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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필수경제] 전쟁통에 환율이 오르는 이유

 

기자에게는 은행원 지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은행원은 기자에게 부탁 하나를 합니다. 실적을 위해 달러를 구매해 달라는 것이었죠. 당시 원달러환율은 1175원. 잠시 달러가 비싸다고 툴툴댔지만, 직장인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자는 그렇게 1000달러가량을 환전해 고이 모셔 뒀습니다.

 

해가 바뀌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정세가 혼란해지면서 환율은 더 올랐습니다. 지난 3월 17일에는 무려 1달러당 1240원을 기록했습니다. 문득 기자는 반 년 전, 친구 부탁으로 환전해 놓은 소중한 외화가 떠올랐죠. 그렇게 ‘껄무새’ 한 마리가 탄생했습니다. “더살껄.”

 

환율 상승이 과학 연구에 차질을 준 이유

 

환율은 서로 다른 나라의 통화 간 교환 비율입니다. 원달러환율은 1달러와 교환할 수 있는 원화의 양을 뜻합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의미는 외화를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은 이익을 보는 것이죠. (앗싸!)

 

사실 소액을 갖고 있는 개인의 경우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큰돈을 다루는 기업,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환율 변동은 매우 민감합니다.

 

과학기술계 연구 활동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고가의 외산 연구장비를 들여올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과학 연구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지연)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난 10년 동안 공공시장에 구축된 전체 연구장비 5만 271점 중 국산은 불과 33%입니다. 연구장비의 대부분을 외국 장비(67%)가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실제로 연구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9년 3월은 원달러환율이 무려 1570원에 이르렀습니다. 치솟은 환율로 외국산 장비 가격이 몇 달 만에 턱없이 높아졌고, 국내에서는 기존 예산으로 외국산 장비를 들여오기 어렵게 됐죠. 전문 분석장비들은 개당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결국 당시 한지연은 급격히 높아진 환율로 구입 예정이었던 9종의 장비 중 8종만 들여왔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달러를 보유하라?

 

환율은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이는 국가 간 갈등으로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경제적 위험을 뜻합니다.

 

전쟁이나 국가 간 갈등 등이 발생하면 환율이 오릅니다.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자산의 실질가치 하락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안전자산으로는 금, 은, 미국 달러 등이 있습니다. 이때 미국 달러가 안전자산인 이유는 ‘기축(key)통화’이기 때문이죠.

 

기축통화는 세계 경제의 토대가 되는 중심 화폐를 뜻합니다. 수많은 화폐 중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이유는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전 세계(라고 하지만 전부 서양) 44개국의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 우즈에 모였습니다. 이곳에서 이들은 금 대신 미국 달러를 국가 간에 결제할 수 있는 화폐로 정하고, 자산 보유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브레튼 우즈 협정’이라고 부르죠.

 

이후 사실상 달러는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됐습니다. 그 결과 국제 정세가 위태로워질 때마다 달러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만큼 달러가 비싸게 거래됩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일명 ‘큰손’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한 번에 큰 액수를 사거나 팔면 주가 변동이 일어나죠. 그렇다면 환율을 조절하는 외환시장에도 큰손이 있을까요?

 

때때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합니다. 환율이 너무 오르면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갖고 있는 달러를 팔아 환율을 내리죠. 2020년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경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달러를 사거나 팔아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실제로 환율 변동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효과는 1~2달가량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죠. 즉, 정부 개입이 일시적으로 환율 안정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 그래서 기자는 6개월 전 바꿔 놓았던 달러를 한화로 다시 바꾸기 위해 은행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1000달러를 사기 위해 지불했던 한화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외환 거래 수수료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수수료의 문턱에서 소중한 달러는 다시 서랍장 속에 고이 모아 뒀습니다. (사지말껄)

2022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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