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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집중하지 못하는 나 내 책임일까?

책 읽어주는 언니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제임스 윌리엄스 지음│박세연 옮김
머스트리드북│214쪽│1만 5000원

 

인스타 피드를 내리다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 또 그럴 때마다 자신의 자제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제임스 윌리엄스는 구글에서 10년 동안 전략가로 일했다. 그는 검색 광고 분야에서 공로를 세워 사내 최고 영예인 ‘파운더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어느 날 윌리엄스는 기술 산업이 상품을 설계하지 않고 사용자를 설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도록 행동을 유도하고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다. 인간의 주의력은 희소한 상품이자 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들은 사실상 광고회사다. 이들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인간의 충동을 겨냥하고, 인지적 취약성과 의사결정 편향을 활용하고 있다. 지능적인 설득 작업이 광고 수입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윌리엄스는 이제까지 주의력 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용어가 부족해 이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의를 3가지 개념적 틀로 나눠 설명했다. ‘집중(spotlight)’, ‘별빛(starlight)’, ‘햇빛(sunlight)’이다.

 

집중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이 과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능력이다. 한층 더 깊은 차원인 별빛은 우리 삶이 더 높은 목표와 가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능력이다. 가장 원천적인 차원인 햇빛은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정의하게 하는 능력이다.

 

지능적인 설득의 힘에 빼앗긴 주의를 다시 찾아오는 것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최대 도덕적, 정치적 과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들은 스스로의 자제력을 탓하지만, 결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개인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집단은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정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주의력 분산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공동의 목적을 세우고 이를 추구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설계자들은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설계자 선서’를 통해 사용자의 존엄성과 주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서는 조직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발적인 윤리적 약속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햇빛을 가리지 마시오.”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디오게네스의 햇빛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윌리엄스는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로부터 빛을 가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강조한다. 우리도 디지털 알렉산드로스를 올려다보며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고 외쳐야 한다고.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그런데 성별의 차이가 유전(생물)과 문화(환경) 중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오랜 논쟁이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어설픈 생물학이 만든 잘못된 통념을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여성과 남성 사이에 생물학적으로 몇 가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드 발은 영장류인 침팬지와 보노보에서 근거를 찾는다. 동시에 동물 관찰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범위도 제시한다. 동물이 문화라는 관성에서 벗어난 인간의 본능을 말해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드 발은 성차별의 근거가 됐던 기존의 생물학적 통념도 하나하나 반박한다. 네덜란드 왕립 뷔르허르스 동물원에서는 알파 암컷 ‘마마’가 40년 넘게 침팬지 무리를 이끌고 있다. 다 자란 수컷 침팬지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해결할 수 없게 되자 마마에게 달려가 마마의 긴 두 팔에 각각 앉아 마치 새끼처럼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자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계급과 서열을 가진 개체인 알파의 지위가 덩치나 힘, 공격성을 가진 자가 아닌 탁월한 조정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이분법적 경계’에서 벗어난 영장류는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도나는 암컷 성을 가졌지만, 수컷의 몸과 습성을 지닌 젠더 비순응 침팬지다. 도나는 수컷 어른들과 함께 털을 곤두세운 채 과시 행동을 자주 했다. 하지만 도나는 다른 침팬지들과 잘 지냈다. 동물들은 자신과 다른 개체를 인간만큼 적대시하지도 않으며 라벨을 붙여 평가하지 않는다.

 

책은 이 외에도 수컷이 새끼를 돌볼 잠재력은 없는지,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인 존재인지, 남성의 성욕이 여성보다 정말 강한지 등 성차에 관한 재밌는 궁금증에 생물학적 대답을 내놓는다.

 

드 발은 감정을 자극하기 쉬운 젠더 차이에 관해 얘기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동물을 연구하되 판단하지 않으려는 영장류학자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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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기자
  •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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