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강원 태백시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는 매일 2000t(톤)씩 9℃가량의 차가운 지하수가 솟아난다. 20m 이상 바위를 따라 흐르는 모습은 마치 용틀임을 보는 듯하다. 이 신비로운 용틀임이 494km 한강 줄기의 시작이다. 검룡소의 물은 강원도 정선의 골지천으로 흐르고,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합류한 뒤 조양강, 동남천과 만나 동강이 된다. 동강은 다시 영월에서 서강과 만나 남한강이 되고 경기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쳐져 서해로 나아간다.


땅이 탄생하고 산이 솟아 물길이 완성되기까지 한강은 긴 시간을 흘러왔다. 수십억 년에 걸친 땅의 형성부터 수만 년 전 초원이던 황해를 가로지른 대(大)한강의 도도한 흐름까지, 긴 강의 역사에 빗겨 보면 인류와 함께한 시간은 찰나일 뿐이다. 

 

현재는 ‘남한강’이 아닌 ‘한강’이 공식명칭


장엄한 기운을 품은 해가 평창강 섶다리 너머로 떠오르고 있다. 섶다리는 Y자형 나무로 다릿발(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 등을 깔아 흙을 덮어 만든 옛다리다. 평창강은 현대식 다리(주천교)와 옛다리가 함께 놓여 있는 보기 드문 강이다. 평창강은 주천강과 합류해 서강이 되고 영월에서 동강과 합쳐서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충북 단양, 제천을 지나 충주로 흐른다. 이곳에는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지며 형성된 충주호가 있다. 충주호에 동이 막 트면 물안개가 피며 환상 속에 있는 듯한 풍경이 완성된다. 

충주를 지난 남한강은 북쪽으로 서서히 올라가며 강원 원주, 경기 여주, 양평을 지나 서울에 도착한다. ‘한강’하면 흔히 떠올리는 풍경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양옆에 빼곡한 도심을 끼고 여러 개의 교각을 유유히 지나간다. 

 

조선 전기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4권 충청도편에는 ‘저 월악을 보니 중원에 비껴 있는데 한강의 물이 처음 발원했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월악산이 있는 충주에 흐르는 하천을 남한강이 아닌 한강으로 표기했다. 1909년 발간한 ‘한국충청북도일반’, 1916년 ‘충주발전지’, 1928년 ‘충청북도요람’ 등 과거 대부분의 지리서에는 충주를 흐르는 하천을 ‘한강’이라고 적고 있다. 

 


반면 남한강으로 표기한 역사서도 있다. 1728년 음력 4월을 기록한 영조실록에 ‘남한(南漢)’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1866년 고종 3년 음력 9월 ‘비변사등록’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리키며 각각 ‘남한’과 ‘북한(北漢)’으로 표현했다. 일제강점기 발간된 ‘조선총독부 관보’에도 ‘남한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양평에서 하나의 강으로 합류하는 북한강과 견주어 ‘남한강’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도 편의를 위해 남한강이 더 익숙하게 쓰이지만 2018년 국토교통부는 한국하천일람에서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북부를 흐르는 이 하천의 공식명칭을 ‘한강’으로 표기하고 있다.

▲용암과 강이 빚어낸 한탄강의 협곡이다.

 

한강으로 이어진 남한과 북한


북한강과 임진강의 하늘이 붉은 빛으로 덮였다. 북한강에선 떠오르는 해가, 임진강에서 지는 해가 그린 풍경이다. 떠오르는 해는 이미 잔잔한 강물까지 붉은 빛깔로 가득 채웠고 지는 해는 북녘 땅의 산 너머로 붉은 빛을 채 가는 중이다. 


북한강과 임진강은 각각 한강의 양끝에 위치한 지류로 두 강 모두 북한에서 흘러온다. 각 유역의 23%, 63%가 북한에 속해 있고 북한강은 금강산의 비로봉 부근에서, 임진강은 마식령에서 솟아나 북한 땅을 따라 흐르다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임진강은 경기 연천에서 한탄강과 만난다. 한탄강 유역에서는 약 54만~12만 년 전에 화산폭발이 일어나 용암이 빚어낸 화산 지형이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형성돼 있다. 특히 한탄강과 임진강의 합류 지점으로부터 임진강 상류로 거슬러 수km에 걸쳐 발달해 있는 주상절리는 절경으로 평가받는다. 화산활동이 일어났을 당시 한탄강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임진강 상류 쪽으로 역류하면서 현무암층을 만들었고 화산활동이 끝난 후 강이 현무암을 깎아내 기하학적인 형태를 빚어냈다.


북한강은 한강의 지류 중 가장 길이가 길다. 협곡이 많고 하천 유량이 풍부해 과거부터 댐 건설의 최적지로 꼽혔다. 일제강점기 건설된 화천댐, 한국에서 저수용량이 가장 많고 높이가 123m로 가장 높은 소양강댐이 있으며 이외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등이 지어졌다. 

 

202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