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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동물원 관람객이 알아낸 아기주머니의 비밀

지구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만 좋아하는 신비의 동물 캥거루. 태어난 후 5만배 이상 자라며 넓이뛰기 달리기에 모두 능하다. D.H 로렌스가 찬양했던 이 수수께끼의 동물의 원래 이름은 '나는 모른다.'

동물들의 세계에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신비스러운 일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캥거루만큼 여러가지 비밀을 간직한 기묘한 동물도 드물다. 캥거루란 이름이 어떻게 붙여진 것이고, 아랫 배의 아기주머니는 왜 달고 다니는가 하는 등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로렌스는 그의 시에서 캥거루를 이렇게 표현했다.

"나긋나긋한 어미 캥거루, 토끼처럼 일어서지만 저 크고 무거운 추. 그러나 미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들면 오! 그 몸매는 토끼에 비기랴, 뛰어난 우아함이여…"

아기주머니는 제2의 자궁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만 서식하고 있는 캥거루는 1770년 영국의 탐험가인 쿠크선장이 백인으로선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쿠크선장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 캥거루를 발견하고 원주민들에게 이름을 물었더니'캥거루'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나는 모른다'는 뜻의 토속어였다. 그때부터 캥거루는 '캥거루'로 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박물관의 '토로톤'씨는 그의 저서에서 '캥거루'라는 이름은 어느 원주민 종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나는 모른다'는 뜻의 토속어는 '캥거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1901년 퀸슬랜드주(州)의 원주민마을에 갔던 '로스'박사는 쿠크스타운 주변에 사는 코코이미디아족이 캥거루를 '강구루우'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다른 지방에선 캥거루라는 이름이 통하지 않았다.

쿠크선장이 캥거루를 최초로 발견했다는 설도 잘못 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1629년에 네덜란드인 프란시스코선장이 타마왈라비의 일종을 발견했고, 1600년대말에 소개되었던 캥거루종류도 있었던것이다.

10속이상의 캥거루과(科)를 분류학적 또는 분포학적 근거로 나누어 볼 때 쿠크가 발견한 캥거루는 현재 서울대공원에서 기르고 있는 붉은캥거루와 같이 덩치가 큰놈이 아니었다. 쿠크스타운 부근에서 보는 소형의 왈라비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캥거루의 대표격은 '숲속의 주민'이라 불리우는 회색캥거루(학명:Macropus giganteus)와 몸무게가 최고 80kg이나 나가는 붉은캥거루다. 그리고 왈라루(학명:Macropus robustus)가 있으며, 그밖에 작은 유대류(有袋類)를 왈라비라고 한다. 캥거루과(科)에는 대개 55종(種)의 종류가 있으며 몸무게도 다양하다. 작게는 2kg짜리로부터 최고 1백kg짜리 거구도 있다.

캥거루는 탄생과정이나 행동하는 모습이 독특한 동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것은 새끼를 기르는 아랫배의 아기주머니이다.

캥거루 새끼는 어떻게해서 아기주머니에 들어가게 되나?

많은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너무도 작은 새끼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매달려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와 했다. 새끼가 육아(肉芽)처럼 젖꼭지주변에서 생기는 것으로 여긴 사람도 있다. 새끼가 무척 작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아직도 캥거루의 새끼는 어미의 아기주머니(육아낭) 속에서 발생하여 자란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연구결과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캥거루는 이른바 불완전 태반(胎盤)동물이었다. 그래서 어미캥거루의 태반이 거의 발육돼있지 않기 때문에 새끼는 극히 짧은 임신기간을 거치고 출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캥거루의 수태는 교미에 의해 자궁내에서 이뤄지나 실질적인 착상은 아기주머니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아기주머니는 제2의 자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임신기간은 25~35일로 평균 27일 쯤이다. 자연조산(早産) 형식으로 출산된 새끼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다. 보통 몸길이가 성냥개비 반 정도인 2.5cm, 몸무게는 1.2g 정도에 불과하다. 어미 체중인 50kg에 비교하면 거의 5만분의 1에 해당하는 것.

인간의 신생아 체중이 부모체중의 약 20분의 1이고, 지상의 최대 거수(巨獸)인 코끼리도 새끼가 어미의 50분의 1의 체중을 갖는 것과 비교해 보라.

필자도 1986년 6월 대공원에 있는 캥거루의 새끼를 측정한 일이 있다. 약 두어달쯤 자란 녀석의 몸길이가 4cm, 몸무게 5g 정도였다.

18세기 백인에 의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개척되기전까지 캥거루의 출산은 하나의 '신비'로 가려져 있었다. 그후 세계 각국의 동물원에 소개되면서 많은 동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속에 부단한 관찰과 연구가 계속됐다. 그러나 캥거루의 출산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동물학자들이나 동물원종사자들이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관람객들과 캥거루를 그리고 있던 화가가 목격한 것이다.

 

출산장면


'조이'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출산과정을 살펴보자. 어미는 출산이 가까와지면 몸을 좁혀 산문(産門)에서 아기주머니까지를 혀로 핥아 반드르하게 길을 닦는다. 마침내 산문을 나온, 빨간 털이 없는 새끼는 닦아놓은 길을 따라 기어오른다. 눈은 감은 채 잘 발달한 후각으로만 길을 찾아 주머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태아가 아기주머니 속에 들어가서 젖꼭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종종 젖꼭지를 찾아 물지 못하는 놈도 있다.

태아의 모습은 성장한 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앞발이 오히려 크게 발달하고 뒷발은 작다. 또 작은 꼬리가 뒷발과 가지런히 모아져있다.

발달된 앞발은 새끼의 주요한 행동기관이 된다. 이것이 움직임과 동시에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게 되고 그때마다 몸이 S자로 꿈틀거려 전진하게 된다. 새끼는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본능이 있다. 더욱이 핥아서 닦아놓은 길에는 장애물이 없어 전진이 용이하다.

새끼가 주머니 안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4개의 젖꼭지 중 하나를 물고 매달린다. 일단 젖꼭지를 물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새끼의 입은 병의 주둥이 모양이고 이에 물린 젖꼭지는 길게 늘어져 목구멍에 이른다. 새끼가 젖꼭지를 빠는 음압(陰壓)때문에 젖꼭지에서 새끼를 떼기가 쉽지 않다.

젖은 일정한 시간에 자동적으로 새끼의 식도로 직접 흘러 들어간다.

새끼는 주머니속에서 약 6개월이상 젖을 먹고 자란 뒤 처음 외출하게 된다. 주머니속에서 생활하는 새끼를 '조이(Joey)'라고 부른다.

캥거루는 2~3년 자라면 성년이 되는데 수명은 16~18년 정도이다.

캥거루는 멀리뛰기를 잘해 보통 13.5m를 뛴다. 높이뛰기도 선수급이어서 3.3m나 뛰어오른다. 달리기는 보통 1백m를 5초내에 주파할 정도로 빠르다.

캥거루의 동작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분명 4발 달린 짐승인데도 던져준 과자를 앞발로 집어먹을 때의 자세는 얼핏 두 뒷발만으로 서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천천히 걸음을 걸을 때는 앞발을 보태어 걸으므로 긴꼬리와 함께 다섯개의 발이 있는 것 같다. 급히 서둘러 뛸 때는 앞발은 오그려 가슴 앞에 모으고 꼬리는 뒤로 치켜 든다. 그리고 꼬리를 힘주어 뻗쳐 균형을 잡고 뒷발만으로 껑충껑충 뛴다.

캥거루도 부드러운 모피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마구잡아 그 수가 매우 감소되었다. 또 들개의 일종인 '딩고'에 물려 죽어 한때는 멸종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포획이 금지되고 '딩고'도 많이 사살돼 캥거루의 종족보존이 이루어지고 있다. 참으로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멀리 뛰기 하는 조이
 

198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진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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