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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큰」평면주차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식 입체주차시설이 컴퓨터의 감시하에 가동되고 있다.

교통체계에 있어서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교통공간은 운송장비의 이동에 이용되는 운송통로로서의 기능을 가진 이동공간과 운송장비와 수송의 주체 또는 객체를 접속시켜 주고 그것을 보관 또는 관리하기 위한 수용공간으로 구분된다. 예컨대 도로 항로는 전자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고 터미널 정류장 주차장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

실제로 공간요소는 전체 교통체계의 처리 가능한 용량과 그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이동공간과 수용공간의 관계는 후자가 전자의 효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예컨대 주차장이 부족할 경우, 불법 노상주차가 성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노변주차는 도로의 용량을 크게 잠식, 본래의 기능인 이동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두 교통공간중 보다 본원적인 것은 이동공간이다. 그러나 수용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여러 문제들이 야기된다.

요컨대 주차장 등 수용공간이 충분치 않으면 운행속도의 저하, 불필요한 교차교통량의 증가, 에너지 소비증가, 교통사고의 증대 등 그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따라서 주차공간을 단지 차량과 수송목적물을 접속시키는 연계기능을 떠맡고, 차량을유지·보관하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즉 교통공간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전체 교통체계의 능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묘 앞 주차장


서울시의 적정 주차면적은 3만㎢

주차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즉 차량보유대수, 차량의 크기, 도시구조와 토지이용의 상태, 주차시설의 이용형태, 지가와 주차장건설비 등 경제적 요소와 그리고 주차시설에 대한 규제조치 등 사회적 요소들이 있다.

그중 주차수요와 주차공간의 규모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자동차 보유대수다. 운행되지 않고 있는 차는 어디에서인가는 주차하고 있어야 하므로 주차수요와 주차공간의 규모는 바로 차량의 보유대수와 직결된다.

90년 1월15일 현재 서울시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99만8천5백66대라고 하는데 이에 필요한 주차면적을 산정해보면 3만40㎢나 된다. 이는 서울시 중구 전체면적의 3배, 서울시 전체행정구역 면적의 1/20에 해당되는 면적이다.

또 89년 현재 서울시에서는 하루에 5백82대의 자동차가 증가했는 데 이에 필요한 주차면적은 1만7천6백5㎡다. 이는 약 5천3백평의 면적이 서울시내 어딘가에서 매일 주차공간으로 변모돼 왔음을 의미한다.

한 지역의 주차공간의 소요규모는 필요한 주차면수에다 단위 주차면의 면적을 곱해 산출하게 되므로 차량의 크기는 주차공간의 규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 제일의 자동차문화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오일쇼크 이후 지동차의 소형화를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78년형 미국산 승용차의 평균 크기는 길이 5.8m, 폭 2.03m였는데 비해 80년대 초에는 길이 4.4~5.0m, 폭 1.7~1.9m로 덩치면에서 평균 30%가 축소됐다.

물론 아직도 외제 차가 국산차보다 크긴 하다. 하지만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발맞춰 외국에서는 소형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앞다퉈 중형화 대형화로 나아가고 있는 풍토는 지양돼야 한다.

주차수요의 공간적 분포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도시전체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에 따라서도 상이하다. 자동차는 활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므로 결국 주차 수요는 각 지역의 각종 도시활동의 크기에 따라 그 집중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도시활동의 크기는 위치와 지역의 기능, 토지이용 밀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활동이 중심업무지역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도 기존의 도심에 하루교통량의 30% 이상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집중현상에 따라 주차의 수요밀도도 도심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도시내 특정지역의 주차공간의 규모는 해당지역에 주차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이용행태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주차시설의 이용행태에는 여러 특성이 있다. 하지만 그중 평균 주차시간과 주차장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도보거리 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평균주차시간은 한번 주차시의 평균 주차시간을 말하는 데 이는 주차시설의 회전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차시간은 주차목적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한번 차를 세운 뒤 평균 1백15분을 주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차목적별로는 통근을 위한 주차가 3백63분으로 가장 길었으며 업무를 위한 주차는 96분, 쇼핑을 위한 주차는 78분이었다.

이러한 주차특성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만약 도심지역에 통근을 위한 주차를 한 대만 감소시킨다면 쇼핑을 위한 주차를 4회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도심지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장기주차를 특성으로 하는 통근을 위한 주차를 감소시키는 대책이 절실하다.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
 

(그림 1) 시간대별 누적 주차 구성비


교통수단으로서 자동차가 갖는 장점은 원하는 장소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는(door to door service) 점이다. 이러한 이점을 누리기 위해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최종 통행목적지에 가깝게 주차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행태가 사회적으로는 커다란 문제를 야기시킨다.

서울시의 경우 50m 이내의 거리에 주차하는 차량은 62.6%이고, 1백50m 이내의 거리에 주차하는 차량이 전체 주차의 81.3%나 된다. 주차난은 심각한 형편이나 주차장에서 최종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매우 짧은 거리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근거리 주차성향 때문에 일정지역 전체로는 주차시설의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심한 불균형을 나타내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의 시설이 그렇듯이 교통시설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수요의 변화가 크다. 실제로 교통문제는 이러한 시간적 집중과 장소적 집중현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림1)은 쇼핑센터의 평일과 주차집중일의 시간대별 누적 주차수요분포를 예시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면 집중일과 평일 사이에는 아주 다른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평일에는 주차수요가 가장 집중하는 피크시간이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인데 비해 집중일에는 오후 3~4시가 가장 복잡한 시간이 된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조금 넘어서까지 집중일의 수요가 평일의 수요에 비해 현저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또 같은 집중일에도 시간대에 따라 주차수요가 40% 정도 차이남을 보여준다. 따라서 주차정책은 이러한 집중도를 완화시킴으로써 시설수급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가와 주차장 건설비, 유료주차장의 요금수준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도심지의 높은 지가는 주차장사업의 채산성을 낮게 하므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계식 주차시설은 입체적으로 처리하므로 토지의 공간수요는 줄일 수 있으나 초기의 투자비용이 크다. 때문에 이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출현은 역시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행정적·제도적 측면에서는 신축건물 등에 적정한 주차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과 불법주차 대한 효과적인 지도단속과 적당한 벌과금 부과 등이 중요하다.

주차장법(법률 제3165호, 1979년 4월17일)에서는 주차장의 종류를 노상주차장 노외주차장 건축물부설주차장 조업주차장 등 네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노상주차장과 노외주차장은 주차장의 설치위치를 기준으로, 건축물부설주차장과 조업주차장은 설치 목적 또는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차장계획이나 교통분석에서는 일반적으로 노상주차와 노외주차로 나눈다. 노외주차는 시설의 설치장소를 중심으로 다시 옥내와 옥외로 구분하며 노상주차장은 합법주차와 불법주차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들 주차장의 설치주체와 이용구분에 따라 공용주차장과 전용주차장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또 사용료의 징수여부를 기준으로 유료주차와 무료주차로 구분한다.

노상주차 비중은 점차 줄어

한편 주차처리의 기술적 방식을 기준으로 해서는 평면주차와 입체주차로 나누는데 대도시에서는 입체주차시설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작은 도시에서는 대개 노상주차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대도시에서는 노외주장의 비중이 크다. 특히 중심지역에서는 노상주차장의 비중이 10% 미만이며 상대적 비중이 계속 감소될 전망이다.

주차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논리는 간단하다. 주차시설의 공급량은 늘리고 수요는 가급적 줄인다는 것이다.
주차수요를 감소시키려면 무엇보다 도시의 기능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서 주차수요의 공간적 집중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교통수단면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을 대폭적으로 확충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 개인은 주차수요의 집중시간대를 피해 활동함으로써 시간적 집중을 완화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이 아무리 효과적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도시에서의 주차수요는 공급수준을 초과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공급량을 보다 확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데 지가가 비싸서 공간 확보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대지 13평에 70대를수용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고도의 기계식 입체주차 방식(puzzle parking)을 개발, 국내에서도 그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이 방식은 도시주차문제 해결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방식은 한마디로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계를 이용, 입체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띠라서 평면주차장의 약점을 많이 보완해 준다. 실제로 지상공간을 이용한 평면주차의 경우, 주차장내의 내부동선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아서 비효율적 면도 없지 않다. 토지의 형상에 따라서는 동선이 차지하는 면적이 주차면적 보다도 넓은 경우도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기계식 입체주차방식의 경우, 입출고를 위한 동선이 평면이 아니라 상하로 입체로 처리되기 때문에 주차장의 진출입을 위한 평면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토지이용의 고도화를 기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것 중에는 대지 13평에 70대분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평면처리방식과 비교할 대폭적인 수용증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시설의 운영에 컴퓨터를 이용함으로써 조작이 간단하고 안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운영인원을 줄임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차량의 입출고시의 처리속도도 1분당 60~90m로 신속한 편이다. 17층까지 승강하는 데 소요시간이 불과 22초 정도다.

하지만 설치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이 방식에 의한 주차면당 설치비용은 지가를 제외한 순설치비만 7백50만~8백만원으로 매우 고가다. 따라서 널리 보급하려면 우선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실패한 도로계획의 전형들

선진 여러나라들의 도로연장 길이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미국은 6백43만㎞, 일본은 1백13만㎞, 영국은 30만㎞인데 비해 한국은 고작 5만7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미미한 도로나마 교통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88올림픽 고속도로다. 한 마디로 교통량이 너무 없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가 하루에 차량을 4만대 이상 처리하고 있는데 비해 88올림픽 고속도로는 이것의 10분의 1이하인 4천여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미미한 교통량은 그 주변에 적절한 산업지역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광주권과 대구권 사이의 산업구조상 연결관계가 전혀 없다는 데 원인이 있다. 소위 '광주문제'의 해결책의 하나로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의 혼잡이나 대도시 주변의 혼잡·정체를 생각하면 다소 낭비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수요를 무시한 정치적 결정의 무모함을 보여준 좋은 예다.

반대로 수요는 엄청나게 많은데 노선 위치를 잘못 선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예도 있다. 중부고속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경부고속도로가 물동량의 증가로 포화되기 시작하자 서울로 연결하는 제2의 고속도로 계획을 수립했는데 그것이 바로 중부고속도로였다.

경부고속도로의 운행차량을 종류별로 분류해 보자. 서울서 천안까지는 승용차가 44%, 트럭이 31%, 버스가 24%다. 그러나 천안 이후에는 트럭이 43~58%, 승용차가 19~27%, 버스가 22~29%다. 이것은 교통량 비율인데 도로 점유율은 60%이상을 화물차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화물차량의 출발지는 인천 부천 구로 안양 시흥 안산 등 서울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있다. 이 지역들에 수출공업단지와 기타 제조공장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출발한 화물차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경인(京仁)간 도로, 한강 양안의 강남북 도로, 경수(京水)간의 1번 국도에 의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2고속도로를 서울과 연결시키려 했다면 당연히 화물차량들의 진출입이 용이한 곳에 고속도로가 건설됐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울의 동북쪽에 건설하고 말았다. 수요와 정반대의 장소를 택한 것이다. 이러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려면 서울주변의 공업단지로부터 40여㎞를 우회해야 한다. 따라서 주행비 등 경비때문에 영업용 차량들은 도저히 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주거환경의 개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 기대에 부응하고 수준높은 주거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최근 정부는 분당과 일산에 신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계획대로 된다면 인구 40만~60만명의 신도시가 곧 서울주변에 건설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서울과의 연결교통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분당과 일산이 자생력 있는 주변도시로서 성장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신도시 주민들의 대부분을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인구로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신도시 주민들은 상당히 높은 자동차 보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모델하우스 공개시에 여실히 보여준 신도시의 교통문제를 해소시키려면 주민의 70% 이상을 전철이나 철도 등으로 수송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철이나 철도의 역은 자연히 인구를 모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변에 상가 기업사무소 등을 형성시켜 자생력있는 도시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그곳이 철도 교통의 종점이 되지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일단 서울로 올라와야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이 신도시들이 서울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생력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여러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신중한 계획과 의견수렴 그리고 사업운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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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창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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