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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뉴스] 척추동물 16종 완전한 표준유전체 공개

특정 생물종을 대표하는 유전체 정보인 표준유전체는 ‘설계도’에 비유된다. 정확한 표준유전체만 있다면 해당 염기서열을 재조립해 멸종한 생물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유전체 해독 방식은 유전체 내 반복서열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12개국 50여 개 기관이 참여한 ‘척추동물 유전체프로젝트(VGP·Vertebrate Genomes Project)’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체 해독 방식을 개발해, 완성도가 98%에 이르는 척추동물 16종(포유류 4종, 조류 3종, 파충류 1종, 양서류 1종, 경골어류 6종, 연골어류 1종)의 표준유전체를 ‘네이처’ 4월 28일자 표지논문으로 공개했다. doi: 10.1038/s41586-021-03451-0

 


연구팀은 염기서열을 1만 염기쌍 이상 길이로 길게 잘라 읽은 뒤(롱 리드(long read) 방식), 염색체 단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조각들을 하나로 묶어 조립하는 유전체 해독 자동화 기술을 개발했다. 
직소 퍼즐에 비유하면 퍼즐 한 조각의 크기를 키우고, 이런 조각들끼리 연결해주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아낸 것이다. 기존에는 염기서열을 약 150염기쌍 길이로 잘게 잘라 한꺼번에 조립했는데, 고등 척추동물의 유전체는 반복서열의 비율이 30~60% 정도로 높아 정확도가 떨어졌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논문의 제1저자 이아랑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 연구원은 “이번에 조립한 16종의 유전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전체 길이가 50억 염기쌍에 이른다”며 “다양한 종들의 독특한 반복서열 구조와 서열 유사도를 다룰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연구지원을 받아 VGP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김희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팀은 새롭게 밝혀낸 표준유전체와 예전 기술로 만든 표준유전체를 비교해 기존 표준유전체의 오류를 규명해냈다. 연구팀은 발성 학습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금화조(제브라 핀치)와 안나 벌새, 알을 낳는 포유류인 오리너구리, 나무를 기어오르는 어류인 등목어 등 4종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 표준유전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주요 부위에 적게는 평균 30%에서 많게는 평균 55%까지 유전체 서열 정보가 소실된 ‘허위 소실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금화조의 도파민 수용체 생성과 관련된 DRD1B 유전자의 경우, 유전자 발현량을 조절하는 지역의 유전체 서열 정보가 약 55%가량 누락돼 있었다. 


유전체 상의 특정 염기서열이 잘못 반복 조립돼 여러 개의 사본이 존재하는 오류인 ‘허위 중복 오류’도 발견됐다. 금화조의 발성 학습에 관련된 GABRG2 유전자를 보면 기존 유전체에서 유전자의 약 절반이 허위로 중복돼 있었다. 


여러 가지 오류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오리너구리의 난황(알에 포함된 영양물질)과 관련된 VTG2 유사 유전자는 허위 소실 오류와 허위 중복 오류가 모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전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조립되지 못한 단편화 오류까지 있어 유전자가 원래 크기보다 작은 두 개의 유전자로 쪼개진 것처럼 오인돼 왔다. 


김 교수는 “표준유전체가 유전자의 위치와 역할을 알려주는 ‘영한사전’이라고 볼 때, 지금까지 절반가량 잘못 쓰인 사전을 사용해 유전체를 이해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체 비교 분석을 수행한 이철 서울대 생물정보 및 집단유전학연구실 연구원은 “유전체를 100 염기쌍 크기로 쪼개 봤을 때 GC(구아닌-사이토신) 함량이 높은 영역일수록 허위 소실 오류가 많아졌다”며 “이런 허위 소실 오류와 허위 중복 오류를 수량화하고 원인을 밝힌 후속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표준유전체는 유전자의 발현과 진화, 변이, 질병과의 연관성 등 유전체 연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VGP는 현존하는 척추동물 7만 7000종의 표준유전체를 모두 확립할 계획이다. 1차 결과로 이번 논문을 발표하고, 다음 단계로 약 50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목(order) 수준에서 대표종 260종을 뽑아 표준유전체를 구축하고 있다. 공통조상에서 영장목, 고래목, 식육목 등으로 분화된 요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교수는 “올 상반기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에도 VGP 표준유전체를 구축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며 “VGP의 최종 목표인 7만 7000종 중 10%를 분석해냄으로써 VGP 아시아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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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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