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끝에는 어김없이 그 순간이 옵니다. 에디터노트 마감. 빨개진 눈으로 쓰기 싫다며 기자와 디자이너들에게 죽는 소리를 해봅니다. “나 대신 써줄 사람?” 물론 빈말로라도 써준다는 사람은 없고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만 날아옵니다. 그나마 두 명. (고마워요, 이O애 기자, 박O경 기자.) 역시 인생은 20%만 기대하며 살아야 하나, 혹시 인간관계를 되돌아봐야 하는 건가 고민하다 다시 보니 아, 이모티콘의 얼굴이 죄다 수상합니다. 글은 웃고 있는데 캐릭터는 웃음기 하나 없이 무표정한 도끼눈(-_-)입니다. ‘어리광 그만 부리고 빨리 하시죠’라는 눈은 설마 아니겠죠. (고마워요, 이O애 기자, 박O경 기자.)
눈 이야기를 합니다. ‘빨리 하시죠’ 그 눈 말고요. 빨개진 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보던 눈입니다. 집중하는 눈, 무언가를 이루려는 눈, 첩첩이 쌓인 과거의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의 오류를 찾아내려는 눈, 무언가 한 글자라도 새로운 사실을 담아 내기 위해 골똘히 노력하는 눈입니다.
눈은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언제 인간적인 눈을 갖게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복원으로 유명한 고인류·고생물 아티스트들은 대략 400만 년 전 등장한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하게 흰자와 검은자를 갖춘 눈으로 복원합니다. 숲이 아니라 넓고 탁 트인 아프리카의 초원에 살며 두 발로 걸은 이들이야말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소통과 협력할 수 있는 인간다운 눈을 진화시켰으리라는 나름의 추론과 함께입니다. 이번에 표지와 특집 본문에 사진을 제공한 복원 아티스트 ‘케니스&케니스’ 팀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400만 년 전 인류가 유일한 최초의 인류 후보는 아닙니다. 더 이른 시기에 산 후보도 있습니다.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속 최초의 인류 역시 아직 정체가 모호합니다. 아시아에서 거푸 발견되고 있는 작은 인류 등 최근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다른 난제도 여럿입니다. 이들을 이번 특집에서 다뤘습니다.
기획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 한켠에서 활약한 두 장인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로 활약하며 필생의 역작으로 석굴암을 촬영한 고 한석홍 선생의 삶을 그의 아들이자 대를 이은 문화재 사진작가 한정엽 씨의 인터뷰를 통해 다뤘습니다. 고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30여 년째 만들고 백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작품을 수리하고 있는 엔지니어 이정성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 이면에 가려진 공동 창작자로서의 장인의 삶도 조명했습니다. 작품의 온전함에 함께 도달하고 이를 고스란히 전하는 일에서 예술과 삶의 본질을 성찰한 심미안을 만납니다. 인간 정신의 가장 고양된 형태를 그 눈과 눈이 본 작품에서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