기상을 차지했다.
이런 연구결과물은 다시 학부생을 가르치는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조영태 교수는 “학부생 입장에선 지금 배우는 기초 교육 내용이 응용되면 저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제조융합전공에서는 인공지능 분야 등에서 ‘비교과 프로그램’(학점은 부여하지 않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업)도 많이 운영하고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을 들은 기계공학과 4학년 학생이 창원 스마트산업단지에서 취업에 성공한 뒤 후배들에게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산학협동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 기사는 창원대의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