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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6월 태양 가리는 부분일식

숨겨진 달의 이동 모습을 찾아라

뜨거운 여름태양이 빛을 잃는다. 구름에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태양의 귀퉁이가 살짝 베어나간 모습. 바로 하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진귀한 모습 중 하나인 일식이다. 6월 11일 아침에 펼쳐질 부분일식을 미리 만나보자.

 

뜨거운 6월 태양 가리는 부분일식



하늘에 변함없이 떠있던 태양이 어느날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태양신의 둥그렇고 위엄에 찬 모습이 어느 순간 점점 쪼그라들면서 그 빛이 점차 사라지고 세상은 암흑에 뒤덮인다.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하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다.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 벌어졌을 법한 광경이다. 아니면 영화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현상은 일식이라 불린다. 일식은 예로부터 특이한 천문현상의 대표였으며, 과학기술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여전히 신기한 천문현상이다.

태양이 모두 가려지는 개기일식이나 반지처럼 보이는 금환일식이 벌어질 때 일식의 감동이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기회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35년 9월 평양 부근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고, 그 이전에는 해외로 나가야만 구경할 수 있다. 즉 아직도 한참 후에야, 또 통일이 돼야만 한반도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이 드물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식이 일어날 때 태양과 달의 연장선에 정확히 위치하는 지구의 지역이 아주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에서 조금 벗어나면 태양의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부분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6월 11일 아침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랜만에 부분일식이 펼쳐진다.


11일 아침 6시 53분에 시작

이번 부분일식은 지난 1998년 8월 22일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태양의 아주 일부분이 가려졌던 부분일식이 나타난 이후 처음이다. 물론 제대로 볼 만한 부분일식으로는 지난 1997년 3월 9일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날만은 일식을 보기 위해 아침에 약간 일찍 일어나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을 기준으로 일식이 일어나는 시간은 해가 뜬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침 6시 53분이다. 아직 해가 동쪽하늘에 고도 18°로 낮게 떠있을 때 일식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태양의 오른쪽 부분부터 점차 달에 가려지기 시작해 7시 37분이 되면 태양의 대략 1/4 정도가 가려진다. 그 모습은 태양의 오른쪽 아래가 움푹 패인 형상이다. 이 시각의 모습이 이번 부분일식에서 태양이 가장 많이 가려진 상태다. 이를 식심이라 한다.

그 다음 태양의 모습은 점차 회복되기 시작해 8시 24분이 되면 본래의 둥근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이때 태양은 지평선에서 고도 36°로 꽤 많이 떠올라 남쪽하늘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이 날 태평양 한가운데에 좁은 띠를 이루는 지역에서는 금환일식을 볼 수 있다. 금환일식대에서 남북으로 벗어난 광범위한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일식이 나타난다. 이번 부분일식을 놓치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부분일식은 2004년 10월에나 있다.
 

6월 11일 아침 태양의 위치와 고도. 동쪽에서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일식이 시작된다. 태 양은 오른쪽 부분에서부터 가 려지는데, 7시 37분에 가장 많 이 가려진다.



가능한 한 햇빛을 차단하자

일식은 해가 떠있는 밝은 때에 일어난다. 대부분의 천문현상이 한밤중에 벌어져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데 비한다면 큰 장점이다. 일식은 밝은 때에 일어나므로 그 시간에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누구나 볼 수 있다. 또 다른 천문현상과 달리 일식을 보는데는 굳이 천체망원경이 필요하지 않다. 태양이 맨눈으로도 크게 보일 만큼 큰 데다가 매우 밝기 때문이다.

태양관측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태양이 매우 밝다는 사실이다. 하늘에 떠있는 다른 천체들은 대부분 어둡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밝게 볼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태양은 너무나 밝아 오히려 어떻게 하면 좀더 어둡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하늘의 태양을 쳐다봐도 일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관측하면 밝고 강한 햇빛 때문에 금새 눈에서 눈물이 나고 시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식을 좀더 오랫동안 주의깊게 보기 위해서는 햇빛을 감소시킨 후 봐야만 한다.

태양을 볼 때 흔히 사용되는 도구는 선글라스다. 그것도 색상이 매우 진한 선글라스일수록 좋다. 연한 색상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글라스는 주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 준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태양을 직접 보기에는 감광 정도(햇빛을 차단하는 정도)가 다소 낮아 너무 오랫동안 선글라스를 통해 태양을 쳐다보는 일은 좋지 않다.

선글라스 이외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에는 아크릴판, 셀로판지, CD판 등이 있다. 아크릴판은 2-3mm 정도의 두께에 색상이 들어가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아크릴판을 통해 태양을 보면 태양의 둥근 모습을 눈이 부시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다. 셀로판지는 문구점에서 연한 색상의 것을 몇장 산다. 한장만으로는 눈이 부시므로 몇장을 겹쳐 다소 어둡게 한 상태에서 햇빛을 충분히 차단시킨 다음 태양을 본다. 또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CD판을 통해서 태양을 봐도(당연히 CD판의 구멍 부분으로 보면 안된다) 태양의 모습을 눈이 아프지 않게 볼 수 있다.


망원경 관측에는 필터가 필수

천체망원경으로도 일식을 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천체망원경으로는 직접 태양을 볼 수 없다. 강렬한 햇빛을 천체망원경으로 모으면 대단히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천체망원경으로 일식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태양필터다. 태양필터는 햇빛을 약 10만분의 1 가량 감광시키는 역할을 하는 유리다.

주의할 점은 소형 천체망원경에 끼워 팔고 있는 작은 색유리 모양의 태양필터가 태양을 관측하기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조잡한 태양필터는 관측 도중 열을 받으면 깨질 위험이 높아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태양필터는 반드시 망원경 앞쪽 바깥에 부착하는 필터라야 안전하다. 만일 태양필터가 없이 천체망원경으로 일식을 관측하겠다면 투영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투영법이란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 흰 백지에 태양 모습을 투영시켜 보는 방법이다.

태양필터를 준비해 천체망원경으로 태양을 보면, 중간 배율 정도에서 둥근 태양면에 점점이 나타나는 태양 흑점도 발견할 수 있다. 일식이 시작되는 순간 비교적 명확하게 태양의 한쪽 가장자리가 잘리는 형상을 볼 수 있고, 시간대 별로 태양의 모습 변화도 명확히 관측할 수 있다.


가장 많이 가려진 비율 구하는 법

초보적인 단계에서 일식을 관측하는 방법은 단순히 부분일식 모습을 쳐다보는 정도에서 끝나지만, 이보다 더 심도있게 일식을 관측하고 싶다면 태양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관측하며 기록해야 한다.

천체망원경을 사용한다면 좀더 명확히 기록할 수 있겠지만, 천체망원경이 없더라도 태양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흰 백지에 지름 5cm 가량의 원을 그려 10여장 준비한다. 일식이 시작되면 약 10분 간격으로 태양이 일그러진 모습을 원 위에 그려넣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태양이 가려진 정도를 태양 지름과 비교하며 비교적 정확히 그려넣는 일이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반드시 방향을 표시해야 한다. 천체망원경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방향을 정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 즉 태양이 흘러가는 방향이 서쪽이다. 하지만 맨눈 관측이라면 좀더 신중히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일단은 하늘의 위쪽 방향(머리 꼭대기 방향)을 용지에 그려넣어 정리할 때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관측이 끝나면 시간대 별로 그려진 태양의 모습을 정리해 분석해보자. 먼저 가장 많이 가려진 시기(식심이 일어난 시기)의 그림을 찾는다. 이 그림에서 식심 때 얼마나 태양이 가려졌는지 계산해보자. 즉 태양의 가려진 부분 크기를 태양 지름으로 나눈 값인 식분을 구할 수 있다. 이번 부분일식에서는 서울의 경우 최대 식분이 현재 0.267로 예상된다. 자신이 관측한 내용과 비교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대 별로 그려진 태양 그림을 방향을 동일하게 해서 겹쳐놓으면, 태양이 가려지고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양이 가려진 부분에 주목하자. 가려진 부분은 크고 작은 원호를 이루는데, 이 원호를 이용해 나머지 둥근 원을 그리면 이 원이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달의 모습이다. 이 모습을 시간대 별로 비교하면 달이 태양 앞을 어떻게 지나갔는지, 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나갔는지 계산해볼 수 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일식. 조금 일찍 일어나 태양을 한번 쳐다보자. 드물게 펼쳐지는 흥미로운 천문현상이니 만큼 이 정도의 수고는 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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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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