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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침대회사인 대진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됐다. 5월 3일 SBS가 대진침대의 4개 모델(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 모젤, 벨라루체)에서 환경부가 권고하는 기준치보다 많은 양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대진침대가 2016년 제조한 ‘뉴웨스턴슬리퍼’ 모델의 연간 피폭선량은 국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5월 10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일 뒤인 5월 15일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대진침대 모델 7종의 피폭선량이 안전 기준의 최대 9배에 이른다며 1차 조사결과를 번복했다.

 


 

전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14% 차지


문제가 되고 있는 라돈(Rn)은 우라늄(U), 토륨(Th), 라듐(Ra), 폴로늄(Po)에 이어 5번째로 발견된 방사성 원소다. 방사성 원소는 방사능을 가진 원소로, 원자핵이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 등 방사선을 방출하고 붕괴하면서 안정한 상태가 된다.

 

라돈이 위험한 이유는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방사성 붕괴산물 때문이다. 라돈은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라돈 기체 자체는 다른 원소와 거의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 기체다. 라돈 기체를 흡입하더라도 숨을 내뱉을 때 대부분 체외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라돈이 붕괴하면서 내놓는 붕괴산물은 다르다. 라돈은 알파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붕괴산물은 양(+)전하를 띤다. 이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에 달라붙어, 사람의 폐 속으로 들어간다. 폐와 연결된 혈관이나 폐의 상피세포에 달라붙어 쉽사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문제는 폐에 붙은 방사성 붕괴산물이 다시 알파선을 방출하면서 또 다른 원소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알파선은 폐 세포의 DNA를 망가뜨리고, 폐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2009년 라돈이 전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같은 해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 중 흡연에 의한 폐암, 도로 사고에 이어 라돈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IARC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음이온 효과’ 낸다며 사용한 ‘모나자이트’가 문제


대진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이유는 ‘음이온 효과’를 내기 위해 도포한 음이온 파우더 때문이다. 음이온 효과는 음이온이 몸 안에 들어오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항산화 역할이 뛰어나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한때 국내에서는 음이온 효과가 열풍을 일으켰고, 공기청정기부터 의류, 이불, 목걸이, 침대, 심지어 드라이기까지 각종 음이온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대진침대 역시 음이온 효과를 내기 위해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을 사용했다. 모나자이트, 토르말린, 귀양석 등은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천연방사성물질(광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모나자이트는 흔들거나 마찰을 일으키지 않아도 저절로 음이온이 발생해 많은 제품에 사용됐다.

 

문제는 모나자이트에 방사성물질인 토륨과 우라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토륨과 우라늄의 원자핵은 인체에 해로운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을 방출하며 붕괴해 라돈이 된다. 이들은 마치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로, 토륨과 우라늄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라돈이 존재한다.

 

 

속커버, 스펀지에서 안전 기준치 초과


원안위는 대진침대의 라돈 검출 1차 조사결과에서 라돈의 외부피폭선량이 0.06밀리시버트(mSv)로, 국내 안전 기준(1mSv)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조사결과에서는 7종의 모델이 안전 기준치를 넘는다고 번복했다.

 

두 차례에 걸친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조사한 시료의 범위가 다르다. 1차 조사에서는 2016년 제조한 ‘뉴웨스턴슬리퍼’ 매트리스의 속커버에서만 라돈과 토론을 검출했다. 하지만 2차 조사에서는 총 7종의 매트리스(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 속커버와 매트리스의 구성품인 스펀지까지 조사 범위를 넓혔다.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은 5월 15일 “(문제가 된) 음이온 파우더가 속커버에만 도포된 것으로 파악돼 1차 조사에서는 속커버만 측정했지만, 이후 추가 시료를 확보해 속커버와 스펀지까지 모두 측정했다”며 “스펀지에서도 다량의 라돈과 토론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내부피폭이 외부피폭보다 10배 위험


방사선 안전 기준에 포함된 피폭선량의 기준도 달라졌다.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피폭이라고 하며, 인체 밖에서 받는 피폭을 외부피폭, 체내에 섭취되거나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을 내부피폭이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4조에서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선량은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가공제품으로 인한 피폭방사선량이 연간 1mSv 이하여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원안위는 1차 조사결과에서 “매트리스 속커버를 신체에 밀착시킨 상태로 매일 10시간 동안 생활할 경우, 연간 외부피폭방사선량은 0.06mSv로 평가했다. (중략) 이는 가공제품으로 인한 피폭방사선량 기준 범위 내였다”라고 밝혔다. 즉, 외부피폭방사선량만을 기준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2차 조사에서 가공제품 피폭선량 평가에 외부피폭선량뿐만 아니라 내부피폭선량도 반영했다. 이전에는 라돈에 대한 내부피폭선량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라돈과 토론은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만큼 제품에서 라돈이 나오더라도 공기 중에 흩어져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숨을 쉴 때 일부 라돈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내부피폭 보다는 외부피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10시간 동안 밀착해 있는 침대는 이야기가 다르다. 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과 토론이 바로 호흡기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1차 조사결과에서도 “매트리스 표면 위 2cm 지점에서는 내부피폭의 영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원안위는 5월 14일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돈 내부피폭 기준설정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부피폭선량 을 안전 평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에 참여한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몸 밖보다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피폭이 더 위험하다”며 “침대의 경우 사람이 밀착해 있기 때문에 내부피폭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안전 평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사성물질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은 각각 투과력이 다르다. 라돈이 주로 방출하는 알파선은 얇은 종이조차 투과하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 사람의 피부 역시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피폭 위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라돈이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 폐의 상피세포에 달라붙는다. 아무리 투과력이 약한 알파선이라도 10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세포막은 쉽게 뚫을 수 있다. 라돈침대의 외부피폭선량을 측정한 이훈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방사선안전부 생활방사선팀 연구원은 “보통 내부피폭이 외부피폭보다 10배 정도 인체에 치명적”이라며 “침대에서 방출된 라돈이 체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내부피폭선량을 고려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국내 모나자이트 유통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대진침대외에도 65곳에 모나자이트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5월 18일 기준). 원안위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대진침대 모델 17종과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업체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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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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