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자극을 줘서 인체의 질병을 고친다는 수지침.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늘면서 수지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수지침의 원리와 효과를 알아보자.
1. 손이 왜 중요할까
질병에 가장 민감한 인체 축소판
인체에서 손이 중요한 부위라는 사실은 동서양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혀져 왔다. 사실 손만큼 예민하고 죽을 때까지 반응을 잃지 않는 부분은 없다.
인체의 모든 기능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든다. 시각 기능은 13살부터, 청각기능은 16살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며, 이후 후각과 미각기능도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적으로 손의 감각은 죽을 때까지 남아있다.
손의 기능은 다른 부위보다 무척 다양하다. 대뇌피질의 넓이는 그 에 해당하는 신체부위의 크기보다는 기능에 따라 결정된다. 손의 운동중추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넓이는 몸통의 움직임을 맡고 있는 대뇌피질 넓이는 6-7배나 된다.
또한 인체의 자율신경중 교감신경은 다른부위에 비해 손에 많이 연결돼 있다. 만일 교감신경 활동이 높아지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거나 위장 활동이 둔해지며,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기도 한다. 이때 손에 어떤 자극을 가해 교감신경 활동을 억제한다면 신경계는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수지침에서는 손을 '인체의 축소판' 이라고 본다. 보통 내장에 질병이 생기면 '내장-체표(피부)'반사에 따라 피부에 통증이 나타난다. 수지침에서는 이 통증이 다른 부위보다 손에서 가장 민감하게 나타난다고 본다. 이때 몸 각 부위의 통증은 항상 손의 특정 부위에 상응한다.
이 부위에 일정한 자극을 주면 이곳의 통증뿐 아니라 몸 속 질병도 고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임상 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수지침과 달리 귀나 발 등 인체의 다른 부위를 인체 축소판으로 보는 요법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부위의 통증만을 없앨 뿐이지 그에 상응하는 내장의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사람의 몸은 소우주이고 손은 그 안의 소우주다. 손에서 인체의 신비를 풀어가고 있는 수지침의 원리를 실행하는 가장 쉬운 첫 걸음은 손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다.
2. 손과 인체의 관계는 무엇일까
임상실험으로 밝혀진 14기맥
손에는 우리 몸의 장기를 다스리는 기맥(氣脈)이 있고, 다섯 손가락이 다섯장부(五臟)의 기능을 주관한다(그림1).
인체의 앞면은 손바닥, 뒷면은 손등에 해당한다. 몸의 좌우 배치는 셋째 손가락을 중심으로 정해진다. 이때 다리는 첫째와 다섯째 손가락, 팔은 둘째와 넷째 손가락에 해당하는데, 이는 좌우 손 모두에 적용된다. 한 예로 왼쪽 발에 해당하는 손가락은 오른손의 경우 첫째 손가락, 왼손의 경우 다섯째 손가락이다.
하지만 이 경우 두 손가락 모두를 치료하지 않는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한쪽 팔이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아픈 부위가 어느쪽이냐에 따라 한쪽 손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왼발이 아프면 오른손의 첫째 손가락이 아니라 왼손의 다섯째 손가락이 치료 대상이다. 양쪽 손을 한꺼번에 치료하면 기(氣)가 지나치게 몰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손에는 14기맥과 3백 45개의 치료점이 있다. 이 치료점들은 모두 오랜 임상 실험을 거쳐 밝혀진 것이다. 즉 손의 특정부위에 침을 놓고 몸에 효과가 나타난 것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다. 14기맥은 알파벳(A-N) 부호로 표시한다.
간단하게 자신의 손에서 반응점을 찾아보자. 만일 뒷목이 뻐근하면 가운데 손가락 뒷부분의 첫째마디 근처를 끝이 뾰족한 볼펜이나 성냥개비 등으로 누른다. 그러면 유난히 통증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목의 아픈 부위에 해당하는 손의 반응점이다.
3. 보통 침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하고 쉬워 누구나 활용 가능
수천년 역사를 지나며 전수되고 있는 체침은 그 나름대로의 효과로 인류 건강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체침을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과 많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그래서 치료하는 사람과 치료받는 사람 모두에게 번거럽고 어렵다.
이에 비해 수지침은 스스로 가정에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간편한 방법으로 그때그때 처치하고 예방할 수 있다. 보통 하루 2시간씩 10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자기 몸의 응급처방 정도는 할 수 있다.
일반 침구학 분야에서 침을 손에 놓는 행위는 손에 흐르는 경락을 이용해 인체의 일부분만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손을 인체의 축소판으로 여겨 손에서 인체 전부를 치료하는 수지침과는 원리적으로 매우 다르다.
또한 필자가 체침의 효과를 실험한 결과 팔꿈치와 팔관절 부위를 자극했을때 확실한 반응이 나타났다.
다른 부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수지침에서는 침을 얕게 찌르기 때문에(1mm 정도) 침은 짧고 가벼워야 한다. 길면 침이 휘청해서 쓰러지기 쉽다. 또 침을 놓는 손 부위는 신경이 예민하기 때문에 침은 가늘어야 한다. 굵으면 아프고 피가 많이 나온다.
4.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무엇인가
적외선 체열 검사·뇌파촬영 등
수지침의 효과는 질병이나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수지침으로 치료한 후 통증이나 이상이 감소되거나 소멸됨을 환자와 시술한 사람이 함께 확인하면서 증명된다. 적외선 체열검사나 CT촬영, 뇌파촬영, 심전도검사 등을 해보면 수지침 치료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다.
고려수지요법학회에서는 수지침의 과학성과 효과성을 널리 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한·일 고려수지요법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향후 개최될 제 15회 학술 대회부터 한·일 두나라뿐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는 수많은 논문들과 임상 결과가 발표되는데, 이 논문들은 여러 종류의 과학적인 도구를 이용해 효과가 입증된것을 발표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의 한 의학박사가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자. 여기서 수지침을 비롯한 보조 기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외선으로 촬영한 체표 열상태와 뇌파의 변화를 통해 입증됐다.(그림2)
얼마전 TV프로에서는 한의사들이 출연해 환자를 치료할 때 수지침을 사용해 간편하고 신속한 효과를 본다고 설명하면서, 중풍, 신경통, 견통, 두통, 요통, 폐결핵 등 여러 임상적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혈압이상 환자에게 수지침을 시술한 지 30분 후 관찰된 적외선 체열촬영도 보고됐다. 이때 환자의 눈, 이마, 가슴부위의 체열이 감소되면서 치료효과가 나타남이 증명됐다.
전신비만 환자나 다이어트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때 피부에 주름살 없이 원기가 보존되면서 3개월에 평균 6kg의 감량 효과가 나타나 체지방 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국립의료원 구강악 안면외과에서는 우수한 진통·진정 효과를 이용하려고 수지침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5. 수지침은 만병통치약인가
신경성 통증에 효과, 중증환자는 무리
수지침의 효과는 어린아이부터 노약자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적용되는 질병 또한 광범위하다. 수지침 시술 후 빠르면 즉시, 늦어도 20-30분 후면 시술 전과 다른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특히 견통이나 요통, 무릎이 삐거나 아프고 뒷목이 뻐근한 경우, 신경성 두통 등에 수지침을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지침은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진통제 등 약물의 장기복용에서 오는 부작용이 없다. 그래서 약물에 의존하는 질병인 신경성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에 걸린 만성환자들에게 더욱 바람직하다.
하지만 모든 의학은 그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원리적으로 볼때 몸의 모든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수지의학이지만, 보다 전문적인 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지침만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급성 전염병, 외과적인 수술을 필요로 하는 병, 악성종양, 노인성 질환(중풍, 당뇨, 심장질환등), 중증의 피부염이나 류머티즘, 알레르기 등은 치료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수지침 치료에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먼저 몸이 안정한 상태에 있지 않을 때는 수지침 치료를 삼가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기를 느낄 정도로 배가 비어 있을 때 자극을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술에 많이 취했거나 목이 몹시 마를 때, 그리고 아주 기쁘거나 슬플때도 마찬가지다. 먼 길을 급히 걸어온 사람은 잠시 쉬고 난 뒤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체질적으로 몸이 비정상인 사람도 수지침 자극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압이 항상 낮거나 높은, 혹은 불안정한 사람, 신체나 정신이 너무 허약한 사람, 맥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사람 등은 수지침 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6. 어떤 보조 도구를 사용하나
통증 주지 않는 다양한 자극 기구
고려수지요법학회는 수지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침 외에 다양한 기구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질병의 종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기구를사용해 자극할 때 효과가 보다 잘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일반적인 체침에 비해서는 덜하다고 하더라도 침에대해 고통이나 두려움을 갖기 쉽다. 울고 있는 어린이에게 "침 놓는다" 는 말을 하면 울음을 뚝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통증없이 효과를 나타내는 기구를 개발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로 주어진다.
보조기구는 크게 피부를 뚫는 기구와 그렇지않은 기구로 구분할 수 있다. 피부를 뚫는 기구는 대체로 응급처치나 급성 통증 질환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피를 뽑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서암사혈침, 통증과 비슷한 기계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0.5mm정도 투입하는 서암침이나 T침 등이 있다. 이때 침이 손에 얕게 꽂히므로 환자는 침으로 인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이에 비해 피부를 뚫지 않고 표면에 자극을 주는 기구는 주로 만성적인 질환에 사용된다. 원기증진, 원기회복, 열이 나거나 냉할 때의 건강관리에는 데지 않게 뜨는 뜸인 서암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서암전자빔은 작은 크기의 전류를 피부에서 약 2-3mm 떨어져 자극을 주는 기구다. 이는 통증이 전혀 없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보조기구다. 각 손가락에 특수합금으로 만든 반지를 끼워 내장 기능을 조절하기도 한다.
수지침의 원류 고려수지요법학회
수지침의 정식 명칭은 고려수지침요법이다. 수지침은 고려수지요법학회의 유태우 회장이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만들었다.
현재 문화센터나 관공서, 회사, 종교단체, 언론계, 주부교실, 학교, 은행, 농협, 복지관, 노인대학, 연수원, 군부대 등 수많은 단체에서 회원들이 수지침을 배우고 있으며, 고려수지요법 본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1백 68개의 지회에서 수지침을 연구·보급하고 있다.
수지침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그 과학성을 인정받아 교포들이 수지침을 본업으로 생활기반을 닦기도 하고, 외국의 의사들이 고려수지요법학회를 직접 방문해 수지침을 배우고 있으며, 현지 요청에 의해 고려수지요법학회 유태우 회장이 해외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96년 3월 현재 수지침을 3시간 이상 교육받은 사람은 약 2백만명이며, 학회에 정식으로 가입한 정회원은 30만명에 이른다.
고려수지요법학회에서는 회원들이 수지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구하도록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정기 월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임상 발표가 수록된 임상집을 발행하고 있다. 96년 3월 현재 임상집 제 84권이 발간됐다.(전화 233-5244)
의료행위인가 민간요법인가
1994년 4월 서울의 한 문화센터에서 개설중이던 수지침 강좌가 폐지명령을 받았다. 한의사협회의 진정이 발단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수지침 강의가 의료법 저촉이라는 명분으로, 교육부는 의료분야가 학원강습 대상이 아니라는 명분으로 수지침 교습 폐지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김광일)는 폐지명령이 부당하다는 수지침 회원들의 진정에 따라 1994년 6월경부터 심사를 착수했고, 1995년 4월 17일 다음과 같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① 수지침요법은 유태우씨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한의학 관련 기술이 아니다.
② 민간요법 차원에서 연구·개발·보급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③ 이런 것을 국민들이 배워서 가정요법으로 이용하고, 직업으로 하지 않는 한 의료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④ 수지침요법은 사회교육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수지침요법의 지식을 전달·전수받는 행위는 의료법 저촉이 아니다.
이 최종결정은 수지침 요법이 한의학과 관련된 기술이나 학문이 아니고, 수지침 교습이 의료범위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가민간 요법으로 봉사활동에 이용하는 것은 의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