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와 17세기에 활동하던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는 현대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의별(태양)을 돌고 있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이들의 발견은 우주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뒤집어 놨다.
이런 면에서 다윈 또한 위대한 지적 혁명을 이룬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다윈은 인간에게 자연 법칙을 적용해 인간이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다 른 생물들과 더불어 자연의한 구성원일 뿐이라 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역사학자와 종교인등 많은 사람들에게 인류의 시작을 다른 동물과 같이 두었다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올해로 그의 저서‘종의 기원’이 출판된지 150년이 됐지만 진화론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이 어떤 논리에 기초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제시문] 매년 약 10만명 중 한명이 목에 걸린 음식물 때문에 질식사 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호흡기관인‘기도’와 소화 기관인‘식도’가 목구멍 부위에서 교차하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달리, 곤충이나 연체동물 같은 무척추동물은 교차 구조로 돼있지 않기 때문에 질식의 위험이 없다. 인간의 호흡 기관이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다속에 서식했던 척추동물의 조상형 동물들은 일종의‘체’와같은 구조를 이용해 물속의 미생물을 걸러 먹고 살았다. 이들의 몸집은 매우 작아서 산소가 몸 깊숙한 곳까지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호흡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몸집이 점차 커지자 체와 같은 단순한구 조만으로는 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 교환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체는 호흡 기능을 갖춘 아가미 로 변형돼 소화계의 일부가 호흡계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 후 호흡계의 일부는 다시 허파로 변형되고, 위장으로 이어지는 식도 아래쪽에 자리 잡게 됐다.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는 콧구멍에서 입천장을 뚫고 들어가 입과 아가미 사이에 놓였다. 여기까지가 폐어(肺魚) 단계의 호흡계 구조다.
이후 호흡계와 소화계가 접하는 지점이 콧구멍 바로 아래로부터 목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머리와 목구멍의 구조가 변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호흡계와 소화계가 점차 분리됐다. 즉, 처음에 길게 이어져 있던 호흡계와 소화계의 겹친부위가 점차 짧아져 마침내 하나의 교차점으로만 남게된 것 이다.
이것이 인간을 포함한 고등 척추동물에서볼 수 있는 호흡계의 기본 구조이다. 따라서 음식물로 인한 인간의 질식 현상은 척추동물 조상형단계를 지나 자리잡게 된 허파의 위치-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때문에 생겨난 진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진화는 반드시 이상적이고 완벽한 구조를 창출해 내는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된 구조는 기존의 구조를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낸 최상의 구조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진화는㉠ 불가피하지만 타협적인 구조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순간순간의 필요에 대응한 결과가 축적되는 과정이라고할 수 있다. 질식의 원인인 교차된 기도와 식도처럼, 우리가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가 진화의 산물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5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기출
[문제] ㉠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충하는 이익을 고려해 그때 그때 법률을 개정해 나가는 것
② 초보 운동선수가 훈련을 통해 숙련된 프로 선수가 되는 것
③ 두통약으로 개발된 아스피린이 혈전 용해제로도 쓰이는 것
④ 조금씩 저축을 해서 나중에 큰돈을 모으는 것
⑤ 단순한 기본 곡조를 가지고 복잡한 교향곡을 만드는 것
150년 대논쟁의 시작
1859년에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이‘종의기원’을 출판하면서 유럽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까지, 사람들은 신이 우주와 인간을 6일 만에 창조했고 우주의 역사는 6천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주장을 사실로 여기고 있었다. 성직자 윌리엄패일리는“복잡한 태엽장치를 가진 시계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듯이,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의 신체기관(예를 들어 동물의 눈)도 신이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간단한 비유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다.
다윈은 패일리가 보기에‘어리석은 생각’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 이 책의 정식명칭은‘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이지만 사람들은 간단하게‘종의 기원’이라고 불렀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거대한 논쟁 속으로 몰아 넣으며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사악하고 위험한 이론’이라 불리게 된‘진화론’은 이렇게 출발했다
(2009년은‘종의 기원’출판 150주년, 다윈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다윈이 집필을 구상했던 노트에는‘생명의 나무’라고 부른 작고 앙증맞은 나무 가지들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는 다윈의 주장을 상징적으로보 여준다. 그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이론은 매우 단순 명료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정말로 단순한 유기물이 복잡한 신체기관을 가진 고등생명으로 진화했을까? 이 물음에 다윈은 “그 열쇠는 바로 상상할수 없이긴시간”이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작은 변화 들이 축적된다면 진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이 원리를‘자연’이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생물을‘선택’한 결과, 즉‘자연선택’이라고 불렀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발견한 자연선택의 증거
본래 다윈은 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수술할 때의 매스꺼움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법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나중에는 신학을 공부했다. 1830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다윈은 영국 해군으로 부터 매력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남미 대륙의 해안선 지도를 제작하 기위해떠나는해군탐사선비 글호에 자연물 수집가로 승선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등지를 돌면서 식물이나 곤충, 조류와 포유류의 생물표본에서부터, 화석과 광물 등의 지질학적 표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연물을 수집했다.
남아메리카의 북서 해안에 자리한 갈라파고스군도에서 수집해 온 방울새들을 분류하던 다윈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좁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방울새들이 서로 다른 모양의 부리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딱딱한 씨앗을 먹는 방울새의 부리는 뭉툭하게 돌출돼 있는 반면, 작은벌레는 먹는 방울새의 부리는 작고 정교했다.
다윈은 이와 같은 부리의 구조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방울새의 부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방울새가 각 섬마다 자연환경이 다른 매우 특이한 환경 을 갖추고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어떠한 이유로 흩어져 살게 됐고,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합 한 구조로 부리가 변화된 것으로 봤다. 다양한 부리 모양을 갖고 있던 갈라파고스의 방울새들은‘종의 기원’ 에서 자연선택을 설명할때 중요한 증거가 됐다.
다윈은 하나의 생물종(種)에서 다양한 변종이 발생할때 오랫동안 그 변화가 지속된다 면, 나중에는 서로 교배가 불가능한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생물 종이 다른 종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모든 생물 종들이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논리는 곧 인간의 기원이 다른 동물들에게 있다는 말로도 해석 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점으로 남게 됐다.
악마의 사도, 다윈
지구상의모든생물 들이‘공통의뿌리’를 갖고 있고‘자연선택’이 보편적인 자연 법칙이라는 다윈의 주장은, 영국의 과학계 뿐만 아니라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그 리고 종교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그저 우연히 생태계에 출현한 유인원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는 다윈의 견해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삶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윈의 과격한 생각을 받아들 일 수 없었다. 인간이 말이나 돼지,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인간과 같은 지적인 존재가 그저 우연히 탄생했을 뿐이라고? 이 세계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그때그때의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고 흘러갈 뿐이라고? 다윈 스스로도 회고록에 스스로를‘악마의 사도’라고 지칭하며, 30여 년 동안 출판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살인을 자백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을정도였다.
사실 진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다윈이 처음 고안한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시만 드로스는 동물들이 하나의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위대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자연은 무생물에서 생물로 점진적 발전을 이뤘다”라고 말해 다윈과 거의 유사한 생각을 전했다.
심지어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성인들조차 진화의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4세 기경 기독교의 지도자였던 성(聖) 어거스틴은“식물과 동물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생 물들의 근원은 신이 창조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은 창조가 아니라 번식에 의해서 생겨났다” 고 말했으며, 12세기 유럽의 위대한 신학자 토마 스 아퀴나스는 방대한책‘신학대전’에서“썩은 고기에서 구더기나 파리와 같은 살아있는 생명이 생겨나는걸 보면 무생물에서 생물이 만들어진다 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윈의 진화론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여겨진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충분한 과학적인 증거가 있어도‘하늘과 땅이 뒤집어졌다’는 생각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 이 아니라 변방에 있는 별 하나를 돌고 있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는 주장을‘경천동지’ (驚天動地)할 생각이라 여겼다.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영적인 존재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당신은 딱따구리 나 원숭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소. 당신은 자연 선택에 의해 우연히 출현한 독특한 포유류의 일종이오”라는 말은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무참히짓 밟는‘살인’에 비견됐다.
다윈은 결코‘생명의 무가치함’이나‘냉혹한 자연법칙’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인간이자 연에 속하며 많은 생물들과 더불어 자연을 구성 하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진리 를 말했을 뿐이다.‘종의 기원’의 마지막 구절은 다윈이 생각한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묘 사한다.
“이렇게, 장엄한 생명의 역사는 시작되고 자연 의 힘은 태초에 하나의 호흡으로 세상에그 모습 을 드러냈다. 지구라는 행성이 만유인력의 고정 된 법칙에 따라 태양의 주위를 순환하는 동안, 하 나의 단순한 생명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가장아 름답고 완전한 모습으로 진화됐고, 진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다윈 또한 위대한 지적 혁명을 이룬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다윈은 인간에게 자연 법칙을 적용해 인간이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다 른 생물들과 더불어 자연의한 구성원일 뿐이라 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역사학자와 종교인등 많은 사람들에게 인류의 시작을 다른 동물과 같이 두었다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올해로 그의 저서‘종의 기원’이 출판된지 150년이 됐지만 진화론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이 어떤 논리에 기초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제시문] 매년 약 10만명 중 한명이 목에 걸린 음식물 때문에 질식사 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호흡기관인‘기도’와 소화 기관인‘식도’가 목구멍 부위에서 교차하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달리, 곤충이나 연체동물 같은 무척추동물은 교차 구조로 돼있지 않기 때문에 질식의 위험이 없다. 인간의 호흡 기관이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다속에 서식했던 척추동물의 조상형 동물들은 일종의‘체’와같은 구조를 이용해 물속의 미생물을 걸러 먹고 살았다. 이들의 몸집은 매우 작아서 산소가 몸 깊숙한 곳까지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호흡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몸집이 점차 커지자 체와 같은 단순한구 조만으로는 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 교환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체는 호흡 기능을 갖춘 아가미 로 변형돼 소화계의 일부가 호흡계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 후 호흡계의 일부는 다시 허파로 변형되고, 위장으로 이어지는 식도 아래쪽에 자리 잡게 됐다.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는 콧구멍에서 입천장을 뚫고 들어가 입과 아가미 사이에 놓였다. 여기까지가 폐어(肺魚) 단계의 호흡계 구조다.
이후 호흡계와 소화계가 접하는 지점이 콧구멍 바로 아래로부터 목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머리와 목구멍의 구조가 변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호흡계와 소화계가 점차 분리됐다. 즉, 처음에 길게 이어져 있던 호흡계와 소화계의 겹친부위가 점차 짧아져 마침내 하나의 교차점으로만 남게된 것 이다.
이것이 인간을 포함한 고등 척추동물에서볼 수 있는 호흡계의 기본 구조이다. 따라서 음식물로 인한 인간의 질식 현상은 척추동물 조상형단계를 지나 자리잡게 된 허파의 위치-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때문에 생겨난 진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진화는 반드시 이상적이고 완벽한 구조를 창출해 내는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된 구조는 기존의 구조를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낸 최상의 구조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진화는㉠ 불가피하지만 타협적인 구조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순간순간의 필요에 대응한 결과가 축적되는 과정이라고할 수 있다. 질식의 원인인 교차된 기도와 식도처럼, 우리가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가 진화의 산물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5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기출
[문제] ㉠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충하는 이익을 고려해 그때 그때 법률을 개정해 나가는 것
② 초보 운동선수가 훈련을 통해 숙련된 프로 선수가 되는 것
③ 두통약으로 개발된 아스피린이 혈전 용해제로도 쓰이는 것
④ 조금씩 저축을 해서 나중에 큰돈을 모으는 것
⑤ 단순한 기본 곡조를 가지고 복잡한 교향곡을 만드는 것
150년 대논쟁의 시작
1859년에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이‘종의기원’을 출판하면서 유럽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까지, 사람들은 신이 우주와 인간을 6일 만에 창조했고 우주의 역사는 6천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주장을 사실로 여기고 있었다. 성직자 윌리엄패일리는“복잡한 태엽장치를 가진 시계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듯이,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의 신체기관(예를 들어 동물의 눈)도 신이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간단한 비유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다.
다윈은 패일리가 보기에‘어리석은 생각’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 이 책의 정식명칭은‘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이지만 사람들은 간단하게‘종의 기원’이라고 불렀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거대한 논쟁 속으로 몰아 넣으며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사악하고 위험한 이론’이라 불리게 된‘진화론’은 이렇게 출발했다
(2009년은‘종의 기원’출판 150주년, 다윈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다윈이 집필을 구상했던 노트에는‘생명의 나무’라고 부른 작고 앙증맞은 나무 가지들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는 다윈의 주장을 상징적으로보 여준다. 그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이론은 매우 단순 명료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정말로 단순한 유기물이 복잡한 신체기관을 가진 고등생명으로 진화했을까? 이 물음에 다윈은 “그 열쇠는 바로 상상할수 없이긴시간”이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작은 변화 들이 축적된다면 진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이 원리를‘자연’이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생물을‘선택’한 결과, 즉‘자연선택’이라고 불렀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발견한 자연선택의 증거
본래 다윈은 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수술할 때의 매스꺼움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법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나중에는 신학을 공부했다. 1830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다윈은 영국 해군으로 부터 매력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남미 대륙의 해안선 지도를 제작하 기위해떠나는해군탐사선비 글호에 자연물 수집가로 승선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등지를 돌면서 식물이나 곤충, 조류와 포유류의 생물표본에서부터, 화석과 광물 등의 지질학적 표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연물을 수집했다.
남아메리카의 북서 해안에 자리한 갈라파고스군도에서 수집해 온 방울새들을 분류하던 다윈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좁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방울새들이 서로 다른 모양의 부리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딱딱한 씨앗을 먹는 방울새의 부리는 뭉툭하게 돌출돼 있는 반면, 작은벌레는 먹는 방울새의 부리는 작고 정교했다.
다윈은 이와 같은 부리의 구조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방울새의 부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방울새가 각 섬마다 자연환경이 다른 매우 특이한 환경 을 갖추고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어떠한 이유로 흩어져 살게 됐고,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합 한 구조로 부리가 변화된 것으로 봤다. 다양한 부리 모양을 갖고 있던 갈라파고스의 방울새들은‘종의 기원’ 에서 자연선택을 설명할때 중요한 증거가 됐다.
다윈은 하나의 생물종(種)에서 다양한 변종이 발생할때 오랫동안 그 변화가 지속된다 면, 나중에는 서로 교배가 불가능한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생물 종이 다른 종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모든 생물 종들이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논리는 곧 인간의 기원이 다른 동물들에게 있다는 말로도 해석 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점으로 남게 됐다.
악마의 사도, 다윈
지구상의모든생물 들이‘공통의뿌리’를 갖고 있고‘자연선택’이 보편적인 자연 법칙이라는 다윈의 주장은, 영국의 과학계 뿐만 아니라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그 리고 종교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그저 우연히 생태계에 출현한 유인원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는 다윈의 견해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삶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윈의 과격한 생각을 받아들 일 수 없었다. 인간이 말이나 돼지,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인간과 같은 지적인 존재가 그저 우연히 탄생했을 뿐이라고? 이 세계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그때그때의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고 흘러갈 뿐이라고? 다윈 스스로도 회고록에 스스로를‘악마의 사도’라고 지칭하며, 30여 년 동안 출판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살인을 자백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을정도였다.
사실 진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다윈이 처음 고안한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시만 드로스는 동물들이 하나의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위대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자연은 무생물에서 생물로 점진적 발전을 이뤘다”라고 말해 다윈과 거의 유사한 생각을 전했다.
심지어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성인들조차 진화의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4세 기경 기독교의 지도자였던 성(聖) 어거스틴은“식물과 동물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생 물들의 근원은 신이 창조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은 창조가 아니라 번식에 의해서 생겨났다” 고 말했으며, 12세기 유럽의 위대한 신학자 토마 스 아퀴나스는 방대한책‘신학대전’에서“썩은 고기에서 구더기나 파리와 같은 살아있는 생명이 생겨나는걸 보면 무생물에서 생물이 만들어진다 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윈의 진화론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여겨진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충분한 과학적인 증거가 있어도‘하늘과 땅이 뒤집어졌다’는 생각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 이 아니라 변방에 있는 별 하나를 돌고 있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는 주장을‘경천동지’ (驚天動地)할 생각이라 여겼다.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영적인 존재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당신은 딱따구리 나 원숭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소. 당신은 자연 선택에 의해 우연히 출현한 독특한 포유류의 일종이오”라는 말은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무참히짓 밟는‘살인’에 비견됐다.
다윈은 결코‘생명의 무가치함’이나‘냉혹한 자연법칙’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인간이자 연에 속하며 많은 생물들과 더불어 자연을 구성 하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진리 를 말했을 뿐이다.‘종의 기원’의 마지막 구절은 다윈이 생각한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묘 사한다.
“이렇게, 장엄한 생명의 역사는 시작되고 자연 의 힘은 태초에 하나의 호흡으로 세상에그 모습 을 드러냈다. 지구라는 행성이 만유인력의 고정 된 법칙에 따라 태양의 주위를 순환하는 동안, 하 나의 단순한 생명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가장아 름답고 완전한 모습으로 진화됐고, 진화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