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두더지쥐(Heterocephalus glaber)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에 서식하는 두더지과 동물이다. 최근 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건강이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센터(MDC)와 암 연구 센터(DKFZ) 등 공동연구팀은 계급이 높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더 큰 비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오픈 바이올로지’ 4월 6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98/rsob.210292 연구 과정을 연구팀과의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어떤 동물인가?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땅속에 굴을 파며 산다. 몸에 털이 거의 없는 것이 외관상 특징이다. 수명은 약 30년으로, 같은 몸집의 쥐보다 최대 10배 이상 오래 산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거의 늙지 않고, 통증 또한 잘 느끼지 못한다. 암과 같은 질병에도 강하다. 이 때문에 인간 수명 연장 연구와 관련해 주목받는 동물이다.
Q 비장은 무슨 역할을 하나?
비장은 림프절과 함께 2차 림프 기관으로서 면역 체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동물의 면역방어기관으로 면역 세포의 형성, 성숙, 유지 등에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몸속 세균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또 오래된 적혈구를 제거하는 등 혈액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도 한다.
Q 연구 내용이 궁금하다.
먼저 일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비장이 다른 개체들보다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벌거숭이두더지쥐 비장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고 조직 분석을 시행했다.
연구 결과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골수 대비 림프절의 세포 비율은 다른 설치류에 비해 높았고,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수치가 낮았다. 다른 설치류와 면역 체계가 다르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또 비장이 큰 개체가 잠재적으로 더 나은 세균 저항 능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군집 내에서 더 높은 계급에 해당하는 경향성도 보였다.
우리는 벌거숭이두더지쥐 비장의 크기가 사회적으로 조절될 수 있고, 이로써 계급이 높은 개체의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