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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대충 먹는다고 뭐 달라질까?

이지 사이언스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

간식용 

· 1회 섭취참고량당 단백질이 2g 미만이면서 3가지 기준(열량 250kcal, 당류 17g, 포화지방 4g)을 하나 이상 초과하는 식품, 또는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500kcal, 당류 34g, 포화지방 8g 중 한 가지를 초과하는 식품

 

식사대용 

·1회 섭취참고량당 단백질이 9g 미만이면서 열량 500kcal, 또는 포화지방 4g을 초과하는 식품
·나트륨 함량이 600mg(유탕면류는 1000mg) 기준을 초과하면서 열량 500kcal, 또는 포화지방 4g을 초과하는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1000kcal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식품 

 

 

늦게 일어나서,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살을 빼기 위해서,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 100명 중 15명은 다양한 이유로 아침을 굶습니다. 학교가 방학일 땐 결식률이 100명 중 17명으로 더 높아지고, 특히 최저생활을 위해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서는 방학 중에 100명 중 27명이 아침을 거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가 지속적으로 제한된 2020년의 조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더 많은 학생들이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도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영유아기 결식, 나중에 먹어도 효과 없어


‘한 끼 굶으면 어때’ 혹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충 때우면 되겠지’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식과 영양부족 경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칩니다. 장 속에 공생하고 있는 수십조 마리 미생물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 먹는 음식과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계속 변합니다. 특히 영유아기는 이런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장내 미생물의 종 다양성이 떨이지고, 이는 근육과 뼈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 설사성 질환 연구센터(icddr,b)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016년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은 24개월 미만 방글라데시 영유아들의 미성숙한 장내 미생물을 쥐에 투입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습니다. 


관련해 최근 3가지 후속 연구가 나왔습니다. 아르준 라만 워싱턴대 의대 장 마이크로바이옴 및 영양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팀은 수백 가지 장내 미생물 군집 중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장내 미생물 성숙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영유아 55명으로부터 매달 대변 샘플 데이터를 수집해 장내 미생물이 성숙하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이 정상적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15가지 핵심 장내 미생물 군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같은 연구소의 지넷 게릭 연구원팀은 어떤 음식을 먹으면 미성숙한 장내 미생물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덜 성숙한 아동의 장내 미생물을 생쥐와 새끼 돼지에 이식한 뒤 실험해보니 놀랍게도 분유나 쌀은 장내 미생물의 성숙을 촉진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병아리콩 가루와 바나나, 콩가루, 땅콩가루 네 가지 음식을 섞어 먹였을 때 효과가 가장 뛰어났죠. 두 연구는 2019년 7월 12일 ‘사이언스’에 발표됐습니다. doi: 10.1126/science.aau4735, doi: 10.1126/science.aau4732 


그리고 올해 4월 7일 같은 연구소의 로버트 첸 연구원팀이 병아리콩과 바나나, 콩, 땅콩가루를 기름에 섞어 자체 개발한 보조식품(MDCF-2)과 일반 영양보충식품(RUSF)의 효능을 비교했습니다.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생후 12~18개월 된 방글라데시 영유아 12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하루 2번 3개월간 MDCF-2와 RUSF를 25g씩 제공했습니다. 


이후 1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는 MDCF-2의 승리였습니다. 열량은 MDCF-2가 RUSF에 비해 20%가량 낮았지만, 뼈와 신경계, 면역계 발달에 필요한 혈장 단백질이 더 많이 늘었고, 키나 체중도 MDCF-2 그룹에서 2배나 빨리 늘어났습니다. 또 21가지 유익한 장내 미생물 군집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을 먹이는 것이 성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doi: 10.1056/NEJMoa2023294

 

청소년기 영양 결핍, 비만으로 이어져 


균형이 무너진 식습관도 결식만큼이나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2018년 국내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매일 섭취하는 0~8세 아동은 100명 중 7명, 9~17세 청소년은 100명 중 11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일주일에 3회 이상 라면, 햄버거 등의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는 0~8세 아동은 100명 중 49명, 9~17세 청소년은 100명 중 68명이 넘습니다. 2019년 전국의 중·고등학생 6만 100명을 조사한 결과도 일주일에 5일 이상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청소년은 일주일에 3일 이상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등 편의식품을 섭취할 확률이 1.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oi: 10.4163/jnh.2020.53.3.255 


잘못된 식습관은 장내 미생물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현 테라젠바이오) 등 공동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13~16세 국내 비만 청소년 67명과 BMI가 25 미만인 비만이 아닌 청소년 67명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했습니다. 대변 시료에서 미생물의 유전체만 쉽게 동정할 수 있는 16S rRNA 염기서열 분석법과 빅데이터 분석법을 사용해 실험 대상자의 장 속에서 미생물 군집의 양을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두 집단의 차이는 뚜렷했습니다(44쪽 그림). 비만인 청소년 집단에서는 박테로이데스속(Bacteroides) 미생물 비율이 훨씬 적었습니다. 그리고 박테로이데스속 미생물 비율이 낮을수록 중성지방 수치와 심혈관 질환 예측인자인 고감도 C-반응단백질(hs-crp) 수치가 높았습니다. doi: 10.1371/journal.pone.0134333 이는 장내 미생물이 현재 비만일 확률, 앞으로 비만이 될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입니다. 


박신기 테라젠바이오 차장은 “비만인 청소년과 비만이 아닌 청소년이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5가지 미생물 군집을 찾아내 미생물 군집 패턴에 따라 비만이 될 확률을 구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미생물 군집에 따른 비만 확률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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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사진

    이명희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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