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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김여사’는 없다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31



필자의 어머니는 운전을 능숙하게 한다. 얼마 전까지 “이 나이에, 여자치고는 꽤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다”며 으쓱해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칭찬이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을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임을 깨닫고 난 뒤에는 ‘여자치고’라는 말은 빼자고 하신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여성이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편견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일 경우 그에 따른 차별이 정당한가는 또 다른 문제이므로 제쳐두고, 오늘은 이 편견들이 정말 사실이기는 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헉, 난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었어!

여성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수학을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동등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시절이나 여성이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이 강했던 과거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학을 못한다는 결과가 종종 보고됐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서는, 성별 간에 수학 실력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
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여성들에게 ‘수학 테스트’라고 했더니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에 익숙한 참가자들이 불안감에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하지만 말을 바꿔 같은 문제를 ‘문제 해결 능력 테스트’라고 하면 앞서 나타났던 성차가 없어졌다. 여성들에게 실제로 수학을 못해서가 아니라 편견이 수학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정보를 준 뒤에 문제를 풀게 했을 때도 문제를 푸는 능력이 높아졌다(Psychological Science, 16, 175-179).

69개 나라의 남녀 수학성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남녀 간에 수학 평균 점수 차이가 있는 국가와 없는 국가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차이가 매우 작았다. 또한 국가별로 성별에 따른 수학실력의 차이와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은 ‘교육 기회 평등’, ‘여성의 연구직 진출’, ‘여성의 정치 진출’ 같은 성 평등 지표였다(Psychological bulletin, 136, 103-127).

비슷한 편견으로 아시아인 학생이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백인 남성 참가자에게 ‘백인이 아시아인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암시를 주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5, 29-46).

남성은 정말로 공감을 잘 못할까

공간지각 능력과 관련된 연구는 아직도 논란이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공간지각 능력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둘째 손가락 대비 넷째 손가락 길이역시 남성 호르몬과 관련이 깊지만, 공간지각 능력과의 상관관계는 불분명하다. 이런 논란의 원인으로 남녀의 분포의 차이를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남성은 어떤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아주 못하는 사람만큼 많은 반면, 여성은 비교적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편차가 적다.

공감 능력처럼 여성이 더 발달했다고 알려졌던 능력도 남녀 간의 차이가 없다. 다만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공감 능력이 좋은지 평가하는 ‘자기 보고’는 차이가 있다(Psychological Bulletin, 94, 100-131). 하지만 남성들에게 상금을 걸고 공감을 하는 과제를 시켰더니, 여성과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도 있다. 남성이 공감을 못한다기보다, 사회가 남성에게 공감할 것을 별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남을 신경 쓰고 배려하는 일을 피한다는 연구도 있다(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7, 720-730).

마지막으로, 만에 하나 집단 간에 선천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부족한 집단에 속한 사람을 조롱하고 비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상대적으로 나은 집단에 있다고 해서 우쭐댈 필요도 없다. 우리 반 평균 성적이 높다고 내 성적이 반드시 높은 것이 아닌 것처럼, 나는 얼마든지 우리 반은 물론 전교에서도 하위권일 수 있다.

건전한 사회라면 평등을 보장하고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을 것이다. 관련해서 여성 참가자들에게 여성들이 잘 못한다고 알려진 과제를 조금만 훈련시켰더니, 금방 차이가 없어졌고 이 상태가 3주간 그대로 유지됐다는 실험이 있었다(Human Performance, 11, 337-349).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서로를 옭아매는 대신 차이를 줄여나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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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 에디터

    송준섭
  • 일러스트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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