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칠레대 기계공학과 자비에르 루이스 델 솔라 교수팀은 축구를 하는 인간형 로봇이 인간처럼 부드럽게 넘어지는 기술을 연구했다. 로봇도 인간처럼 넘어질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로봇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저널인 ‘로봇공학과 자율시스템’ 3월호에 실렸다. 기존의 로봇은 넘어질 때 자신을 방어하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센서가 땅의 경사를 감지하기 전까지는 울퉁불퉁한 땅에서도 평지에서처럼 움직여 쉽게 넘어졌다.
루이스 교수팀은 로봇이 최대한 ‘잘 넘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넘어질 때 로봇이 받는 총 충격량을 계산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로봇이 바닥에 부딪힐 때 로봇의 관절이나 카메라 등 주요 부위가 받는 힘과 토크(회전력), 충돌 속도 등을 방정식의 변수로 계산했다. 그 뒤 연구팀은 총 충격량 값을 최소화시키는 동작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잘 넘어지는’ 방법 두가지를 찾아냈다. 첫 번째는 로봇이 넘어지는 순간 다리가 접히도록 설계해 로봇의 무게중심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로봇축구대회에 출전했던 ‘UCH H1’ 로봇에 적용해본 결과 로봇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로봇에 가해지는 총 충격량도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방법은 로봇이 넘어질 때 바닥과 로봇의 접촉면적을 넓혀 부딪힐 때의 충격을 몸 전체로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 덕분에 충격이 특정 부분에 집중돼 그 부분이 아예 망가져 버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6~7월 두 달에 걸쳐 열리는 로보컵 대회에 안전하게 넘어지는 기술이 가미된 새로운 로봇을 출전시켜 실전에서 경기력을 시험해 볼 예정이다. 이 기술은 로봇축구 외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인간의 다리와 유사한 로봇 다리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잘 넘어지는 기술이 사람을 일으키는 데 쓰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