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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레흐 씨 가족을 찍은 모습. 미국과 전쟁이 끝난 직후의 모습으로 가족 뒤에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달력도 걸려 있다.]

카메라가 우리 가족을 향해 눈을 떴어요.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 모두 불러와야지. 멋쟁이 오빠는 뒤에서 기타를 치고 있네. 아, 집안에 있는 물건도 모두 내와야겠다. 바닥에 까는 카펫부터 밤에 잘 때 덮고 자는 이불까지, 작은 침대에 예쁜 옷이 들어 있는 옷장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도 빠질 수 없지. 이게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이랍니다. 지금부터 지구촌 구석구석에 있는 우리 이웃들의 집을 공개할게요.

우리는 모두 밥을 먹는다

세계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까.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 전통 마을에서는 어떻게 집을 지어 살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것을 먹을까. 집 안에는 어떤 물건들이 들어 있을까. 집 구석구석, 물건 하나하나 꼼꼼하게 관찰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맨얼굴을 생생하게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지구촌에 사는 이웃들(그 나라에서는 평균적인 가족이라고 한다)을 찍은 사진이 최근 한국에서 책으로 공개됐다. 1994년 유엔이 정한 ‘세계 가족의 해’를 기념해 찍은 사진들이다. 지금부터 20년전 모습을 담고 있지만 많은 곳들은 지금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 일부 지방도 마찬가지다. 반면 1994년 한국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현기증 나는 속도로 변해왔는지 실감이 날 것이다.

카메라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더 눈길이 간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많은 지방에서는 지금도 영아사망율이 높다. 사진에 등장한 아이들은 지금 잘 자랐을까. 아니면 가난과 질병, 환경 파괴에 시달려 운명을 달리했을까.



[에티오피아 모울로 지방에 사는 게투 씨 가족. 소와 말, 닭 등 가축들이 한 가족처럼 모여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천막집에 살고 있는 레그젠 씨 가족. 식사 준비를 끝내고 식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았다.]


[인도의 전통 부엌. 미시리 씨가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부엌에서 쌀과 토마토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다. 부엌에 창문이 없기 때문에 사진보다 훨씬 어둡다.]


[알바니아의 전통 화장실]


[▲ ‘신사의 나라’ 영국의 고달밍시에 사는 호드슨 씨 가족.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영국 사람들은 전통을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집에서 꺼낸 짐에도 옛날 물건들이 잔뜩 있다.]


[▲ 돼지와 토란으로 만든 사모아의 전통 요리.]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추도 장소. 한때 쉼터였지만 1차 걸프전 때 미국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이 안에 있던 410명이 사망했다. 사진 속의 여성은 당시 폭격으로 9명의 자녀를 잃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 사모아의 푸타시 지방에 사는 라가발레 씨 가족이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고 있다. 바닥에는 코코넛 잎을 땋아 만든 자리가 놓여 있다.]

어느 곳에 살고 싶으세요?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의 대표 사진 작가인 피터 멘젤은 이 책을 펴낸 계기를 “팝스타 마돈나의 화보집”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구의) 절박한 현안들보다 마돈나의 화보집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실제로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각 나라 사람들이 공개한 집은 때론 전쟁이나 깊은 가난의 상흔이 남아 있다. 집에서 끄집어낸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르포라이터인 찰스 만은 이 사진들을 보며 “인류는 거대한 도박 앞에 있다”고 말한다. 과잉 소비와 무너지는 가정, 환경오염 등에 직면한 도박이다.

그러나 모든 사진들이 극단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태평양 섬나라의 부유하진 않지만 여유로운 오후는 마치 낙원을 연상하게 한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사랑을 하고, 친구와 사귀고, 부모나 자식과 껴안는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일상에서 오는 작은 행복 덕분일 것이다.
 
[기사에 나온 사진과 자료는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윌북에서 제공했습니다. 이 책은 미국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청소년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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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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