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고래가 바다로 되돌아 간 까닭은…

어류에서 출발, 육지생물로 발전한 동물 중 고래는 다시 바다로 되돌아간 존재로 유명하다. 지상에서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한 고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까닭은 뭘까.

몇몇 과감한(혹은 소심한) 물고기가 바다를 떠나 육상에서 척추 동물로서 살기 시작한 후, 그들의 후손은 양서류로부터 출발해 획기적인 변화를 거쳤다.

어떤 것들은 육생 파충류로, 또 어떤 것들은 포유류와 조류로 진화했다. 하지만 물 속 생활에 대한 유혹이 완전히 가셔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극히 일부지만 포유류 중 '회복주의자'들은 바다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포유류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고래라는 놈이다. 비록 바다에서 힘차고 멋드러지게 수영을 하고 돌아다니지만, 고래들이 몸에 지닌 흔적을 보면 이들은 물고기보다 낙타나 황소에 더 가까운 동물이다.

고래를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원래 그들의 조상은 네 다리를 가진 육생 동물이었다는 흔적이 나타난다. 그 조상들은 5천만년 전쯤 과감하게 바다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당시에도, 사람들은 고래가 크기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여타 수중 생물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래뿐 아니라 같은 고래류인 돌고래도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새끼를 밴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았다.

이같은 사실 때문에 고래들은 정의상 포유류로 분류되었다(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물고기 중에도 새끼를 배는 종이 몇몇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진화 단계를 거쳐 그 육생 포유류가 고래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도 다윈조차 제대로 알아낼 수 없었다.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과학부부장이자 고생물학자인 마이클 J. 노바첵 박사는 "그것은 진화적으로 너무도 큰 모험이었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 간 그에 대한 자료를 찾는 일은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고래의 조상은 육생 포유동물

최근 새로운 화석들이 발굴됨으로써 고래의 초기 진화 단계가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중간 단계의 종을 알아냈는데 그것은 육생 포유류가 새로운 환경에서 번창하기 위해 수영과 다이빙, 그리고 음식섭취에 적응해 나가는 동안 점차 육체적 형태가 변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네 다리를 가진 육생포유류가 수중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 단지 1천만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 고생물학자이자 에세이 작가인 스테픈 제이 굴드 박사는 '자연사' 지의 최근 쟁점란에 "과거에는 진화의 연결고리가 없어 당황했지만 지금은 상당한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입수됐다. 진화론자들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일련의 중간단계 화석들이 발견된 것이다"고 쓰고 있다.

그중 하나는 5천만년 전에 살았던 동물을 발견한 것. 크기는 오늘날의 바다사자만 하고, 무게는 약3백kg 내외, 그리고 길이는 주둥이에서 꼬리까지 3m 남짓 된다. 남아있는 화석으로 추정해 보면 그 동물은 양서류에 속하는데, 고래의 육지 조상과 오늘날 고래의 중간단계임이 분명하다.

노스이스턴 오하이오대 의학부의 해부학자이며 고고생물학자인 J.G.M.테비센 박사가 지난 2월 보고한 바에 따르면 '암불로세투스나탄스'(수영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하는 고래라는 뜻)라 명명된 이 화석동물은 파키스탄 고대 해저층의 침적토에서 발굴됐다.

암불로세투스는 과학자들이 발견하고자 열망했던 것이었다. 비록 민첩성은 많이 퇴화했으리라 추정되지만, 그 동물은 지상에서 걸을 수 있는 네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큰발을 이용해 물을 차면서 수영함으로써 바다 속에서도 사냥할 수 있었다.

진화 중간단계의 화석들 속속 발견

또다른 발견도 파키스탄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3-4백만년 전에 이루어진 심해로의 이동에 관해서 더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한 동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는데, 이 생물은 바다 생활에 더 확실히 적응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시건대 고생물학자인 필립 D. 진저리치 박사는 '네이처'지의 최근 쟁점란에서 새로 발견된 종인 '로도세투스 카스라니'가, 해부학적으로 수영에 적응한 구조를 가진 가장 오래된 중간 단계 고래라고 주장했다. 몸체는 보다 유선형으로 변했고 꼬리 등뼈는 완벽하게 유연해졌는데, 이로써 오늘날의 고래처럼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힘찬 운동이 가능해졌다.

로도세투스에 의해 고래의 진화 이야기가 더 진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직 완벽한 꼬리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저리치박사와 동료들은 새 화석이 "고래류가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꼬리로 수영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네이처'지 보고에 대한 논평에서 노바첵박사는 암블로세투스와 로도세투스 발굴물들이 "육지에서 수중으로 이동하던 초기 적응 실험에 대해 멋드러진 모자이크를 제공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고래와 돌고래 외에도 두 종류의 중요한 포유류가 이같은 극적인 이등을 감행했다. 그중 하나는 시레니아인데 듀공(태평양, 인도양에 사는 바다 소의 일종)과 매너티(바다소)가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바다 표범과 바다 사자, 해마로 구성된 그룹이다.

고래가 바다로 이주한 사실은 진화론적 변화에 대한 고전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치 3억7천만년 전 물고기같이 생긴 동물이 처음 발판을 마련하고 조류가 날아다니는 동물이 되고 초기 인류의 조상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된것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지상에서 성공적으로 살기 위한 모든 장치를 다 구비하고 오랫동안 그 생활에 익숙해 있던 고래같은 동물이 전혀 이질적인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나야 했을까?

바다 속으로 끌어들인 미끼는 먹이였다
 

고래의 육생 친척-메소니치드라 불리는 동물은 고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데, 고래는 대략 5천5백만년 전에 이들로부터 진화해 나왔다.
 

진저리치 박사는 "그런 류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동기는 거의 대부분 먹이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맨 처음 변화한 것은 바로 이빨이었다. 이는 이동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먹이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육상의 고래는 바다속에서 물고기를 먹이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나타난 변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동성 개량이다. 처음에는 양서류, 다음에는 완전한 수중 동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청각기관이 변화됐다. 이는 수중에서의 의사 소통과 항해, 그리고 아주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위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고래의 변화가 어떤 형태였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오늘날의 고래와 고대 고래의 화석을 그들의 육상 친척으로 추정되는 화석들과 비교하는 일이었다.

이로부터 과학자들은 고래가 발굽을 가진 포유류와 먼 친척뻘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와같은 포유류 중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동물로는 낙타와 황소 돼지 사슴 등이 있다. '메소니치드'는 이러한 발굽 짐승과 고래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로 추정된다. 이 동물은 가끔씩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었으나 지금은 소멸하고 없는 동물이다.

1983년부터 고생물학자들은 변화에 관해 보다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수집해 왔다. 바로 그 해에 진저리치 박사는 대략 5천2백만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고래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 두개골 화석은 파키스탄의 고대 바다 근처에 있는 하천 침적토에서 발견되었다. 그 동물은 '파키세투스'라 명명됐다.

비록 두개골 이외에 어떠한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여기서 파키세투스의 이빨이 메소니치드와 닮았으며 얕은 바닷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에 더 적합하도록 변화했음을 알아냈다. 두개골의 다른 부분 역시 고래와 비슷하게 변화돼 있었지만 수중 생활에 적합한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와 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화석 표본 '인도세투스 라마니'도 거의 유사한 형태로 살았다고 보여진다. 물고기를 잡아 먹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휴식과 새끼 양육을 위해 육지로 돌아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 일어난 중요한 발견은 '바실로 사우루스 이시스'로 명명된 고래 화석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뒷다리를 발견한 사실이다. 이 동물은 파키세투스 이후 5백만-1천만년 사이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이 골격에 대해서는 1990년 진저리치 박사와 미시 건·듀크 대학 공동 연구팀이 자세히 보고했다.

골격 전체 길이가 15m인데 반해 뒷다리 길이가 0.6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통해, 발굴자들은 그 다리로 육상에서 몸을 지탱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수영하는 데도 별 쓸모가 없었으리라고 결론지었다. 이 고래 화석은 중간 단계로 인정되었고 연구는 계속됐다.

굴드 박사가 지적했듯 운동 문제가 기능상의 중간 고리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이라면, 테비센 박사의 암불로세투스는 초기 고래 진화에 있어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돌파구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것의 발가락은 초기 조상들인 메소니치드나 발굽 짐승들처럼 끝에 발굽이 있어 편평하게 돼 있다.

골격을 살펴보면 그 동물은 앞발이 짧고 억세며 손가락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다사자의 물갈퀴처럼 바깥쪽으로 부채살 모양으로 벌어지게 돼 있다. 한편 뒷발은 여전히 크고 힘이 있는데 아마도 물갈퀴가 있는 발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 꼬리로의 진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등뼈는 고래와 비슷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연해졌다.

이 중간 진화 단계에서 아마도 암불로세투스의 강한 뒷발질과 함께 아래 위로 물굽이치는 운동이 동시에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고래 역시 그같은 운동을 통해 꼬리의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증거를 통해 테비센 박사는 "암불로세투스는 육생 포유류와 수중 고래류의 명백한 중간단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과 같은 고래의 형태는 대략 3백만년 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지느러미는 과거 지상에서 살 때의 앞다리가 남은 것이다. 이전에 뒷다리가 있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몸벽에 붙어 있는 골반과 다리의 상부뼈인 대퇴골 흔적이다.

최근 이루어진 일련의 발견을 되돌아보면서 노바첵 박사는 "고래의 기원에 대한 화석 표본의 이같은 확장은 현대 척추 고생물학이 올린 개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골격은 말한다 : 골격의 발전을 보면 어떻게 고래의 뒷다리와 골반이 흔적만 남게 되고 그와는 달리 등뼈는 유연성을 얻고 목은 짧아지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고래의 몸은 점점 더 유선형으로 변해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존 노블 윌포드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