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가 부숴버린 피에타 조각품.


1946년 개발된 애니악이 폭탄과 미사일의 탄도계산에 쓰였다는 점을 보면 초기 컴퓨터는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현재 슈퍼컴퓨터가 사용되는 분야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문화와 관련된 일이다.

가령 미켈란젤로가 그의 무덤 동상으로 만들었다가 스스로 부숴버린 피에타(예수의 유해를 무릎에 안고 비탄해하는 성모 마리아) 조각품을 복원하는 일에서 말이다. 실제로 IBM의 컴퓨터과학자들과 르네상스 예술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이를 가상공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피에타 조각을 디지털 자료로 거의 실제에 가깝게 복원하는 동안 고성능 컴퓨터에 무려 20억바이트의 데이터가 쌓일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향후 여러 아름다운 예술품의 복원뿐 아니라 재창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단편적인 정보와 상상력으로 과거 역사를 유추하는 고고학자들에게도 슈퍼컴퓨터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1996년에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컴퓨터와 스톤헨지 전문가들이 3차원 가상 스톤헨지를 구현했다. 스톤헨지는 영국 남부 월트셔에 세워져 있는 선돌로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다. 가상공간에서 구현된 스톤헨지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BC 8500년에서 AD 2000년까지의 다른 시간대에서 바라보는 스톤헨지의 전경을 볼 수 있게 했다.

또 AD 79년에 화산재에 파묻혀 버린 화려했던 고대 도시, 폼페이를 가상공간에서 복원하는데도 슈퍼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카네기 멜론 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폼페이인의 생활과 문화를 재현하기 위해서 가상 폼페이에는 대형극장, 사원 등이 복원된다.

타이타닉 특수효과가 가능한 이유


화산재에 파묻힌 고대 도시 폼페이의 사원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복원된 모습.


​그런데 과거 문화의 복원과 재창조보다 영화제작에서 오히려 슈퍼컴퓨터의 활용 예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로 블록버스터류인데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맨인블랙’ ‘로스트인스페이스’ ‘쥬라기공원’ ‘터미네이터2 ‘딥임팩트’ 그리고 ‘타이타닉’과 같은 대작이 예.

이들 영화의 특수효과를 연출하는데 고성능 슈퍼컴퓨팅 시스템은 필수다. 만약 슈퍼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쥬라기공원’의 티렉스가 그렇게 생동감 있고 위협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또 ‘터미네이터2’의 액체금속 악당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왜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것일까. 데이터가 매우 집약적인 3D 애니메이션과 같은 이미지 제작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영상 자료에 생생한 이미지와 같은 각종 효과를 첨가, 편집한 뒤 동영상 파일을 만들어 이미지화하는 과정인 렌더링에서 주로 쓰이는데, 한 프레임을 렌더링하는데 무려 60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영화의 1초가 24프레임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이용되는 게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처럼 문화와 관련해서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실로 막대하다. 슈퍼컴퓨터가 보여주는 과거문화의 모습과 영화에서의 새롭고 기발한 인간 상상력이 미래에는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발전할지 사뭇 기대된다.

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 진로 추천

  • 미술사학
  • 문화콘텐츠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