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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그길고도 짧은 생애

땅속에서 17년, 지상에서 한달

사람으로 치면 '리프 밴 윙클' (워싱턴 어빙의 스케치북에 나오는 인물·노인이 될 때까지 잠을 잤다)이라고할까. 미국의 '롱 아일런드'에서 '일이노이즈' 주에 걸쳐 지난 1970년부터 17년간 잠을 잔 매미가 드디어 6월중 깨어나 땅위로 기어나온다.
 

17년의 긴수명을 가진 곤충은 이 북미산 매미밖에 없다. 다음으로 수명이 긴 곤충은 역시 매미 종류로 13년동안의 수명을 누린다.

 

땅속에서 17년간 무얼하나?
 

장수(長壽)매미에 대해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게 더 많다. 도대체 어떤 곤충학자가 매미알을 10여년이상 관찰할 것인가. 매미알이 땅속에 오래 묻쳐 있다가 땅위로 기어 나온다는 단순한 사실이 알려진것도 겨우 금세기초의 일이다. 'C.L.말레트'라는 미국 농림부소속 학자가 자기집뜰의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매미알을 땅속에 묻어두고 몇년동안 캐내보았다. 이리하여 매미의 애벌레가 매우 오랜기간동안 땅속에 머물러 있다는것을 확인하였다. 매미의 생태에 관한 많은 지식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북미산 매미중 최장수가 17년, 가장 수명이 짧은것은 3년밖에 안되는데 이같은 수명도 '말레트'의 연구가 자극이 되어 후대 학자들이 알아낸 것이다.
 

그럼 최장수 매미의 땅속 생활은 어떠할까. 매미알은 나뭇가지 끝에 수백개씩 달라붙어 있는데 이것이 늦여름이나 가을에 땅에 떨어지게 된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비 바람때문에 알이 땅에 떨어진다. 그때부터 긴긴 땅속생활이 시작된다. 땅속에 들어간 알은 천천히 애벌레로 탈바꿈하는데 이 과정에서 네번 껍질을 벗는다. 땅속의 애벌레는 나무뿌리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대부분 곤충이 1년을 사는게 고작인데 매미는 왜 이렇게 오랜동안 땅속 생활을 할까? 이에 대한 만족할만한 설명은 없다. 하나의 가설은 매미가 천적을 만들지 않기위해 이같이 오래 지하생활을 한다는것이다. 즉 약탈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자기의 생활주기가 아주 불규칙한것이 적을 속이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매미의 생명주기가 1년밖에 안되면 적들이 매미의 유충이 있는곳과 땅속에서 기어나오는 시기등을 재빨리 알아차려 무자비한 공격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는지 어떤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매미는 '맛있는 음식'으로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고 있다는점을 고려할때 매미의 생명주기가 1년단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자기와 자기종족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것만은 틀림없다.

애벌레가 기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월중순부터 7월초에 관찰할수 있다. 늦은밤 나무가 있고 그밑에 구멍이 숭숭 뚫여있는곳이 있다면 매미 애벌레가 기어 나오는 장면을 포착할수 있다. 관찰자는 손전등만 있으면 된다.
 

도대체 그토록 오랜세월 땅속에만 있던 애벌레가 어떻게 땅위로 나올 생각을 할수 있을까. 이러한 본능적행동은 자연계의 수많은 다른 현상처럼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신비에 속한다. 애벌레는 땅속의 영양상태에 따라 성장속도에 차이가 생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땅위로 나오는 기간은 모두 같다. 3년주기의 매미라면 3년째되는 해에는 틀림없이 기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은 엄청나서 심지어 아스팔트를 뚫고 나왔다는 관찰기록까지 곤충학회에 보고된바 있다. 땅을 뚫고 나온 애벌레는 게다리처럼 생긴 앞발을 사용해 근처에 있는 나무등걸을 타고 올라 간다. 이때 애벌레는 다섯번째이며 마지막으로 껍질을 벗는다. 이 순간 애벌레는 훌륭한 어른 매미로 탈바꿈한것이다. 그러나 그의 미래는 화려하지만 짧은 생애로 끝맺게 된다. 어른 매미는 불과 4주일, 길어야 6주일후에는 죽어버리고 말기때문이다.

 

암컷을 부르기위해 합창한다.
 

매미는 요란한 합창으로 유명하다. 자기의 존재를 형태나 소리로써 널리 알리는것은 자연계에서 불리한 행동이다. 특히 곤충류는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기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매미는 배부분에 있는 북처럼 생긴 기관(鼓狀器官)을 마찰시켜 사람이 듣기에 상쾌한 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귀머거리가 아닌담에야 어떤 종류의 새도 다 알아들을수 있다. 그래서 공격받기가 쉽다. 그러나 거의 쉬지 않고 노래부른다. (한국어에서는 '운다'고 표현)
 

이것은 암컷을 부르기위한것이라고 곤충학자들은 말한다. 옛말 그리스사람들은 그냥 '매미는 즐거운 곤충'이어서 노래부르는것으로 생각, 사람들중에서도 행복한 사람은 '매미같은 삶을 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매미의 합창은 종족보존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집단으로 울어제껴야 암컷이 날아오는 확율이 높은 것이다. 학자들은 비교적 고립된 생활을 하게된 매미의 서식처에서는 알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암컷은 별로 날아 다니지도 않고 대부분 기어다니며 수컷들이 맹렬히 합창을 하면 그중간으로 날아가 교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컷은 6백여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약 6주후에 부화된다.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알이 땅에 떨어지면 땅속으로 스며들게 되는데 뒤늦게 이때쯤해서 땅에서 기어나오는 애벌레도 있어 그구멍은 알들이 땅속으로 스며드는데 좋은 조건들이 된다. 어떤 알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채로 부화가 되어 애벌레상태로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땅에 떨어질때 크게 다치는 일은 거의 없다.

 

짧은 생애에다 적도 많아
 

최후의 껍질벗음을하고 완전히 성장한 매미는 약 한달동안 높은 소리로 암컷을 부르다 죽어버린다. 교미도 못한채 죽는 매미도 적지 않다. 지상의 생애가 이처럼 짧을뿐더러 매미에게는 적도 많다. 찌르레기 새매같은 새종류뿐 아니라 스컹크나 여우한테 먹히기도 한다. 또 나뭇가지에서 부화된 유충이 물에 떨어지면 물고기들이 잽사게 먹어 치운다. 그러나 자연계의 다른 동물들보다도 매미의 종족유지에 가장 해를 끼친자들은 아메리칸 인디안들이었다.
 

인디안들은 매미를 스낵거리로 많이 잡았다.
 

지금은 인디안의 수가 줄고 거의 집단생활(인디안 보호구역)을 하고 바람에 옛날보다는 인디안으로부터의 피해는 적어졌다.
 

북미산 매미는 초기 유럽이민들한테서도 박해를 받았다.
 

대부분이 개신교 신자들인 17세기 이민들은 성서를 글자 그대로 믿는 편협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성서에 메뚜기떼 얘기가 자주 나오고 그것들이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장면에 짙은 인상을 받았다. 매미는 생김새가 큰 메뚜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필그림(초기 이민들)들은 북미산 매미를 메뚜기와 비슷한 것으로 보고 마구 잡아버렸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인들은 이런짓은 하지 않는다.

 

요란하게 울지만 잘 듣지 못해 「파브르」대포 쏴도 괜찮다고
 

매미


한국산 매미는 4~6년 지하에서


매미의 요란한 소리는 구혼의 의미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종류들만의 독특한 음파로서 총집합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매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파브르'는 그의 유명한 저서 '곤충기'에서 매미가 울고 있는 곁에서는 대포를 쏘아도 상관없다고 서술했다. 매미는 청각기능이 숫제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미 배판밑에 있는 경막에서 소리를 듣고, 더우기 같은 종의 발음진동수에는 매우 민감하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낭랑한 울음소리를 들려줄 매미는 한번 울기 위해 얼마나 기다리는가? 매미일생의 특징은 어느곳에 사는것이든 어둠은 길고 밝음은 짧다는 점이다. 숫매미의 구혼가를 듣고 찾아온 암매미로 부터 수백개의 알들이 산란된다. 털매미와 저녁매미의 경우에는 약 45일 그밖의 대부분의 매미는 10개월이 지나야 알이 부화돼 애벌레가 된다. 이 애벌레는 진흙고치모양으로 땅속에 묻혀 나무 뿌리즙을 빨아 먹는다.
 

한국의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애벌레시기인 땅속기간이 6년이 되며 털매미가 될 자격을 갖춘다.
 

그러므로 요번에 찾아올 매미나이는 못되어도 4살 이상이다. 그래도 북미산 매미 보다는 고난기간이 짧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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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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