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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동물에서 천연 항생제 얻는다

흡혈박쥐 전갈 뱀 등의 연구 활발

흡혈박쥐의 타액에서 유용물질을 뽑아내고 있다.


흡혈박쥐 진드기 뱀 말벌 거머리 독나방 전갈 등이 의약품의 원료로 쓰인다.

두꺼비 거머리 전갈 거미 뱀 박쥐 등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혐오감을 줘왔던 동물들이다. 실제로 그들중 대부분은 독을 갖고 있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특히 드라큐라를 연상시키는 흡혈박쥐는 아직도 브라질 북부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공수병을 옮겨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기피동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세계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흡혈박쥐 진드기 뱀 거머리 두꺼비 독나방 전갈 말벌 거미 독성수생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추출, 의약품의 원료로 쓰고 있는 것.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웨스트 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중 하나)의 교수인 머크 샤프와 돔은 요즘 흡혈박쥐의 타액에서 항(抗)응고제를 추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렇게 생물에서 직접 뽑아낸 뒤 약간의 처리를 가한 항응고제를 우리 몸에 투여하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지난 수년동안 생명공학 전문업체인 미국 트랜스젠사(社)의 스트라스부르그공장에서는 신세대의 항응고제를 개발하고 있다. 여러 종의 박쥐의 타액에서 다양한 추출물을 얻어내고 있는 것. 아울러 최근에는 아시아산 거머리의 타액에서 또하나의 항응고물질인 히루딘(hirudine)을 추출해냈다.

트랜스젠사의 경쟁사인 제넨테크사(社)도 최근 항응고제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말레이지아산 독사의 독샘에서 뽑아낸 키스린(kisrine)이라는 물질이다. 또 제넨테크사는 개구리의 피부에서 천연 항생제를 추출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두꺼비의 독액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편 미국 애리조나주의 블랙 캐년시티에서는 거미연구가 한창이다. 30여종의 거미들이 아니타와 찰스 크리스텐센 부부에 의해 집요하게 추적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희귀한 거미들을 잡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사막을 뒤지고 있다.

어렵게 포획한 거미중에는 인간의 신경활동을 일시 제한하는 물질을 지닌 종이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언젠가는 이 물질이 뇌졸중의 손상을 최소화하는데 활용될 것이다. 또 어떤 거미는 인간의 신경세포 표면에 위치한 칼슘의 이동로를 차단하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었다. 이 물질을 분석한 뉴욕의학연구소의 로돌포 리나스박사는 거미추출물을 약제화함으로써 외상으로 인한 신경세포의 치명적 손상을 치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평양의 바다뱀도 이용가치가 큰 생물이다.

단백질공학자인 앙드레 메네즈는 수년간 이 바다뱀의 생태를 연구했는데 최근에는 그들의 독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바다뱀의 독안에 든 항응고물질은 이미 몇개의 약품에 쓰이고 있다. 우리는 현재 먹이를 순식간에 마비시켜 버리는 바다뱀의 신경독(neurotoxin)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얘기한다.

뱀의 독이 의약품에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원하는 세포에 정확하게 독성물질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파충류생화학이 본궤도에 올라 뱀독의 본질이 좀더 자세히 밝혀진다면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뱀사냥에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주로 먹이나 적을 향해 발사됐던 뱀독이 방향을 바꿔 인간의 미생물을 향하게 될 날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이 분야 관련학자들의 예측.

전갈의 경우도 무서운 독을 지니기는 마찬가지다. 위스콘신주의 생화학자들은 최근 전갈독의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전갈의 독을 식물에 피해를 입히는 곤충들을 향해 쏘고 있는 것이다.

화학적인 방충제에 대해 내성(耐性)을 가진 게걸스러운 쐐기벌레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전갈독 방충제의 등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더구나 전갈의 독은 자신의 임무를 마친 후 대자연에 흡수돼 버리기 때문에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전갈의 독에는 박테리아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막아주는 성분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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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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