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달의 책]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는 잘 살고 있을까

돌고래 씨 안녕허우꽈?

홍아름 지음│

유승민, 이하연 그림

핑랩북스│120쪽│1만 3000원

 

 

제주 남서쪽 모슬포 근처 해안가는 돌고래 명소로 유명하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CU서귀영락해안도로점’을 찍은 뒤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제돌이, 춘삼이 등 스타 돌고래도 볼 수 있다.

 
사실 말이 좋아 스타지, 이들이 유명해진 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제주에는 남방큰돌고래 120여 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 중에 꼬리가 없어 눈에 띄는 돌고래가 한 마리 있다. 오래라는 돌고래다. 오래는 어부들이 버린 어구에 걸려 꼬리를 잃었다. 턱이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입 안에 큰 종양이 나있는 돌고래다. 구강암에 걸린 것이다. 해양 단체는 제주 연안이 발암물질로 오염됐을 확률을 제기했다.


자연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지만, 이름이 붙은 유명 돌고래는 수족관에 강제로 포획됐다가 풀려난 경우가 많다. 간혹 등지느러미에 숫자가 새겨진 돌고래들이 수족관 출신이다. 이들은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몇 년 전 가까스로 자연에 돌아왔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수족관에 갇혀 있던 돌고래들은 야생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쉽지 않아 보였다. 금등이는 6~7살쯤, 대포는 3~4살에 포획된 뒤 20년가량 수족관 생활을 했다. 돌고래 평균 수명이 약 40년 정도이니,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되어서야 자연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래서인지 2017년 방류되고 나서 두 돌고래를 목격한 사람은 아직도 없다. 


다행히도 비교적 짧게 수족관에 있었던 돌고래들은 바다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수족관의 돌고래들이 방류된 뒤 제주 바다 돌고래 개체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제돌이와 춘삼이를 비롯해 제주에 사는 돌고래들의 사연과 특징은 이 책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사연을 보면서 안타까워 슬픔을 느끼다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어느새 웃음 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아마 책을 읽다 보면 제주에 가서 돌고래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절로 들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돌고래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방법과 함께, 돌고래가 잘 보이는 명소를 귀띔해줬다.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의 인터뷰, 수족관의 돌고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데 힘쓴 핫핑크돌핀스 조약돌 대표와의 인터뷰도 담아 전문성을 높였다.  
제주에 사는 돌고래들의 이야기가 담긴 ‘돌고래 씨 안녕허우꽈?’는 11월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출판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구매자들에게는 한정판 굿즈까지 준다고 하니, 책을 가장 먼저 만나 볼 기회를 놓치지 말자.

 

 

1994년 에티오피아 아와쉬 강에서 인골 조각이 발견됐다. 440만 년 전 화석 ‘아르디’였다. 루시보다 100만 년 앞선 인류 화석. 발굴팀이 에티오피아 황무지에 목숨을 걸고 수차례 방문하며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위대한 발견에도 학계 반응은 냉랭했다. 일부는 화석의 발견을 부정했다. 발굴팀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은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0년간 인류는 현생 침팬지와 비교됐다. 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의 아르디 화석이 발견됐으니. 아르디의 발견은 그저 새로운 화석이 아닌, 이제껏 믿고 연구한 것을 부정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진실로 다가온 셈이다. 


당시 기자였던 커밋 패티슨은 의문을 품었다.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를 반드시 취재하고, 그를 통해 모두가 부정하는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만약 영화였다면 전형적인 사망 플래그로, 패티슨은 가장 먼저 죽었을 것이다.) 


노력 끝에 패티슨은 팀 화이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만나, 아르디의 발굴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화석에 담긴 진실을 들었다. 현장 탐사는 물론, 논문 수만 페이지를 살폈다. 그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책에는 아르디를 발견하기 전후 벌어진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법과 싸우는 법, 인간의 편견부터 아프리카 부족 제도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류의 진화 연구가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할 줄은. 책 제목의 ‘화석맨’은 오래된 뼈를 트럭 가득 수집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경멸받는 분야를 고독하게 연구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번 결과는 화려하게 뽐내지 않아도 꾸준히 제 갈 길을 간 화석맨들이 이뤄낸 성과다. 


그래도 누군가는 기대하지 않았을까. 진짜를 알아본 누군가가 고인류학에 노벨상을 수여할 거라고. 

 

202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인류학
    • 해양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