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인 임수환 씨의 스케줄은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상관없이 빡빡하다. 2017년부터 학부 공부를 겸하며 교내 창의 프로젝트, 해외 파견 프로그램, 교외 토론대회 등에 참여했다.
수환 씨와 함께 만난 신소재공학부 3학년 임승재 씨, 2학년 이유빈 씨도 이에 견줄 만큼 지스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학부생의 대학원 연구 참여’ ‘UC버클리에서의 한 학기’
승재 씨는 지난 2년 사이에 다양한 이력을 채웠다. 연구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기숙사 복지팀장과 학생 홍보대사를 맡았다. “대학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과정이 싫어서 학사과정부터 연구와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주는 지스트를 택했다”는 승재 씨는 그의 뜻대로 다채로운 대학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러 활동 중에서도 가장 뜻깊었던 건 단연 지난 여름방학 8주 동안 참여한 G-SURF(GIST-Summer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 프로그램이다. G-SURF는 지스트가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SURF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2학년 이상의 학사과정생이 대학원 실험실에 들어가 연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승재 씨는 이주형 신소재공학부 교수의 실험실에서 8주간 딥러닝을 이용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를 찾는 방법을 익혔다. 후보 물질의 결정을 그래프로 표현하고 이를 딥러닝에 적용해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이다. 승재 씨는 “전체 연구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과정이지만, 교재로만 배우던 것을 직접 해본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실험 경험을 쌓는 것보다 더 큰 소득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승재 씨는 “교수님도 1주일에 두 번씩 일대일로 만나고, 선배들과는 수시로 대화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서는 기계학습을 비롯한 컴퓨터 과학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승재 씨는 G-SURF를 마치고 회로 이론을 비롯해 전자, 컴퓨터와 관련된 다른 학부 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4년 동안 지스트에 재학한 수환 씨의 활동은 더 화려하다. 특히 SAP(Study Abroad Program)가 눈길을 끌었다. SAP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나 칼텍에서 정규학기를 한 학기 동안 수강해보는 프로그램이다. 1년에 칼텍은 1~2명, UC버클리는 8명 정도 선정된다. 학생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으로 이제 막 대외활동에 발을 내디딘 유빈 씨도 “3학년이 되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선망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수환 씨는 UC버클리에서 지난해 1학기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두 달 정도로 짧아졌지만, 그 사이에 얻은 경험과 인연은 값졌다. 수환 씨는 “1년에 한 번 UC버클리에서 열리는 유명 강연회인 테드(TED)에 참여했는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몰입감이 인상 깊었다”며 “20여 명의 연사 중에서도 ‘사람들이 주문을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재밌어서 해리포터를 읽듯, 수학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 있다’고 말한 수학 교육 유튜버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스트를 비롯해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스텍 등 과학기술특성화대 학생들 간에 벌어진 토론대회는 지난 대학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수환 씨는 “토론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을 알기 쉽게 전달하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사람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 모두 지난 여러 대외활동에서 해본 일로, 덕분에 스스로를 평가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환 씨는 “지스트는 한 학년 학생수가 200명 정도로 적은 만큼, 좋은 기회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다”라며 “후배들도 학부 공부 외에 더 넓은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