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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18일 경북 안동에서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가 주최한 산타독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산타독 프로젝트는 씨앗주머니를 매단 개들이 산을 뛰어다니며 산불 지역을 복원하는 행사입니다. 과학동아는 산을 타는 개, 산타독 50마리와 함께 2년 전 안동 산불이 났던 지역을 찾았습니다.

2020년 4월 24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유독 강풍이 몰아치던 이 날, 불은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 1300여 명이 대피했고, 안동역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하루가 지나고 산불은 진화되는 듯했지만 이내 불씨가 되살아났고, 총 1944ha(헥타르)를 태우고 난 뒤에서야 멈췄다.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다.

2년이 지난 6월 18일, 산불이 난 지역을 다시 찾았다. 언뜻 푸른 산처럼 보였지만 곳곳에 죽은 나무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밑둥이 검게 불탔고, 산봉우리 뒤쪽으로는 산불감시탑이 세워져 있었다. ‘산타독 프로젝트’를 기획한 황성진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 대표는 “산불이 난 직후에는 잔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1년가량이 지나고, 타 죽은 나무를 베어낸 뒤 복원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나게 달리며 산불 지역 복원

개들은 이틀간 총 3kg의 더덕 씨앗을 뿌렸다. 등에 매달린 씨앗주머니에는 구멍이 송송 나 있어 달릴 때마다 사이로 씨앗이 빠져나왔다. 개들이 신나게 뛰어놀면 동시에 산불 지역이 복원되는 셈이다. 산타독으로 참여한 보더콜리 ‘바다’를 키우는 홍현주 씨는 “중대형견은 도심에서 생활하기 힘들어 주말마다 여행이나 캠핑을 간다”며 “개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효율성만 따진다면 드론으로 씨앗을 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강아지가 자기 삶을 즐기는 과정에서 사회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재미에 의미를 담아보자는 생각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와 함께 산을 복원한다는 아이디어는 5년 전 칠레에서 처음 나왔다. 2017년 칠레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56만 7000ha 이상의 지역이 불탔고, 11명 넘게 사망했다. 당시 반려견 훈련사 프란시스카 토레스는 자신의 보더콜리 세 마리에게 씨앗으로 가득 찬 배낭을 매달고 6개월간 숲을 뛰어다니게 했다. 개들은 하루에 30km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며 매번 10kg의 씨앗을 뿌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산타독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산불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했다. 황 대표는 “안동 남후면 주민들과 논의를 거쳐 더덕 씨앗을 뿌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더덕은 노지재배가 가능하면서도 땅을 파고 심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황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오가는 고사리 밭 인근에 씨앗을 뿌려 접근성을 높였다”며 “새로운 농가 소득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지 업체도 참여했다. 안동 축산농가에서 만든 반려동물 간식 업체 멍멍하누의 황재민 대표는 “산타독 프로젝트가 안동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의미로 참여하는 개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협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40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데 잘 팔리지 않는 간, 허파, 뼈 등 부산물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열심히 달리며 임무를 수행한 개들은 대구한의대 반려동물보건학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졌다. 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다 지친 개들에게 마사지도 해주고, 보호자에게 슬개골 탈구 완화, 근육통 완화 방법 등을 가르쳐 줬다. 박호일 대구한의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시험기간임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반려동물 문화를 지역사회에 전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의 결과물은 더덕 꽃이 피는 2년 뒤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는 “한여름이 지나고 9월부터 산타독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며 “현재 강릉, 밀양, 보성 등 지역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