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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블X과학동아] 프X글스 리프터│나중의 편함을 위해 지금의 귀찮음을 감수한다

올해 들어 긱블이 누군가로부터 의뢰를 받아 만들어 준 작품을 여럿 소개해드렸습니다. 유명한 유튜버도 있었고, 심지어 유명 게임 속 캐릭터의 의뢰도 받아봤는데요. 사실 유명한 누군가만 긱블에게 의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긱블의 팬카페에 가면 누구든지 의뢰를 할 수 있는 ‘긱블이 해주겠죠?’라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는 2019년부터 올라온 700개 가까운 의뢰서가 긱블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중 한 의뢰를 들어주려고 합니다.

 

제 손이 큰 건지 프X글스 통 입구가 작은 건지….
통을 뒤집지 않고선 안에 있는 과자를 꺼내 먹기 
힘들더라구요…ㅠㅠ.
그래서 그런데 프X글스를 편하게 꺼내먹을 수 있는 
기계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용…?

 

세 문장 모두 ‘…’이 들어갔습니다. 매우 수줍게 부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런 고민은 기다란 통에 감자 칩이 차곡차곡 담겨있는 프X글스를 맛본적 있다면 누구든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습니다. 몇 개 남지 않았을 때 손은 안 들어가고, 그렇다고 통을 뒤집자니 부스러기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죠. 이 기계를 긱블에서 만들어 준다면 굉장히 긱블스럽지 않게 유용한 기계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기어의 기본, 평기어와 베벨기어


기계를 만들어야 하니 역시 메이커 잭키 님이 나섰습니다. 잭키 님은 “기어의 기본기에 충실한 프X글스 리프터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손을 프X글스 통 속에 집어넣지 않고도 감자 칩이 통 밖으로 하나씩 올라오게 하는 기계죠.


일단 기어의 기본을 알아봅시다. 기어는 톱니바퀴 모양의 부품으로, 두 개 이상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동력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동력전달장치라고도 하죠. 기어의 톱니바퀴 수를 조절하면 동력을 원하는 크기와 속도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서 기계 장치에 많이 사용됩니다.


이런 기어는 맞물린 두 개가 어떻게 배치됐느냐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두 개 기어의 축이 평행하게 놓인 것을 평기어라고 합니다. 구조가 간단해 제작이 쉽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두 기어가 나란히 놓여 있어서 시계와 같이 얇고 평평한 기계에 많이 사용되죠. 단, 평기어는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톱니가 부딪치면서 소음과 진동이 비교적 커집니다.


이런 소음과 진동은 줄일 수 있습니다. 톱니의 모양을 일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만드는 겁니다. 일직선 모양의 톱니는 기어가 돌아가며 하나씩 ‘탁탁’ 맞물리지만, 톱니가 사선형이면 톱니 하나가 떨어지는 동시에 다음 톱니가 순차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에 톱니 하나당 받는 힘이 작아집니다. 이에 따라 소음과 진동도 매우 작아지죠. 이런 기어를 헬리컬기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동차 중에서도 높은 토크가 필요한 경주용 차에는 톱니모양이 일자인 스트레이트기어를, 소음과 진동이 작은 게 우선인 보통의 자동차에는 헬리컬기어를 사용합니다.

 


긱블 기사답지 않게 고루한 설명이 길어지는 것 같아 살짝 불안한데요. 그러니 한 가지 기어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기어 축이 수직으로 배치된 베벨기어입니다. 두 개의 기어가 수직으로 맞물려 있어서 동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방향도 전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베벨기어 역시 톱니가 일직선인 스트레이트 베벨기어와 사선인 헬리컬 베벨기어로 다시 나눌 수 있습니다.


잭키 님은 톱니모양이 일직선인 평기어와 베벨기어를 사용해 이번 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설계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일단 맨 밑에 평기어 두 개를 놓습니다. 이 중 작은 평기어를 손으로 돌리면 큰 평기어가 맞물려 돌아가죠. 이때 큰 평기어 위에 놓인 베벨기어도 같이 돌아갑니다. 이 베벨기어에는 수직 방향으로 작은 베벨기어 세 개가 맞물려 있어서 동시에 돌아갑니다. 이어서 작은 베벨기어에는 각각 와이어가 연결돼 있습니다. 기어가 돌아가면서 세 개의 와이어도 동시에 당겨지죠. 그러면 세 와이어 끝에 연결된 하나의 원형 부품이 서서히 위로 올라옵니다. 글로 설명하려니 좀 복잡하지만, 설계도를 한 번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부드러운 기어 작동 비밀은 백래시


가장 기본적인 기어 형태를 사용해서 조금 심심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잭키 님의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기어 설계 시 백래시(backlash)를 줘 작동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백래시는 두 기어의 톱니바퀴 사이의 작은 틈을 말합니다. 톱니바퀴가 너무 꽉 물려 있으면 기어가 돌아갈 때 회전저항이 커서 마모가 과도하게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크게 발생할 수 있죠. 그래서 약간의 틈을 줘 비교적 톱니바퀴가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백래시를 너무 크게 주면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지 않아 헛돌거나, 톱니바퀴 끝만 빨리 마모될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잭키 님은 긱블의 중견 메이커답게 적당한 백래시를 준 듯 합니다.


이제 제작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대부분의 부품을 긱블이 자랑하는 3D 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아크릴 프레임은 레이저 커팅기로 재단했고요. 출력은 오래 걸렸지만 조립은 한 시간 만에 뚝딱 끝났습니다.


작품이 완성되기는 했는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앞서 말한 전체 설계를 잘 이해했다면, 이미 이상함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기어를 돌리면 그 결과 원형 부품이 위로 올라옵니다. 이 원형 부품이 과자를 들어 올리는 것이겠죠. 이 말은 원형 부품이 애초에 과자보다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과자 통 밑부분을 잘라 원형 부품을 넣어야 할까요.


잭키 님은 당당히 아니라고 말하며 직접 시연에 들어갑니다. 일단 과자가 가득 담긴 통을 빈 과자 통 위로 뒤집어 모든 과자를 쏟아냅니다. 그렇게 비워낸 과자 통 속에 원형 부품을 넣습니다. 그리곤 다시 과자가 든 통을 뒤집어 원형 부품이 담긴 과자 통에 과자가 차곡차곡 쌓이도록 쏟아 넣습니다. 그다음 기어를 돌려 과자가 서서히 올라오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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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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