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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긱블이 만들어 주겠죠?”를 외친 이가 있습니다. 단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게임 속 캐릭터가 의뢰인입니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의 대표 캐릭터 ‘용감한 쿠키’가 그 주인공이죠.

게임 속에서 용감한 쿠키는 탱커 역할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전투 시 아군 중 맨 앞에 서서 적군의 공격을 막아내죠. 그런데 게임에서 탱커 캐릭터를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종종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맨날 적한테 얻어터지기만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공격이란 아프지도 않을 무기로 얍얍 휘두르는 게 다죠. 의뢰인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친구들처럼 화려하고 강력한 공격으로 적을 때려눕히는 멋진 무기 하나쯤 갖고 싶다고 울부짖습니다.

긱블이 용감한 쿠키의 한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기만 한 용감한 쿠키의 지팡이를 멋진 총으로 탈바꿈해주겠다고 말이죠. 

오버클럭으로 비눗방울 뿜뿜 ‘버블건’

먼저 신입 긱블러 듀오의 아이디어입니다. 이번에도 외관파트 숨숨 님과 전자파트 키쿠 님이 뭉쳤습니다. 키워드는 비눗방울입니다.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비눗방울을 내뿜어서 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동시에, 게임 OST를 틀어 용감한 쿠키의 마음은 평온하게 유지한다는 전략입니다.

일단 지팡이부터 만들어 보겠습니다. 원래 용감한 쿠키는 지팡이 끝을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적을 후려치는 공격을 합니다. 그래서 금속 소재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오래오래 사용하려면 부식이 적은 스테인리스 소재가 적당하겠네요. 지름 63.3mm 두께 1.5mm의 무게감 느껴지는 관을 택했습니다.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이 고리 모양으로 휘어져 있어서, 일직선 모양의 관과 휘어진 관을 각각 구매해 용접해줍니다. 숨숨 님 상체보다 클 정도로 위협적이고 웅장한 스테인리스 지팡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엇…, 근데 지팡이 모든 부분이 막혀 있습니다. 아직 주요 기능을 할 장치들을 넣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비눗방울과 음악 재생기를 만들어 넣기로 한 키쿠 님은 당황스럽습니다. 숨숨 님은 “지팡이 끝을 다시 자르고 장치를 넣으면 된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발끈한 키쿠 님이 “다시 자를 거면서 왜 다 붙여놨냐”고 질책하자, 숨숨 님은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설명해줍니다.

“두 개의 스테인리스 관을 잇기 위해 용접할 땐 양쪽 입구를 꼭 막아놔야 해요. 용접할 때 관이 엄청나게 뜨거워지기 때문이에요. 양쪽 입구가 막혀 있지 않고 열려 있으면 용접 중에 열로 인해 관 전체가 휘어질 수 있어요. 이걸 방지하려고 반대쪽 관 끝을 마구리캡이란 부품으로 덮어 용접한 뒤에, 다른 관을 용접해 이어붙이는 게 정석입니다. 그래서 모든 관이 하나로 연결될 때까지 양쪽 입구를 막아 놓죠. 입구를 열어야 하면 그 뒤에 잘라내야 해요.”

숨숨 님의 설명에 평온함을 찾은 키쿠 님이 비눗방울 장치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일단 장난감 비눗방울 기계를 가져왔습니다. 키쿠 님 눈에 띈 이상 어쩔 수 없이 분해됩니다. 비눗방울 기계를 개조할 심산입니다. 지금은 비눗방울을 너무 평화롭게 내뱉고 있거든요. 적을 혼란스럽게 하려면 비눗방울을 더 빠르게 뿜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버클럭’을 이용할 겁니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버클럭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겁니다. 기계 성능을 강제로 높이는 방법이죠. 일반적으로 클럭은 순차회로(Sequential Circuit)에 가해지는 전기적 진동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Hz(헤르츠)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이 진동 속도를 제조사가 정해놓은 클럭보다 높이는 걸 오버클럭이라 합니다. 가령 컴퓨터 연산장치인 CPU를 오버클럭하면 컴퓨터의 연산 처리 속도가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집니다. 단, 오버클럭을 과하게 하면 기계가 감당하지 못하고 고장 나거나, 기계 수명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오버클럭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키쿠 님은 비눗방울 기계의 작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전원보다 더 강하게 전류를 흘려줄 겁니다. 이 기계는 원래 AAA 건전지(1.5V)를 사용하게 돼 있는데, 이보다 센 전류를 흘리는 11.1V RC배터리를 연결해줍니다. 테스트해 보니 AAA 건전지로 전원을 공급하면 0.003A(암페어)의 전류가 흐르는 반면, RC배터리를 사용하니 0.007A로 전류가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모터가 정신없이 돌아가며 비눗방울을 내뿜습니다.

적에게는 혼란을 더할, 그리고 용감한 쿠키의 마음은 진정시킬 음악 재생기를 만들 차례입니다. 장치를 만드는 건 매우 간단합니다. 게임 OST가 담긴 SD카드와 5V의 전원, 그리고 스피커 유닛만 연결해주면 노래가 재생되는 모듈이 완성됩니다. 별도의 코딩도 필요 없습니다.

완성된 비눗방울 장치를 총구 부분인 지팡이의 긴 쪽 끝에, 음악 재생기는 반대편 지팡이 손잡이 쪽 끝에 장착해줍니다. 외관은 원래의 지팡이 모양과 비슷하게 아크릴 스프레이로 줄무늬를 만들어줬습니다. 아크릴 스프레이는 무광의 색을 내기에 적합한 채색 도구입니다. 거대한 빨간 리본도 달아줬습니다. 용감한 쿠키가 적을 기선제압할 외형을 요청하긴 했지만, 숨숨 님 취향으로 밀어붙입니다.

리볼버 시스템 갖춘 ‘5연발 리볼버’

이제 긱블의 어엿한 중견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잭키 님이 등장합니다. 신입 듀오에게 한 수 가르쳐줄 생각입니다. 잭키 님은 5연발 총을 떠올렸습니다. 탱커인 용감한 쿠키가 화려한 원거리 딜러로 탈바꿈할 수 있겠네요.

잭키 님은 쉽게 소지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버블건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전체 골격은 필라멘트를 재료로 한 3D 프린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골격에 삽입할 주요 부품은 회전식 탄창과 이산화탄소(CO2) 카트리지입니다.

총 안에 있는 총알은 기다란 관인 총열을 통과해 바깥으로 발사됩니다. 그래서 총알이 발사되기 위해서는 총알을 총열 끝에 안착시킬 장치와 안착한 총알을 앞으로 밀어낼 장치가 필요합니다.

잭키 님은 일단 총알을 한 발씩 총열에 정렬하기 위해 3D 프린팅으로 회전식 탄창을 출력했습니다. 실제 리볼버라는 총기가 있습니다. 리볼버는 영어로 ‘회전하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다른 권총은 총알을 기다란 탄창에 보관하는 데 반해, 리볼버는 실린더 형태의 회전식 탄창에 총알을 하나씩 꽂아 넣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회전식 탄창이 일정 각도만큼만 회전해 총알이 총열 끝에 딱 맞게 정렬되는 방식이죠.

그래서 잭키 님도 회전식 탄창이 마냥 핑그르르 돌지 않고 딱 원하는 각도만큼만 회전하도록 만들 겁니다. 잭키 님은 작은 쇠 구슬과 용수철을 사용했습니다. 우선 회전식 탄창이 돌아가야 할 각도에 맞춰 탄창 중심부에 다섯 개의 작은 홈을 동그란 형태로 팝니다. 그리고 그 홈에 쇠 구슬 하나를 얹어놓고 스프링으로 밀착합니다. 그러면 회전식 탄창이 쇠 구슬에 걸려 마구잡이로 돌아가지 않고 고정되죠. 회전식 총탄을 강제로 돌려도 쇠 구슬은 스프링이 누르고 있어서 바로 옆에 난 홈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합니다. 방아쇠를 당겨 회전식 탄창을 강제로 회전시키면 홈의 간격만큼만 돌아가고 쇠 구슬에 의해 멈추게 되죠.

정렬된 총알을 발사할 힘은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로 얻었습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소개했듯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데 유용한 장치입니다. 긱블러들이 자주 사용하는 완소템이기도 하죠. 강하게 압축된 이산화탄소 기체가 바깥과의 압력 차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원리쯤은 긱블의 영상을 애청하는 여러분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요?

주요 장치들을 모두 장착한 뒤, 외관은 버블건과 마찬가지로 줄무늬를 그려 넣어줬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좀 투박한 게 역시 미대 출신 숨숨 님의 퀄리티를 따라 잡긴 힘드네요. 그래도 완성품의 무게(0.4kg)가 버블건(1.8kg)에 비해 4분의 1도 안 돼 용감한 쿠키가 들고 달리기에 매우 편할 것 같습니다.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버블건과 적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5연발 리볼버. 용감한 쿠키가 택할 총은 단 하나. 어떤 총을 들고 다시 게임 속 세상으로 돌아갈까요. 긱블의 유튜브 채널에 5월 업로드된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