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브라질은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는 54억 지구가족에게 「깨끗한 푸른 별」을 약속하는 하나의 희망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병든 지구환경을 살리려는 역사적인 유엔환경개발회의의 부대행사인 브라질 환경기술박람회가 지난 6월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상파울루 아넴비 공원 전시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리우의 지구서미트와 글로벌포럼이 지구환경 파괴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기술이전, 지구청소비의 재정지원 문제 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국이 벌인 대립의 마당이었다면, 에코 브라질은 인류가 21세기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면서 번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 기술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였다.
에코 브라질 전시회에는 전세계 3백84개 기업이 첨단의 환경기술을 선보였는데, 주최국 브라질이 가장 큰 전시면적을, 일본 독일 캐나다 프랑스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등의 순서로 전시장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벤츠 스카니아 도요다 닛산 등 대기업과는 별도로 선진국들은 독립전시관을 설치해 환경기술을 알리고 판촉활동까지 벌여 역시 에코 브라질은 G7 국가들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이 틈을 비집고 이스라엘 중국이 참가해 자신들의 기술을 알리면서 상담에 응하고 있었다.
개별기업으로는 독일의 벤츠사가 가장 큰 전시관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는 우리 손에'를 주제로 삼고 환경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기업환경보호 주의를 앞세워 지구환경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벤츠사가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약속으로 제시한 다음 6가지 원칙은 역시 세계적인 기업다운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순환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자동차
'지구는 유한하다는 기본 개념에서 새로운 순환의 사고를 가져야 하며, 환경보호는 과학적인 측정기술뿐만 아니라 크건 작건 개인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배움의 과정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우선돼야 하며, 환경보호는 국제 협력을 필요로 하는 전지구적 책임의 문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며, 환경은 우리 모두에게 관련된 가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독일 벤츠사가 미래 자동차로 전시회에 내놓은 수소자동차는 바로 순환 원리를 충실히 따라 개발된 차로서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아닌 순환가능한 물(${H}_{2}$O)을 배출하여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끊임없이 에너지가 순환하게 되어 있다.
수소를 순환가능한 에너지로 실용화하려는 발상은, 천연가스 석유 석탄같은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온실효과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귀중한 자원을 단순히 태워버려서는 안된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벤츠사는 현재의 화석연료를 가능한 한 절약하고, 대신 순환 가능한 태양에너지 물 풍력 등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수소 에너지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을 수 있으며, 수소를 연소시킬 때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가 아니라 수증기가 나오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현재 수소의 90%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거나 탄화수소와 수증기를 고온에서 반응시켜 얻는다.
이런 공업적인 제조방법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의 상당부분이 석유 석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어 순환가능한 에너지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벤츠사는 'Hot Elly' 라고 불리는 1천℃의 수증기를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방법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로 전기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처럼 난방에 이용할 수도 있으며 또 자동차 연료로 쓰는 등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 자동차의 또 다른 문제는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도록 사회기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수소자동차의 연료탱크를 개선하는 일이다. 수소는 액체 기체 수소저장합금 형태로 저장할 수 있으나 연료 탱크 크기가 10배에서 최고 25배까지 커지기 때문에 연료 탱크 크기를 작게 줄이는 일이 커다란 과제가 되고 있다.
벤츠사는 수소저장합금 탱크 무게를 3백20㎏으로 줄였으나 앞으로 얼마나 더 무게를 줄이느냐에 따라 수소자동차의 실용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 연료를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추운 날씨에도 시동이 잘 걸리도록 연료탱크 재질을 니켈 백금 철 티탄 바나듐 망간 등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수소 연료탱크는 자동차 가격을 끌어 올려 수소자동차 보급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값싸면서 안전한 연료탱크 개발에 벤츠사는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가스상태의 순수한 수소는 화석연료처럼 재충전이 쉽지 않다. 수소를 재충전하는 데는 15분 정도로 지금보다 3배에서 5배나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재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벤츠관계자는 밝혔다. 왜냐하면 바쁜 현대인들은 에너지를 구하는 데 15분을 쓰기보다 그 시간에 도로를 질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의 전기자동차 조인트 리사이틀
수소연료를 압축해서 주입할 때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열을 식혀주는 별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벤츠사는 연료를 주입할 때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를 흘려보내 흡수하는 냉각장치를 부착했다. 현재 벤츠의 수소 자동차는 베를린에서 75만㎞의 주행시험을 마치고 성능보강작업이 한창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마쓰다사도 HR-X 수소자동차를 전시했는데, 수소 1회 주입으로 2백㎞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시속은 1백50㎞까지 낼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과 소음이 가솔린자동차의 10%밖에 안돼 조용하다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효율과 안전성이 높고 승차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보수가 간단해 경제적이다. 공기저항은 승용차의 50%, 트럭의 30% 정도다. 차체 무게를 줄일 수 있어 타이어의 마찰도 반으로 줄어든다.
전기자동차 성능은 바로 배터리 성능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배터리가 전기자동차의 핵심이다. 배터리 성능은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에너지 밀도와 가속성을 보장하는 파워밀도가 좋아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납 배터리는 파워 밀도가 강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배터리 수명도 길지 않다. 그래서 전기자동차는 주행거리 최고속도 가속성능이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실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도쿄전기에서는 이런 전기자동차의 결점을 보완한 이자(IZA)라는 브랜드의 전기자동차를 전시해 많은 눈길을 끌었는데, 이자는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난제의 하나인 배터리 문제해결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을 들었다. 즉 도쿄전기는 니켈-카드뮴 배터리의 무게를 줄여 ㎏당 에너지 양을 30%정도 향상시켰으며, 인 휠 모터(in wheel moter)를 앞뒤 네 개 바퀴에 설치해 '꿈의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자동차의 실용화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88년부터 4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 차가 선을 뵈게 된 것은 도쿄 전기를 주축으로 한 전기자동차연구소의 기술지도, 도쿄 연구소의 보디시스템개발과 주행시험, 메이덴사의 드라이브 시스템개발, 일본 배터리의 배터리 시스템개발 등 4개 전문사가 참여한 공동연구 덕택이었다고 한다. 날렵하면서도 안락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파워 핸들 파워윈도 파워 브레이크를 갖추고 있고, 차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satic) 보디와 알루미늄 새시를 채용했으며, 고속에서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공기저항계수를 0.19로 크게 낮췄다.
이밖에 전기자동차 부문에는 일본의 다이하츠자동차공업 도요다 닛산 미쓰비시 혼다 마쓰다 등 일본전동차량협회 회원사들이 대거 참여해 21세기 저공해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ABB(Asea Brown Boveri·세계 최대의 스웨덴의 전기엔지니어링 그룹)도 순환가능한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에너지효율과 환경의 균형을 이룬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었다. 더욱이 ABB는 폐기물을 연료화하는 일과 바이오 매스 태양열 풍력을 에너지로 쓰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ABB는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리사이클이 가능한 나트륨·유황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를 활용한 버스 트럭 승용차를 90년대 중반에 대량생산할 것으로 전시회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래 ABB는 도시 교통난을 해결하고 석유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을 연구하다가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년의 연구결과 현재의 배터리보다 4배나 성능이 뛰어난 나트륨-유황 배터리를 개발해냈다. 오는 94년에 이 배터리를 대량생산할 경우 가솔린자동차보다 공해물질을 훨씬 적게 발생하는 전기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이 ABB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자동차가 5백47.2㎞를 재충전하지 않고 달려 세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고 한다.
달리는 공해공장 디젤자동차
현재 트럭 버스 중장비 건설장비 선박 군사장비 등 대형운송차량은 배기가스, 특히 질소산화물과 그을음을 많이 배출해 대도시 공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가솔린과 디겔자동차의 비율이 57:43정도로 유황성분을 제거하지 않은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자동차들이 서울 시내를 대책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디젤 자동차의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연기관 개발이 커다란 연구과제가 되어 왔다.
벤츠 도요다 스웨덴의 스카니아가 바로 디젤자동차의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킬 수 있는 청정기술을 공개했다. 우선 벤츠는 대형버스는 물론이고 트럭 청소차 트레일러같은 중장비에도 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주성분이 메탄인 압축천연가스는 자동차연료로 쓸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 정도 감소하지만 엔진의 출력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남아 있으며, 같은 힘을 얻는데 가스통 부피가 너무 커 설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벤츠 스카니아의 버스는 밑바닥에, 트럭은 운전석과 적재함 사이의 공간에 가스통을 설치했다.
또한 천연가스자동차는 고압이나 저온의 용기가 필요하며 연료탱크의 부피와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차량 무게가 무거워져 자동차에 실을 수 있는 가스의 양만으로는 장거리를 운행할 수 없다. 스카니아와 벤츠는 1회 주행거리가 짧고 언제든지 가스충전이 가능한 시내버스에 중점을 두고 가스자동차를 개발해왔다. 벤츠와 스카니아 관계자는 언제라도 천연가스를 이용한 청정자동차(clean car)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동차 선진기업이 저공해자동차 개발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지구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협약 못지 않게 뜨거웠던 쟁점이 환경기술이전에 관한 문제였다. 수많은 기술 중에서 저공해자동차 기술은 앞으로 개도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이전받아야 할 청정기술의 하나다. 그러나 실상은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들이 저공해 자동차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21세기 자동차기술을 이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여 이 문제에 관한 국가간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모든 기술은 지구환경 고려해야
어차피 저공해 자동차 보급은 G7을 비롯한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소외되는 저소득 국가들, 즉 현재도 대기오염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더 급한 나라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저공해 자동차는 선진국의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이집트 멕시코 방글라데시 동구 옛 소련같은 후진국들은 기술의 낙후, 자동차의 노후화, 급속한 산업화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지구환경정상회담과 함께 열린 에코 브라질은 그동안 열렸던 전시회보다 상당히 혁신적이었다. 우선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철학에서부터 인간이 현재 쓰고 있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순환가능한 모든 에너지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기술이 새로운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환경의 약탈자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던 대기업들이 지속적인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기술은 지구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에코 브라질은 예고하고 있었다.
더욱이 에코 브라질에는 실용화를 앞둔 환경기술들이 많이 전시됐다. 특히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한 기술들이 많이 소개돼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기술을 선진국들만이 독점할 경우, 지구환경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전에 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으로 남아있는 문제점이다.
여기서 몇가지 아쉬웠던 건 국제적인 관심 속에서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의 불참으로 완전한 전시회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부에서 개발한 전기자동차에 부시 대통령이 시승하고 대기정화법을 제정해 저공해자동차의 수입을 의무화하려는 미국정부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 3는 아예 에코 브라질을 외면했다. 또한 경쟁 관계에 있는 프랑스의 르노, 이탈리아의 피아트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있다는 에코 브라질에 불참했다.
우리도 G7 프로젝트에 2천 4백억원을 들여 환경기술 저공해 자동차기술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있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연구소 정부 관련기관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구환경정상회담과 함께 열렸던 에코 브라질은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는 54억 지구가족에게 '깨끗한 푸른별'을 약속하는 하나의 희망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