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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날씨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우산을 챙겨야 하나 궁금해 하며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두터운 옷을 꺼냅니다. 특히 강수 예보와 실시간 관측정보는 일상은 물론 바다에 나가거나 농사를 지을 때에도 도움을 주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최근에는 폭우 등 이상기후가 만드는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기상 관측정보를 활용합니다. 기상과학자들은 강수 현상을 더 잘 이해하고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도 강수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관측된 강수 현상을 강수입자 크기 분포(drop size distribution) 정보를 바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빗방울로 강수의 특징을 가늠하다


강수입자 크기 분포는 강수가 발생할 때 단위 부피(m3)에 들어있는 강수입자의 크기별 개수를 의미합니다. 강수입자 크기 분포는 강수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정보입니다. 세차게 내리는 강한 비는 지름이 큰 빗방울이 많고, 보슬비는 지름이 작은 빗방울이 많다는 식입니다.
강수입자 크기 분포는 우적계(disdrometer)를 통해 관측할 수 있습니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 재는 현대판 측우기라고 보면 됩니다. 지상에 설치된 우적계는 해당 지역에서 비가 내릴 때 입자를 광학적으로 관측해 직경, 수농도(빗방울 개수), 낙하속도 등의 정보를 수집합니다. 우적계와 같은 지상관측기기를 각 지역에 설치하면 지역적인 강수 특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지상관측기기는 해당 지역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지역이나 격오지(내륙의 외딴 지역)에서 나타나는 강수 현상의 특징은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지상레이더입니다. 반경 수백km를 관측할 수 있는 지상레이더는 특정 구역의 강수만 관측하는 우적계보다 더 넓은 지역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공간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기상학자들은 전 세계 각지에 설치된 지상관측기기에서 축적된 자료를 한데 모아 강수입자 크기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기상학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셈입니다. 


강수입자 크기 분포를 알면 강수 유형을 분류하고 강수 구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시간당 1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시 크게 두 종류의 구름 유형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큰 강수입자가 많은 유형’과, ‘강수입자가 작은 대신 그 수가 더 많은 유형’입니다.
전자는 주로 대륙에 설치된 기기에서 관측됐고, 후자는 바다 위의 섬에서 주로 관측됐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대륙성 및 해양성 집중호우 구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지구를 관측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우주에서 관측하는 비구름과 빗방울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기상위성을 활용한 분석법이 제안됐습니다. 2014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구강수관측(GPM) 위성을 발사했습니다. GPM 위성은 지구 407km 상공을 끊임없이 공전하면서 북위 65도에서 남위 65도 사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수 현상을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지구 전역에서 발생하는 강수 현상 가운데 70~80%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기상레이더를 탑재한 위성으로 중·저위도 지역을 관찰하면 전 지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강수 현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GPM 위성으로 전 지구 영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를 관측해 분석해 얻은 강수입자 크기 분포 정보에 따라 강수 구름 유형을 분류했습니다. 분석에는 혼합된 정보를 다양한 집단으로 분류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류 기법인 가우시안 혼합 모델(Gaussian Mixture Model) 분류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분류 결과 지구상의 강수 구름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대륙성 깊은 대류 유형’은 주로 대륙에서 많이 발생하면서 세 유형 중에서 빗방울의 평균 직경이 가장 크고, 빗방울의 수는 가장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육지에서 땅이 뜨거워지며 구름이 빠르게 성장해 내리는 비입니다. 소나기나 스콜이 여기 해당하는데 이때 비구름의 높이는 10~11km 수준으로 높게 발달합니다.


또 다른 유형인 ‘해양성 깊은 대류 유형’은 서태평양과 계절풍 지역에서 대부분 관측됩니다. 첫 번째 유형에 비해 빗방울의 평균 직경이 작고, 빗방울의 개수가 많습니다. 구름의 높이는 약 7~8km 정도로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해양성 얕은 대류 유형’은 빗방울의 크기가 세 유형 중 가장 작고 빗방울의 수는 가장 많습니다. 해양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 유형과 비슷하지만 동태평양 열대수렴대 지역에서 유난히 많이 관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상학 연구


위성 관측으로 알아낸 강수 구름의 유형은 기존의 여러 지상관측 연구 결과와 큰 틀에서 비슷했습니다. 기존의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지상관측의 단점이었던 자료의 공간적 제약을 해소했습니다. 


위성 관측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 강수 유형별 구름 높이와 같은 정보를 얻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또 동태평양 열대수렴대 지역에서 해양성 얕은 대류 유형의 발생 빈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사실이 위성자료로는 처음으로 드러나는 등 알려지지 않던 사실도 여럿 발견했습니다. 현재 필자의 연구팀은 이 현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이 지역의 집중호우 발생 기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기 힘든 해양과 격오지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상위성 연구는 잠재력이 큽니다. 놀라운 사실은 NASA, 유럽우주국(ESA) 등 여러 저명한 기관에서 엄청난 액수를 투자해 얻은 기상위성 관측자료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상위성 연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우리 머리 위에서 하늘을 관측하고 있는 기상위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호기심을 더하면 날씨의 비밀을 한층 더 많이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류지훈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연수연구원
  • 에디터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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