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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파트너@DGIST] 퀘스터, 미션 깨는 가상 실험

 

“게임에서 도전과제를 깰 때 퀘스트를 깬다고 말해요. 교육도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처럼 재밌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퀘스트에 행위자를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여 만든 이름입니다.”

 

11월 25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산학협력관에서 이정우 퀘스터 대표(DGIST 20학번)를 만났다. 이 대표는 전북과학고를 졸업했다. 일반 종합대학과 과학기술원을 두고 진학 고민을 했던 이 대표가 DGIST를 선택했던 것은 과학기술원의 연구 및 실험 시설이 종합대학보다 더 잘 갖추어져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0년 이 대표의 입학과 함께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바꾸었다. 코로나19가 바꾼 수업 방식엔 실험 수업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교수님께서 실험 영상을 촬영해 올려주시면 그걸 보고 학생들은 보고서만 작성하면 수업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 무의미한 수업에서 사업 아이템을 엿봤다. 가상공간 속 실감형 실험 실습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퀘스터는 그렇게 시작했다.

 

퀘스터는 2021년 4월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비대면 실험 실습에 대한 요구 수준을 파악해야 했다. 퀘스터의 행선지는 중고등학교였다. 일선 교육 현장을 방문해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교내 실험실도 둘러봤다. 그중 일반고 실험실은 이 대표가 퀘스터의 가능성을 확신한 곳이었다.

 

이 대표는 과학고에서는 실험이나 실습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일반고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런 환경이 마련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괴리가 컸다”고 한다. 특히 한 일반고의 과학 실험실은 현미경이 굉장히 많이 구비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건 두 개밖에 없었다. 고장 난 채로 방치된 현미경은 학생 대부분이 제대로 된 실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가상실험, 학습 효과 201% 향상시킨다

 

이 대표와 같은 ‘과학덕후’에게만 실험이 재밌는 게 아니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이 대표는 진지하게 답변했다. “교사가 대면으로 지도를 하는 것과 비교해 가상 실험이 지도와 결합할 때 학습 효과가 201%가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바로 이 점에서 퀘스터를 만난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체험형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에게는 교과서를 뛰어넘는 흥미를,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더 많은 활동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 실험 및 실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학교에서 대면 실습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가상공간에서의 실감형 실험 및 실습 프로그램 개발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퀘스터는 2022년 11월, 실험 도구가 될 ‘햅틱 장갑’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개발했다. 햅틱 장갑은 가상 실험에서 실험 장비를 생생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모션 인식 기술을 적용함과 동시에, 사용자가 실험하는 감각(촉감)을 느낄 수 있는 햅틱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이 중 햅틱 기술은 가상 실험을 하는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고려해 채택됐다. 감각 정보가 늘어날수록 학습 효과가 향상된다. 눈으로 보며 외우는 것보다 손으로 쓰면서 외울 때 더 공부가 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의 가상 실험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퀘스터만의 차별점은 ‘오차 구현’에 있다. 실험 과정이 만드는 결과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험 과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라며 “결과를 통해 학생들은 정확한 실험 방법과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오차가 왜 나왔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퀘스터는 마우스 클릭만 하면 성공적인 결괏값이 나오는 기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실험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실험의 자유도를 높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학생 창업자로 학생 창업을 추천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아직 학생 신분이란 걸 아는 분들은 모두 저희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시고 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어렵지 않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점은 처음 보는 퀘스트를 계속 깨야 하는 창업 과정에서 큰 힘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창업은 빨리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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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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