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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색인가 색소색인가 나비의 정체를 밝힐 열쇠는 비늘의 빛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비비늘은 과연 어떤 나비의 것일까. 나비의 정체가 밝혀질 수만 있다면 당시의 자연환경을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관련학자들의 견해다. 나비와 같이 작은 생물들(micro fauna)은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나비의 종류를 알 수 있다면 과거의 기후를 짐작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충북대 이융조교수팀이 발견해낸 나비의 비늘에 대해 신유항교수(경희대·곤충학)는 "나비의 비늘임에는 틀림없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종인지는 구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신교수에 의하면 나비에는 2쌍의 큰 막질의 날개가 있는데, 보통 전면에 비늘이 규칙적으로 빽빽이 배열돼 있으며 여러가지 빛깔이나 무늬가 이것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각각의 비늘은 납작하고 가는 자루에 의해 날개의 표면에 박혀 있으며 내면에 색소가 있고 표면에는 다수의 미세한 세로줄과 융기선이 달리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날개에 비늘이 부착되는 방식이다. 신교수에 의하면 나비의 비늘은 날개에 마치 전기코드가 소케트에 꽂혀있는 구조로 규칙적으로 부착돼 있다는 것이다. 즉 사진에서처럼 비늘의 한쪽 끝이 뾰족하게 생겼는데, 이 부분이 날개의 스케일 소케트(scale socket)에 꽂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루봉유적에서 나온 나비비늘은 나비날개의 스케일 소케트에서 떨어져나와 동굴바닥에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 신교수에 의하면 나비비늘은 거의 반영구적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수십만년전의 것이 오늘날 발견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나비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나비비늘의 색이 구조색인가, 색소색인가를 알아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신교수는 말하고 있다. 여기서 구조색이란 여러가지 색으로 된 것을 말하고, 색소색은 물감을 들인 것처럼 한가지 색을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나비들중에 호랑나비과 부전나비과 네발나비과 등에 속하는 것들은 구조색으로 돼있고, 흰나비 등 나머지 나비들은 색소색으로 돼있다는 것인데, 두루봉에서 발견된 나비비늘들이 어떤 색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은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두루봉유적과 수양개유적에서 나온 다수의 나비비늘중에는 빙하기때의 것과 간빙기때의 것들이 함께 있으므로, 따뜻한 기후때 살았던 나비들과, 추운 시기에 살았던 나비들이 모두 포함돼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들 나비중 빙하기에 해당되는 지층에서 출토된 것들은 어쩌면 오늘날의 산굴뚝나비 종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의 정상부근이나 일본의 고산지대 등 추운 기후환경에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굴뚝나비를 채집하여 날개의 비늘을 현미경으로 촬영, 두루봉나비비늘과 빛깔 모양 등을 대조해본다면 동일종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립과학관의 이승모 곤충표본실장도 두루봉유적에서 출토된 나비비늘을 확인하면서 어느 종류인지는 알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이실장에 의하면 지구상에는 2만여종의 나비가 있으므로 그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밝히는 작업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나비목이 등장한 것은 약 2억년도 더 지난 중생대의 삼첩기 이후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긴 나비의 역사에 우리는 현재 30~40만년전의 것을 편린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고고학 생물학 고생물학 전자현미경의 기술 등등 자연과학의 발달은 과연 어디까지 과거의 신비를 벗겨줄 수 있을 것인가. 나비비늘의 발견을 계기로 우리의 학문수준이 계속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나비 사진.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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