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편집장이 허락하는 이달의 꼼지락] 솔로들을 위로하는 물 전기분해 실험

솔로들의 보릿고개가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11월 11일, 12월 25일, 그리고 다음 해 2월 14일, 3월 14일까지 커플의 계절이 쭉 이어질 겁니다. 힘든 시기를 앞둔 솔로들을 위해 ‘커플 브레이커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전류를 흘려 물 분자 속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를 떼어놓을 겁니다. 잔혹한 실험이죠(후후).


먼저 컵에 솔로들의 눈물…은 아니고 그 비슷한 소금물을 담습니다. 연필 두 개를 준비해 심이 드러나도록 양 끝을 깎아주세요. 연필 한쪽 끝이 소금물에 잠기도록 연필 두 개를 고정해줍니다. 그다음 집게 전선 두 개로 물 밖으로 나온 다른 쪽 끝을 각각 집은 뒤, 건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연결해 주세요. 곧 소금물에 잠긴 연필심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맺힙니다. 


거품은 사실 물속에서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 분자 속 산소와 수소 원자는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결합’이란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산소 원자는 전자 두 개가 더 있어야 안정적이고, 수소 원자는 전자 한 개가 더 있어야 안정적이거든요. 그러니 산소 원자 하나가 수소 원자 두 개와 만나 전자를 각각 한 개씩 공동소유하는 겁니다. 재산을 담보로 한 정략결혼 같은 이 모습을 우리는 물 분자라고 부릅니다. 


갈등은 재산이 변동할 때 발생합니다. 물에 전류를 흘리면 건전지의 음극과 연결된 곳에는 여분 전자가 생깁니다. 산소는 전자를 아주 좋아하는 욕심 많은 녀석입니다. 여분의 전자를 냉큼 받고 나니 수소와 전자를 공유할 필요가 없어지죠. 수소 하나를 뻥 차고 수산화 이온(OH-)이 됩니다. 재산, 그러니까 전자를 뺏긴 수소 이온(H+)은 또 다른 수소 이온과 만나 수소 분자(H2)를 이룹니다(2H2O+2e- → H2+2OH-). 


한편 건전지의 양극과 연결된 곳은 전자가 모자라집니다. 여기서도 전자를 뺏기는 건 수소 원자입니다. 전자를 뺏긴 수소 원자는 이온이 되고, 산소 원자는 자신의 전자를 지킨 채 다른 산소 원자와 만나 산소 분자(O2)를 이루죠(2H2O → O2+2H++2e-).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는 물에 잘 녹지 않는 기체입니다. 거품이 돼 수소 분자는 음극에, 산소 분자는 양극에 맺히죠. 우리는 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즐기면 되겠습니다. 누가 방에서 혼자 뭐 하냐고 물어보면 “사랑은 덧없는 거야. 마치 이 거품 방울처럼”이라고 대답해 주세요. 어색해지는 분위기는 물론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전기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