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 손이 너무 시려워요…. 구부러지지도 않아요.
더는 원고를 쓸 수 없을 정도라고요. 저를 버리세요, 크흡….”
“안 돼! 조나단, 정신 차리게! 수족냉증 때문에 원고
펑크를 내다니 무슨 소리인가(오열).”
올겨울을 강타한 편집실 재난 영화 ‘한파-수족냉증의 저주’ 中ㄹㄹ
물론 이런 영화 따윈 제작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수족냉증은 좀비 바이러스나 외계인 침공보다는 훨씬 더 자주 찾아오는 재난입니다. 기자도 지금 손에 감각이 점점 사라짐을 느끼고 있거든요.
이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온열 마우스패드를 만들 겁니다. 얼핏 보면 전기장판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넓은 판에 전선이 연결돼있어 전원을 연결하면 금세 따뜻해지는 마우스패드죠. 그런데 온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부품이 전기장판과는 살짝 다릅니다. 전기장판 안에는 열선이 들어있는 반면, 온열 마우스패드엔 탄소계 면상발열체가 들어갑니다.
열선과 탄소계 면상발열체는 모두 줄 발열(Joule heating)을 이용하는 장치입니다. 줄 발열은 도체(전기가 통하는 물체)에 전류가 흐를 때 열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전류가 흐른다는 건 도체 내 원자 사이로 전자가 이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전자는 마치 붐비는 번화가를 달려나가는 사람이 행인들과 부딪힐 때처럼 원자와 충돌합니다. 전자는 원자와 충돌할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잃는 대신 열을 발생합니다.
탄소계 면상발열체는 필름, 부직포 또는 섬유 위에 탄소잉크를 코팅한 뒤, 구리 전극을 부착한 형태입니다. 흑연, 탄소나노튜브 등 면상발열체에 이용되는 탄소계 물질은 전기저항이 크면서 열에 강한 소재라 줄 발열을 이용하기 적합합니다. 전기저항이 클수록 더 많은 열을 발생하니까요. 구리 전극을 통해 전류를 공급하면, 전류가 탄소잉크가 코팅된 부분을 따라 흐르면서 발열체 ‘면’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도선 주위만 따뜻해지는 열선과 구별되는 특징이죠.
DC 12V 탄소계 면상발열체를 준비했습니다. 발열체 양면에 마우스패드를 부착하고, DC 12V(5A) 어댑터를 연결해 전원을 공급합니다. 금세 따뜻해진 마우스패드에 손을 녹이다 보니 영화의 결말이 떠오르네요. 이런 해피엔딩(?)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