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을 헤엄치며 누비고 다녀 ‘모래물고기(sandfish)’로 불리는 도마뱀의 ‘수영’ 비밀이 풀렸다. 미국 조지아공대 물리학부 대니얼 골드만 교수팀은 고속X선촬영장비로 모래 속 수영장면을 촬영한 결과 모래물고기도마뱀이 헤엄을 칠 때 네 다리를 쓰지 않고 뱀장어처럼 몸을 좌우로 움직여 전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사이언스’ 7월 17일자에 발표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살고 있는 모래물고기도마뱀은 몸길이가 10cm 정도로 매끄러운 비늘에 덮여 있는데 몸집에 비해 다리가 작다. 이 녀석들은 천적을 만나거나 날이 무더울 때 모래를 파고들어가 그 속에서 이동한다. 모래는 작은 고체 과립이 모여 있는 상태지만 액체인 물처럼 유동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 도마뱀이 모래 속에서도 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X선 동영상은 도마뱀이 마치 뱀장어가 물속을 헤엄치듯 몸을 좌우로 요동치며 전진함을 보여줬다. 이때 양쪽 다리 사이의 거리는 평균 1.72cm로 모래 위를 걸을 때 평균값인 2.75cm보다 훨씬 좁았다. 몸통의 두께가 평균 1.23cm이므로 사실상 다리를 몸에 붙인 모습이다.
연구자들은 “모래물고기도마뱀은 0.7초 만에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가 평균 2cm의 깊이에서 초속 10cm의 속도로 이동한다”며 “몸을 좌우로 흔들며 전진할 때 다리를 몸에 바짝 붙여 저항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모래 속에서 다리를 움직여 이동하려면 과립(모래 알갱이)에 막혀 오히려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 이번 연구결과는 모래나 진흙에
사는 동물들이 이동하는 방식뿐 아니라 과립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