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별을 공전하는 행성은 별과 운명을 함께한다고 알려져 왔다. 중심별이 죽음 단계에 해당하는 백색왜성으로 진화하면 강한 조석력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공전하는 행성 대부분은 파괴된다. 하지만 최근 별의 죽음을 마주하고도 살아있는 행성이 발견됐다.
조슈아 블랙맨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자연과학부 연구원팀은 외계행성 MOA-2010-BLG-477Lb가 백색왜성의 주변을 공전하면서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미국 하와이의 켁(Keck) 천문대 망원경으로 포착한 미시중력렌즈 현상(microlensing)과 근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관측한 자료를 분석했다. 미시중력렌즈는 천체가 근처 시공간을 휘게 해 마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현상으로, 빛이 휘어진 정도를 분석하면 천체의 질량 등 일부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연구 결과 백색왜성으로 진화한 중심별의 질량은 태양의 약 0.53배였다. 또 행성은 목성처럼 가스로 이뤄져 있었으며 질량은 목성의 약 1.4배였다. 기존에도 태양 질량의 8배를 넘지 않는 중심별을 공전하는 목성형 행성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시뮬레이션 연구로 밝혀져 있었지만, 실제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맨 연구원은 “이번에 관측된 항성계는 백색왜성 주변의 행성이 중심별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라며 “태양과 목성의 마지막 단계도 이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13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586-021-038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