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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로켓] 나로호 1단 조립완료, 시행착오 1000번 혹독한 지상 검증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러 공동설계사무소를 열던 2005년, 협력사인 흐루니체프의 살류트 설계국에서는 나로호(KSLV-I) 1단에 들어갈 부품 설계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 주 엔진 등이 들어간 나로호의 1단 동체를 개발하는 것은 러시아의 극비 기술이기에 설계는 삼엄한 경비 속에서 추진됐다. 

 

 

러 앙가라와 다른 나로호 1단

 

나로호 1단의 설계는 흐루니체프의 발사체인 앙가라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개발에 참여한 살류트 설계국의 실장 이고르 게오르기예 비치 올레닌은 나로호 1단이 “특별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1단의 전방동체부였다. 나로호 1단은 크게 5개 부분(전방동체부, 1단 탑재체부, 산화제 탱크부, 엔진을 포함한 연료 탱크부, 공력핀을 포함한 후방동체부)으로 구성되는데, 나로호의 전방동체부는 앙가라와 달리 특별 복합소재로 설계됐다. 

 


올레닌 실장은 “전방동체부의 내벽과 외벽을 탄소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그 사이에 알루미늄 벌집 구조물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발사체 부품과 조합체가 영하 200도부터 최고 1000도에 이르는 다양한 온도 범위에서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1단의 소재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나로호 1단에서는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의 제3사분면에 탄소 플라스틱 덮개(카울)도 추가됐다. 탱크 외벽을 따라 지나는 발사체 전력 통신케이블과 유공압 배관을 공기 마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살류트 설계국은 1단의 구조 설계에 맞게 다양한 조립장치(어셈블리)들을 개발했다. 지상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을 발사체에 탑재된 부품들과 연결해주는 조립장치, 발사체 1단과 2단의 전력과 유공압 배관을 연결해주는 조립장치 등이 나로호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제작은 블라디미르주 코브로프시에 있는 흐루니체프사의 지사 아르마투라 설계국이 맡았다. 


조립된 1단에는 외부 단열을 위해 열 차단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 1단에 사용된 금속의 부식과 표면의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전도성 에나멜을 사용해 금속 표면과 틈새를 코팅했고, 열과 정전기를 차단하는 백색 도료를 한 번 더 코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연구팀은 발사체 소재나 보호 목적으로 사용된 화학물질들을 국내 화학물질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러시아의 화학물질은 한국으로 들여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한 화학물질 중 일부는 실제로 한국에서 발사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사용되기도 했다. 

 

 

GTV로 발사 시나리오를 세우다 

 

나로호 1단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는 꼬박 3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2005년 설계를 시작해 2008년 5월에야 발사 준비에 필요한 나로호 1단의 지상검증용 기체(GTV·Ground Test Vehicle) 조립을 완료했다. 


GTV는 나로호를 실제로 발사하기 전에 발사장 시설과 함께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전 검증을 위해 제작하는 발사체 모사용 하드웨어다. 발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제 발사체와 동일한 기체(엔진은 모형을 사용)를 만들어 발사체가 운송되는 절차를 확인하고, 발사를 진행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런 GTV 테스트는 우리에게 발사 운용 노하우를 축적하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러시아 연구팀은 2008년 여름 GTV를 한국으로 이송했다. 러시아로부터 나로호 1단뿐만 아니라 GTV까지 공급받기로 추가 계약을 맺은 덕분이었다. 우리 연구팀은 GTV를 이용해 러시아의 발사체 공장에서 한국의 나로우주센터까지 발사체가 육로와 해로, 항공로를 통해 어떻게 이송되는지 검증했다. 


2009년 4월부터는 본격적인 발사 진행 시나리오를 세웠다. GTV를 발사대에 연계하는 시험 등 각각의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행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각 시험의 책임자들이 시나리오에 있는 절차대로 장비를 조작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성됐는가는 발사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로호의 경우 400기압에 이르는 초고압 가스와 영하 196도에 이르는 액체질소,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와 같이 극저온 상태의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세워 오작동이나 조작 실수에 따른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야 했다. 


 GTV 발사대 연계시험의 시나리오는 9단계로 세웠다. 그리고 단계마다 기술적 문제점이 나타나면 그것을 해결하고 재시험과 반복시험을 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단계별 시험이 자칫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시험 방식이라는 걸 여러 번의 발사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설부터 오작동까지 1000여 가지 시행착오

 

발사를 준비하며 각종 시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예상대로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중요한 문제 몇 가지를 추려보면, 첫째는 누설(Leakage) 문제였다. 


나로호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최고 400기압의 초고압 가스가 필요했다. 나로호는 공기, 헬륨가스, 질소가스가 모두 초고압 상태로 공급돼야만 정상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때문에 초고압 가스가 지나가는 배관이나 부품에서 조금이라도 누설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거나 오작동했다. 현존 기술로 100% 완벽한 차폐는 불가능하기에, 누설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발사 시스템을 진행할 것인가는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둘째로 온도 문제도 있었다. 극저온이나 극고온 상태, 또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시스템의 경우 아주 사소한 곳에서 민감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나로호는 영하 196도에 이르는 액체질소, 영하 183도에 이르는 액체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극저온에 대한 대비가 중요했다. 이러한 물질들이 길이가 100m가 넘는 배관을 통해 나로호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기화하지 않도록, 또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세 번째는 청정도 문제였다. 발사체를 발사할 때는 사용하는 가스류나 액체류에 불순물이나 습기가 규정된 값 이하로 낮게 유지돼야 한다. 통상 습도는 건조 과정을 통해 낮출 수 있는데, 이때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발사 준비 초기에는 가스류나 액체류를 정상상태로 잘 만들고도, 검사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가 불합격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발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노하우를 터득했다. 


네 번째는 장비 사용시간 문제였다. 나로호의 경우 3일 동안 발사 운용을 한다. 따라서 발사대 시설 등 지상 지원 장비들도 3일 동안 연속으로 동작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상시설 장비는 3일간은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복병을 만났다. 나로호에 공급하는 공기를 고압으로 만들고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고 공급하는 온도제어시스템이 6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엔진이 멈추거나, 경고등이 들어와 엔진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밖에도 사소하지만 해결하지 않고서는 나로호를 발사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보고된 문제만도 1000여 건, 각 팀에서 알아서 해결한 문제들까지 합치면 수천 건이 넘는다. 


한때는 나로호 발사대의 화재방지시스템(FPS· Fire Protection System)이 오작동하는 일도 있었다. 화재방지시스템은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면 가능한 빨리 작동되는 것이 좋은 만큼 컴퓨터가 제어하는 자동시스템으로 설계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그런데 발사대 시스템에 대한 인증시험이 한창이던 2009년 6월 19일 오전 4시경, 발사대의 화재방지시스템이 오작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GTV 기체에 약 27분간 소화액이 분사된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화재방지시스템과 컴퓨터통신시스템 상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결국 2010년 6월 9일 나로호 2차 발사의 첫 번째 시도 과정에서 화재방지시스템이 또 한 번 오작동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그 이후 자동시스템을 수동으로 바꿨고, 다행히 발사는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오작동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서도 모든 현상을 100%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로호에도 여전히 규명해 내지 못한 불확실성이 있다. 하지만 나로호와 같이 수많은 부품이 연결된 복잡한 기계에 대해 공학적인 시험을 수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연구개발의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광래. 1988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서 과학로켓 개발을 시작해 이후 30년 넘게 발사체 개발에 몸담았다. 1993년 1단형 과학로켓 KSR-Ⅰ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1990년대 후반 KSR-III 사업부터 2002~2013년 나로호 사업까지 총 책임자를 맡았다. 2014~2017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맡아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개발을 이끌었다. gwcho@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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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및(나로호개발책임자)
  • 에디터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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