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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내가 살기에 남을 죽인다

병을 일으켜 상대방을 죽게 하는 천적, 숙주몸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다 빨아먹고 고자시키는 천적,직접 잡아먹는 천적 등의 얘기.

천적(natural enemy)을 우리나라 말로 풀이하면 '천연(天然)의 적(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적이란 살아있는 생물에서 영양을 섭취하여 생활하는데, 그 결과 그 생물을 사망시키거나 또는 그 생물의 번식력을 저하(低下)시키는 생물을 말한다. 천적을 크게 나누면 병원미생물, 기생(寄生)성 천적, 포식(捕食)성 천적 등 세가지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곤충의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첫째집단은 감염성(感染性)의 병을 일으켜서 사망시키는 병원 미생물이다. 예를들면 사람이 병든것과 같이 곤충도 병이 드는데,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이 병에 걸렸다고 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2세기경 누에의 병인 백강병(白殭病)이라는 것도 기록되어 있다. 또 옛날부터 한방약으로 알려진 동충하초(冬虫夏草)의 한 무리도 역시 곤충의 병이다.

이런한 병을 일으키는 병원미생물 중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균 사상균(絲狀菌) 원생동물인 선충(線虫) 등이다.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나는 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면 병사하는 곤충은 체내에서 세포가 파괴되어 조직이 붕괴되는 연화증상(軟化症狀)으로 사망한다.

연화증상에 있는 곤충은 바람이나 비에 의해서 다시 붕괴되어 바이러스가 그 주변 일대에 비산(飛散)되어 근처에서 서식하고 있는 건전한 곤충에게 감염된다.

곰팡이의 일종인 사상균(絲狀菌)에 감염된 곤충은 이번에는 경화병(硬化病)을 일으키게 되는데, 백강균이나 황강균 사상균에 감염을 받은 곤충은 몸이 딱딱해지며 결국은 균사(菌絲)에 싸여서 스폰지상태로 된다. 거기세 포자(胞子)가 형성된다. 이 포자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게 되어 다른 곤충의 피부에 부착돼 감염된다. 사상균의 포자가 곤충피부에 부착되면 발아(発芽)되어 몸속에 침입한다. 그 이후 곤충의 체내에 균사를 충만시켜 죽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체내에 기생하는 회충은 선충(線虫)의 한 무리라고 볼 수 있는데, 선충중에도 가장 몸이 큰것. 선충은 실과 같이 가늘고 아주 작은 동물이다. 선충에는 동물기생성과 식물기생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동물에 기생하는 선충은 대형이고 식물에 기생하는 선충은 소형이다. 그러나 같은 동물기생성 선충이라 해도 곤충에 기생하는 선충은 극히 미소한 것도 많다.

이 선충은 많은 곤충에 기생하는 유력한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가 배추흰나비의 유충을 사육할 때 노령유충에서 약 1백㎜정도 되는 실같은 선충이 탈출된 경우도 있었다. 이 선충은 곤충 몸속에 침입하면 급속도로 성장하여 많은 새끼를 번식하게 되는데 이 많은 선충의 창자속에는 세균(공생균, 洪生菌)이 살고 있고, 이 세균이 곤충 몸속에서 번식할 때 빠르면 2일만에 그 곤충은 치사(致死)된다. 또 선충은 이 공생균이 없이는 번식 되지 않는다.
 

영양분을 다 빨아먹고^ 배추벌레고치벌이 배추벌레 몸에서 탈출하여 고치를 형성하였다. 배추벌래 몸의 검은 반점은 배추벌레고치벌이 탈출한 부위(部位)


기생성 천적들

둘째 집단은 기생성(寄生性)천적을 들 수 있는데 양배추밭에서 배추흰나비의 유충을 채집하여 샤레(shalle)에다 사육하면 배추벌래 배(腹部)의 측면에서 작은 구데기같은 것이 탈출한다. 그들은 탈출하자 마자 작은 고치를 형성하는데 그후 배추벌레는 사망한다. 이 기생벌을 배추벌레 고치벌(apanteles glomeratus)이라고 부른다. 17세기초 이탈리아의 '알드로밴디'라고 하는 사람이 이것을 처음으로 기록하였는데, 그는 이것을 배추벌레의 '알'이라고 오인하였다. 이것이 기생벌이라고 알게 된 것은 그후 약 1백년 후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누에에 기생하는 잠아기생파리(Tricholyga sorbillans)에 대한 기록이 17세기 중간쯤 '담자조충'이라는 책속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 기생파리는 누에의 등에다 알을 산란하며 그것이 구데기가 되어 누에의 몸을 먹고 땅속에 들어가 파리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이화기(二化期)의 누에에는 70%의 피해를 받게 되지만 일화기의 누에에는 기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예부터 전해져 온 바와 같이 곤충에 기생하는 천적으로서 벌무리(벌목) 파리무리(파리목)의 곤충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벌목의 기생성천적을 기생벌이라 하고 파리목의 기생성천적을 기생파리라고 부른다.

기생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맵시벌과(Ichneumonidae)의 기생벌은 비교적 대형의 종류가 많은데, 주로 나비목과 딱정벌레목의 유충과 번데기에 기생한다. 배추벌레사리납작맵시벌(Itoplectis naranyae)은 배추흰나비의 유충에 기생하여 번데기에서 우화탈출하는가 하면, 황다리납작맵시벌(Ephialtes capulifera)은 천막벌레나방이나 매미나방 등의 번데기에 기생하는 종류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한편 고치벌과(Braconidae)의 고치벌은 나비목 딱정벌레목 파리목 벌목(특히 잎벌류) 등의 유충에 기생한다.

무우 배추 양배추밭에서 가끔 눈에 띄는 배추벌레고치벌은 유명하다. 몇년간 배추벌레 고치벌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

봄 3월 하순에서 4월에 이르기까지 배추흰나비가 동면에 있던 번데기에서 우화(羽化)탈출하여 4월하순부터 7월까지 몇번이고 세대교체하는 배추흰나비의 유충은, 그 시기에 무우밭 배추밭 양배추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추벌레에 기생하는 배추벌레고치벌도 이 시기를 놓칠세라 4월하순에서 7월까지 십자화과(十字花科) 식물이 있는 밭에 날라 온다. 배추벌레고치벌이 산란을 하게 되는 대상은 배추벌레가 2~3령기가 되었을 때 배추 벌레몸벽에 산란관을 꽂고 1회에 20~30개의 알을 낳는다. 이렇게 되면 배추벌레의 몸속에서 벌의 알이 부화되어 벌의 유충이 되는데, 그 유충은 배추벌레가 생활을 계속해가며 성장하는 사이에 배추벌레의 소화관 근육 숨관신경을 해치지 않고 다만 배추벌레의 혈액과 지방체 등을 먹고 성장한다.

서서히 양분을 빼앗아…

한편 배추벌레는 자신의 몸 속에 기생충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무우나 배추 또는 양배추잎을 먹어가며 성장한다. 이렇게 5령유충까지 성장한 배추벌레는 전(前)번데기로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그때는 먹이의 섭식을 중지하고 무우 배추 양배추잎 뒷면에 용화(蛹化)를 하기 위하여 입에서 토사(吐絲)한 실로 자신의 몸을 자신이 붙어 있던 잎에 튼튼하게 고정시켜 몸을 묶는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배추벌레고치벌에 기생당한 배추벌레는 자신의 몸을 고정시킬수도 없고 몸을 묶지도 못하게 된다. 그때 배추벌레의 몸으로부터 영양을 잔뜩 섭취한 배추벌래고치벌의 유충은 배추벌레의 피부를 식파(食破)하여 슬슬 몸밖으로 나온다. 기생벌의 유충이 탈출한 후 배추벌레는 몸이 마르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기생벌은 해충에 해당하는 배추벌레를 죽게 하는 중요한 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배추벌레를 탈출한 벌의 유충은 각각 작은 고치를 형성하는데, 고치는 서로 붙어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고치 속에 들어 있던 벌의 유충은 고치 속에서 번데기로 되고 번데기는 고치속에서 배추벌레고치벌로 우화하여 고치를 탈출하여 꽃을 찾아 흡밀(吸蜜)한다. 암컷은 십자화과 식물을 찾아 배추벌레의 몸에 산란 하기 위한 탐색활동을 하고 수컷은 교미상대의 암컷을 찾는다. 이들 기생벌이 배추벌레를 기주(寄主)로 하는 경우 이와 같은 생활사는 배추흰나비의 세대수와 거의 같다. 가을에 배추벌레에서 탈출한 기생벌의 유충은 고치 속에서 번데기로 월동하며 다음해 봄에 배추벌레가 밭에서 서식할 경우 배추벌레고치벌도 성충으로 되어 고치에서 우화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기생벌이 있는데 그중 몇가지 예를 든다면 솔나방의 알에 기생하는 송충알벌(Trichogramma dendrolimi) 나비목에 기생하는 수중다리좀벌(Brachymeria ornatipes), 바구미에 기생하는 바구미살이금좀벌(Lariophagus distinguendus), 특히 팔랑나비류에 기생하는 털보거미파리(Penicillida jengnsi) 등이 있다.

진딧물의 천적, 무당벌레

세번째 집단으로 포식성천적(捕食性天敵)을 들면, 무당벌레(Harmonia axyridis)가 유명하다. 야외에서 작물해충으로 번식력이 빠른 진딧물(Adelges piceae)이 있는 곳을 잘 관찰해 보면 제법 많은 천적류가 진딧물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대부분 무당벌레무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무당벌레는 포식성천적 곤충으로서 그 역할이 크고 몇백년 전에 이미 알려져있다.

외국서적에도 lady bird(무당벌레의 영어명)라는 이름으로 무당벌레의 왕성한 포식성에 대해서 잘 기술되어 있다. 무당벌레무리중에는 완전히 식물성인 28점박이 무당벌레(Epilachna sparsa orientalis)가 있는데, 이것은 분류학적으로 무당벌레와는 별도로 취급되어 다른 과(科)에 넣기도한다.

7점박이 무당벌레(Coccinella septemunctata)의 경우 진딧물을 포식하는 실험에서 조사한 것을 예로 들면 유충의 1령기에서 평균 24.22마리, 2령기에서는 35.96마리, 3령기에서는 71.74마리 4령기에서는 370.07마리, 성충에서는 5천3백50마리의 진딧물을 포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벌레의 일생을 통해서 1마리가 4천6백~7천1백마리의 진딧물을 포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익충을 보호한다는 것이 얼마만큼 인간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무당벌레의 습성 행동을 파악해서 잘 응용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일벌들이 포식활동을 하는데,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등 나비목의 유충을 포식하는 천적으로서 뱀허물쌍살벌(Parapolybia varia) 두눈박이쌍살벌(Polistes chinensis antennalis)등은 해충천적으로서 중요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구멍벌과(Sphecidae)의 대부분은 땅속에 집을 만들거나 또는 나뭇잎 위에 진흙으로 집을 만들고 사는 벌들로, 먹이로서는 나비목의 유충 메뚜기 귀뚜라미 바퀴 거미 등을 포식하나, 포식량의 한도가 있기 때문에 해충천적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고 있다.

파리목의 파리매(Promachus yesonicus)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것은 약 13종이 있다. 이들은 포식성활동을 하는데, 곤충을 힘찬 앞다리로 포획하여 상대의 체액을 흡수하여 죽인다. 파리매의 유충은 땅속이나 부패된 나무 속 같은 데서 생활하며 몸이 연한 각종 곤충의 유충이나 메뚜기의 알을 포식한다. 이와 같이 파리매의 유충은 해충을 포식하여 성장하지만 성충은유익한 곤충도 포식하기 때문에 이들은 포식천적 곤충으로서 유익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무당벌레가 보리이삭 속으로 들어가 진딧물을 포식하고 있다


머리를 움직이며 먹이를 포식

한편 메뚜기목의 사마귀(Paratenodera sinensis)는 포식성 곤충이기는 하나 해충뿐만이 아니고 간혹 익충도 포식하기 때문에 유익한 천적이라고 할 수 없다.

사마귀는 알덩어리에서 부화된 어린 유충의 크기가 12㎜ 정도 되는데, 성장하면서 7회를 탈피하며 완전한 날개까지 자라서 성충의 몸길이가 90㎜가 된다. 어린 유충에서부터 보호색을 가지고 적을 피해가며 포식활동을 하는 그들은 새라든가 도마뱀 등에 포식당할 우려가 있어 풀잎 뒤나 나무잎 뒤에 숨어서 진딧물 모기 파리 등을 포식한다. 성충으로 되면 역(逆)삼각으로 된 머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유지매미 말벌 여치 잠자리 등을 포획한다. 앞다리가 특히 크고 튼튼하게 발달하여 곤충을 포획하기에 안성마춤이다. 곤충중에 머리를 움직이는 것은 사마귀 외에 잠자리 뿐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어린 유충 때는 수컷이 암컷보다 강한 편이어서 암컷을 수컷이 포식하기도하지만 그 대신 그 유충이 성장해서 성충이 되면 이번에는 역으로 암컷이 수컷을 포식한다. 이러한 장면은 교미 때 목격할 수 있는데, 수컷은 암컷쪽으로 다가와서 날개를 벌리고 부들부들 떤다. 암컷쪽으로 좀더 접근하자마자 암컷 등으로 올라가 교미가 시작된다. 암컷은 아무 반항없이 수컷의 교미행동에 따른다.

교미시간이 몇시간 지나고 나서 암컷은 자신의 등뒤에 있는 수컷의 머리부와 가슴부를 포식해 버리고 배부분만 남기는데, 머리와 가슴이 없는 배는 잠시 후 암컷의 등에서 떨어질 때 암컷은 그것마저 포식해 버린다.

이외에도 포식성 곤충에는 뿔잠자리목 매미목 등이 있고 곤충외의 천적에도 강장동물의 히드라(Hydra), 편형동물의 플라나리아(Planaria), 육식성의 달팽이류 어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이 있다.
 

사마귀가 나비를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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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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